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의 25주년 각오.."앞으로도 어리석고 불안하게 음악할 것"

이태수 입력 2022. 7. 3. 20:00 수정 2022. 7. 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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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데뷔해 혼성 밴드 전설로 활동..기념 공연 열고 음반 발표
"데뷔 이후 기적처럼 큰 반향..노래 소재 다양했기 때문"
밴드 자우림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자우림은 데뷔 후 쭉 승승장구했어요. 저는 덕분에 인간의 내면과 희망에 대한 곡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김윤아)

국내 대표 혼성 밴드 자우림은 데뷔 25주년을 이렇게 돌아보며 "앞으로도 어리석고 불안하게 자우림의 음악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5주년 기념 콘서트 '해피 25th, 자우림'(HAPPY 25th, JAURIM)에서다.

지난 1997년 '헤이 헤이 헤이'(HEY HEY HEY)로 데뷔한 이들은 록 혹은 밴드 음악의 불모지와도 같은 우리나라에서 숱한 히트곡을 배출하며 인기를 구가했다. 최근에는 2013년 발표한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동명 드라마에 삽입된 것을 계기로 무려 9년 만에 차트를 역주행해 상위권에 자리하기도 했다.

팀의 보컬 김윤아는 1997년 데뷔 당시를 가리키며 "나는 음악을 하고 싶어 휴학한 학생이었고, 사실 그게 그렇게 좋은 계획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 "그래서 몸의 반 정도는 항상 절망의 늪에 빠져 있었고, 절반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거나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렇지만 다들 아시는 대로 '헤이 헤이 헤이'로 데뷔하게 됐고, 기적처럼 큰 반향을 일으켰다"며 웃었다.

자우림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노래를 관통하는 '불안' 코드가 그 시대 청춘의 호응을 끌어내며 사랑받았다. 물론 노래에 따라 그 불안의 근원은 죽음, 청춘, 이별, 존재 등으로 다양했다.

김윤아는 "자우림이 25살이 될 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노래 소재가 다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옛날에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가사가 인생을 살다 보니 내 이야기 같다며 깨달아 가는 과정이 짜릿하다"고 했다.

25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열창하는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자우림 가사 속) 정의, 모순, 분노, 내면의 어두움, 존재의 외로움 등의 기저에는 항상 낙천적인 패배주의가 있었다"며 "어차피 우리는 사라져버릴 존재이므로 존재하는 날들은 모두 기적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 같은 이야기를 자우림이라는 아바타를 내세워 노래로 만들어왔다"고 덧붙였다.

기타리스트 이선규는 "지난 2017년 (팀이) 20살을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사람으로 치면) 25살 청년이 됐다"며 "자우림을 예쁘고 멋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베이시스트 김진만은 "제가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가사를 가지고 낑낑대고 있으면 다음 날 김윤아가 '오빠 봐봐' 하면서 가사를 가져오는 식으로 수많은 명곡이 탄생했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20세기 소년소녀'"라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난 25년은 꿈만 같았다"며 "이게 꿈이라면 깨지 않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이날 콘서트는 팬들이 자우림의 25살 생일을 맞아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자우림은 지난 25년간 배출한 히트곡을 줄줄이 쏟아내며 2천700여 관객의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 두기가 대부분 풀린 만큼 팬들은 '떼창'으로 화답하거나 '김윤아 예쁘다'·'자우림 최고' 등을 연방 외쳐대며 즐거워했다.

자우림도 환호에 보답하듯 '매직카펫라이드', '밀랍천사', '팬이야', '하하하쏭', '헤이 헤이 헤이',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팬이 아니라도 익히 들어봤을 대표곡을 연달아 들려주며 장내를 달궜다.

25주년 콘서트에서 열띤 연주를 펼치는 밴드 자우림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윤아는 밝은 노래를 선보일 때는 무대를 누비며 다니다가도 '미안해 널 미워해'처럼 다소 어두운 노래를 부를 때는 지난 세월 동안 더욱 단단해진 옹골찬 목소리를 토해냈다.

김윤아는 "소리 지르니까 좋지? 얼마나 갑갑했는데"라며 돌아온 떼창과 환호를 반겼다.

김진만 역시 "최근 3년간 (공연장에서) 앉아만 있고 소리를 지르지 못하다가 여러분이 다시 소리 지르는 것을 보니 엄청 덥다"며 현장의 열기를 즐겼다.

자우림은 같은 날 콘서트 제목과 동명의 25주년 기념 음반도 발표했다. 앨범 제작 과정에는 선발된 팬 117명이 코러스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저는 언제나 진만·선규 형이 절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역시 한 분 한 분이 모두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제가 지지 않고 살아남아 오늘을 걸을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김윤아)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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