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싸이월드 비공개 셀카' 상속권, '다락방 편지'와 같을까?

구혜진 기자 2022. 7. 3. 18: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싸이월드가 고인이 된 회원의 사진과 일기 등을 유족에게 상속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나라면 비공개로 쓴 일기나 사진을 가족이 보는 건 싫을 것 같다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고인이 다락방에 숨겨놓은 편지를 유족이 상속받는 것처럼 페이스북 기록도 볼 수 있다는 판결도 있었는데요. 우리나라도 어서 관련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매트릭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2004년 이라크에서 21살의 나이로 전사한 미국 해병 저스틴 엘스워스.

아버지 존 엘스워스는 '야후'에 아들의 메일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죽기 전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며 아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더 생생히 기억하려던 겁니다.

하지만 야후는 이를 거절했고 그러자 아버지는 소송을 내 이겼습니다.

아들의 이메일을 백업한 파일과 만여장의 인쇄물을 받았지만 논란은 이어졌습니다.

'야후'의 약관엔 사망과 동시에 계정 삭제도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독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열차에 뛰어들어 숨진 15살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지 알고 싶어 부모는 페이스북 기록을 요청했고 법원은 부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고인이 다락방에 남긴 편지나 컴퓨터 저장장치에 남긴 기록은 당연히 유족이 상속받습니다.

저장 위치가 '인터넷 서버'면 달리 해석하는 건 부당하단 논리입니다.

이렇게 디지털 유산 상속을 폭 넓게 인정한 선례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인의 의사를 모른 채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란은 남습니다.

[채원재/경기 광주시 태전동 : 방문기록이나 이런 건 공개를 안 하는 게 사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고인이 '디지털 상속자'를 지정할 수 있게하는 법안이 마련됐지만 우리나라는 없습니다.

싸이월드는 최근 고인의 게시물을 유족에 전달하겠다며 국회에 관련 입법을 요청하겠다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준 마련 전에는 어떤 디지털 흔적이 가족에 공개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메일, 메신저 대화와 클라우드 사진, 일기와 메모들.

심지어 검색기록까지 가족에 공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평생 기록한 삶의 흔적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모승녕/서울 연남동 : 개인 기록이나 남겨지고 싶은 것은 상속해서 기록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떠한 사람인지를 세상에 알리는 그런 느낌이…]

'상속'을 아직 먼 훗날 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디지털 상속'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레인 카스켓/심리학자 : 온라인 정보들은 우리가 어떤 존재로 기억될지, 누구에게 기억될지를 결정합니다. 내일 죽는다면 인터넷에 남겨진 흔적에 만족하시겠어요?]

먼저 생각할 건 '디지털 상속' 범위입니다.

누구에게, 얼마나 공개할 지를 먼저 고민해야합니다.

전문가들은 남겨진 가족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말합니다.

[표가연/서울 홍지동 : 그나마 (떠난) 그 사람을 추억할 수 있는 글, 그 사람이 남긴 글이기 때문에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윤지민/서울 연남동 : 부모님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면들도 있잖아요. 애도 과정인데, 우리 딸이 이런 애였다니 충격을 받을 수도…]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디지털 유산을 '상속'시 받을 사람을 지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구글과 애플은 상속자가 이메일과 클라우드 등 비공개 정보도 접근할 수 있게 했지만 페이스북은 남들과 주고받은 메시지는 상속하지 않습니다.

또 애플과 페이스북에서 상속을 받으려면 '사망 진단서' 등의 서류가 필요합니다.

가족이 아니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구글은 지정 기간 동안 접속이 없으면 '상속자'에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 이메일에 아직 비공개 정보를 상속하는 기능이 없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계정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 / 취재지원 : 이희진)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