"관광에 새 활력 준 청와대, 서울 '새 얼굴' 될 것" [차 한잔 나누며]

구윤모 2022. 7. 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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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경복궁·인사동 등 연계성 탁월해
'서울 관광의 허브'로 기능 기대감
소음·불법 주정차 등은 해결과제
정부·지자체 적극 투자·육성 필요
“청와대 개방은 관광업계의 활력소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향후엔 청와대가 서울의 랜드마크를 넘어 한국의 관광 지형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3일 “청와대 개방은 한국 관광 변화의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길 대표의 설명처럼 지난 5월10일 개방돼 74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는 국민적 관심지로 우뚝 섰다. 향후 관광지로서 위상을 굳건히 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청와대엔 개방 한 달 만인 지난달 10일 77만7242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는 서울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창덕궁의 지난해 연간 관람객(64만3549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22일엔 누적 관람객 100만명을 넘어섰다. 정치적 논쟁을 배제한다면, 코로나19로 오랜 침체기를 겪은 관광업계에 청와대 개방이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길 대표는 “관광업계의 염원 중 하나가 서울의 새로운 관광상징물 조성이었다”며 “경복궁, 남산타워와 같은 기존 랜드마크를 넘어 새로운 관광상징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는 상징성과 위치를 고려할 때 서울 관광의 허브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관광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길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관광’과 ‘청와대 가치’를 키워드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청와대를 단순한 장소를 넘어 관광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상을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콘텐츠는 청와대 주변 관광명소를 ‘I’ ‘L’자로 연결한 ‘킹스 로드’(King’s Road)다. 그의 아이디어는 이렇다. 청와대에서 남쪽을 향해 직선으로 내려오면 I자로 경복궁, 광화문, 덕수궁, 남대문 등이 연결된다. 청와대에서 L자로 이동하면 경복궁, 인사동, 창덕궁, 창경궁, 대학로까지 이어진다. ‘궁궐의 도시’ 서울을 뒷자락에서 굽어보는 청와대는 여러 지리적 장점을 구비하고 있다. 길 대표는 “청와대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예술·문화 콘텐츠 연계성도 탁월하다”며 “국립현대미술관, 대림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세종문화회관 등에다가 송현동에는 이건희 기증관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음 달 개장할 광화문광장도 각광을 받을 것”이라며 “청와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관광 지형을 그려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를 서울의 ‘새 얼굴’로 만들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게 길 대표의 생각이다. 길 대표는 우선 현재 제한된 인원만 관람이 가능한 탓에 외국인 관광객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청와대에 갑자기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변 지역의 오염과 소음, 불법 주정차 등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가 3일 청와대가 개방 이슈를 넘어서 관광 허브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청와대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킹스 로드’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길 대표는 “홍보, 인프라 구축, 접근성 강화, 오버투어리즘 해소 등 청와대 개방의 다양한 문제들을 유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청와대를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교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년간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 끝에 엔데믹(풍토병화)을 맞으면서, 세계 관광업계는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길 대표는 올해 3분기부터 관광업계 회복이 가속화되고, 내년부터는 정상화될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한국과 서울의 관광산업 역시 새로운 출발대에 선 중요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관광재단도 서울시와 함께 다음 달 10∼14일 개최하는 ‘서울페스타’를 통해 서울 관광의 새로운 시작을 알릴 계획이다.

그렇다면 국제 관광지로서 서울의 위치와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서울은 대한민국 수도이자 경제의 중심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관광도시 이미지로는 아쉬운 점이 많다”며 “주변 국가의 수도인 일본의 도쿄, 중국 베이징보다 관광 요소가 부족하며, 유럽의 파리, 바르셀로나 등과 비교해 관광 목적지로서 서울은 갈 길이 아직 멀다”고 진단했다. 서울 관광이 그동안 고궁, 전통시장 등 몇 가지 관광 자원에 한정돼 발전하다 보니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길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한 그는 제안도 내놓았다. 길 대표는 기존 서울의 전통적 이미지에 더해 현대적인 랜드마크, 한류 등 문화가 어우러져야 국제 관광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길 대표는 “서울 관광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미래의 먹거리인 관광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육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행업계를 향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오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데, 여행업계의 심각한 ‘덤핑 관광’이 서울을 싸구려 이미지로 만들고 있다”며 “엔데믹이라는 모멘텀이 생긴 만큼, 업계가 스스로 체질을 개선하고 올바른 여행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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