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후속법 공백 사각지대 키웠다

최혁규 기자 2022. 7. 3. 20: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했지만 3년 전 낙태죄가 위헌 판결을 받은 국내에선 여전히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 권리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서도 3년 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위헌판결을 내렸지만, 임신중절 입법이 보완되지 않아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3년
개정안 6건 국회 계류 중
정부 상담 지원 있으나마나
병원 시술 여전히 소극적
허용기준 비용 천차만별
무허가 약 음지거래 횡행

미국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했지만 3년 전 낙태죄가 위헌 판결을 받은 국내에선 여전히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 권리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미국 워싱턴DC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헌법에서 낙태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며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자 낙태 문제가 재점화됐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1973년 “임신중지 행위 처벌은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권리 침해”라는 점을 지적하며 22~24주 임신중지권을 보장했다.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중요한 판례인 셈이다.

국내서도 3년 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위헌판결을 내렸지만, 임신중절 입법이 보완되지 않아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헌재의 판단 이후 국회에서는 낙태죄 완전 폐지, 임신 24주까지 낙태 허용, 낙태 허용기간 10주로 제안하는 등 정부안을 포함해 총 6개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취재진이 부산의 9곳 산부인과에 임신중절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1곳을 제외하고 모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마저도 임신중절이 가능한 한 병원에서는 “임신 초기 9주까지만 가능하다. 그마저 비용이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라 수술이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인터넷에 임신중절을 검색하면 가능한 병원이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10주 내 임신중절만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비용도 40만~100만 원으로 천차만별이고 수술 후유증의 책임을 환자에 떠넘기는 곳도 많았다.

식약처는 임신중절약인 미프진을 수입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신중절 선택권이 제한된 가운데 여성은 불법으로 미프진을 인터넷에서 구입하고 있다. 음성적 방식으로 임신중절을 선택하는 셈이다. 인터넷에선 ‘임신중절 약’을 검색해 쉽게 미프진 등을 구할 수 있지만, 정품 확인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가짜약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 이설아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 합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한 것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의 판결로 낙태 시술의 불법성은 사라졌지만, 낙태를 경험하는 여성은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조사 대상 여성의 경험률은 6.6%로 2018년 헌재가 위헌판결을 내리기 전인 2018년의 10.3%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50만 원 이상 비용을 치러 약물을 구입한 비중은 2018년 9.6%에서 2021년 20%로 배 이상 늘었다. 현행법 내에서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권이 보장되지 않자 여성들은 불법을 감수하고 더 큰 비용과 위험을 치러가며 임신중절을 선택하는 것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상담기관에서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기 힘들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보건복지부에 위탁받아 성 건강, 임신과 출산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러브플랜’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 카카오톡으로 월경·피임·임신중지 상담을 서비스한다. 하지만 취재진이 이곳에서 ‘임신중절 병원안내’ 혹은 ‘임신중절 의약품’ 등을 문의했지만 “직접 알아봐야 한다”거나 “임신중절 의약품 처방 불가”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부산여성단체연합 석영미 대표는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권을 위해 임신중절 시술은 정부 입법으로 공공의료 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여가부 폐지 등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