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학 칼럼] 文의 주걱과 尹의 칼

2022. 7. 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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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학 편집국장

문재인은 집의 주방으로 치면 주걱을 든 대통령이었다. 밥을 주걱으로 팍팍 퍼서 나눠 줬다. 소득 주도 성장의 줄임말 '소주성'은 '소득 주걱 성장'과 동의어였다고 조롱 받을 만하다.

국민이 갖다바친 쌀로 지은 '나랏 밥'을 주걱으로 신나게 퍼줬다. 공무원 공공기관에게 듬뿍 나눠줬다. 비정규직한테는 정규직 밥그릇으로 키워줬다. 민간인이 지은 '사제 밥'에도 주걱을 들이댔다. 최저임금을 5년간 41.6%나 올린 것. 산타클로스 문재인은 주걱의 화신이었다.

퍼준 밥의 솥단지는 퍼도퍼도 나오는 화수분 밭솥이 아니었다. 외상값(나라빚)은 후세에게 떠넘겼다.

주걱으로 밥을 더 받은 일꾼은 열심히 일했을까. 인간의 본성은 성과에 반응한다. 올림픽에서 연금을 미리 준다고 금메달을 따오지 않는다. 성과 보상은 동물적 학습본능이든, 경쟁심리적 욕망이든간에 발전의 원동력이다. 유사이래 개인·조직·국가 실험에서 증명됐다.

동서양의 맹자, 루소(성선설) vs 묵자, 도킨스(이기적 본능)가 토론을 벌여봤자 실제가 중요하다. 문 정권은 한국 경제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실험실에 쑤셔 넣었다. 소득은 성장의 과실인데도 인과 관계를 뒤집었다.

소득을 성장의 마중물이라고 우겼던 자는 나랏돈을 받는 연구원장 방에서 못나오겠다고 버틴다. 후흑(厚黑)의 극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용한 밥 주걱(퍼주기 포퓰리즘정책 자료)이야말로 대통령기록물로 남겨 후세에 평가받아야 한다. 70년 공산독재로 아직도 인민에게 이밥(쌀밥)과 소고깃국을 마음대로 먹이지 못하는 북한과 함께 비교 연구대상이다.

인센티브와 개방경제를 없앤 '주걱 인심'은 허망한 유토피아임이 30년전 무너진 동독, 구소련의 공산체제에서 증명됐다. 근자엔 베네수엘라가 보여줬다. 이러니 '소주성' 자료는 유토피아 실패사의 별책 부록감이다.

이재명은 대선 초기에 문의 주걱보다 더 큰 사이즈의 주걱(기본소득 살포)으로 유혹했다. 유권자는 주걱의 유혹에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았다.

이제 주걱의 시대가 가고, 칼의 시대가 왔다. 칼잡이 윤석열 대통령은 '칼의 나라'를 펼친다. 휘하의 무사들을 주요 포스트에 보내 파사현정(破邪顯正) 기강을 세우려고 한다.

좌파 정권내내 나랏돈과 국민 쌈짓돈을 꿀꺽한 나쁜 놈을 쳐내서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려는 결의다. 곪고 썩은 곳을 도려내기엔 검사(檢事) 출신 검객(劍客)이 제격이다.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말한 수호계급(군인 경찰) 역할이다. 무사는 상명하복 의리로 보스를 따른다. 칼잡이들이 성과를 낸다면 2년 뒤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를 한 방에 뒤집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항 세력에 부닥쳤다. 정식 노조도 아닌 화물차주단체인 화물연대에 첫판부터 밀렸다. 윤 정부의 법과 원칙은 말뿐이었다. 지난 주말 4대문안 아스팔트는 민노총에게 점령당했다. 빨간 띠를 두른 세력엔 꼼짝 못하면서 금융권 등에만 조자룡 헌칼 쓰듯이 하는 칼잡이들에게 경제계는 속으로 불만을 삼킨다.

윤의 칼은 어디에 휘둘러야 할까. 검찰청사에서 나쁜 놈을 혼내주는 메스도 필요하다. 더 절실한 칼은 나라의 곳간을 요리할 부엌칼이다.

저출산 비상등이 켜진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인구가 줄고 있다. 문 정권은 2017년부터 5년간 인구 1명이 감소할 때 공무원 수를 1.26명 늘렸다(디지털타임스 4월25일자 1면톱 보도). 주걱으로 퍼준 결과 국민 1명이 내는 공무원 인건비는 4년 전보다 지난해 24% 늘었다.

노동계에게 얕잡아 보인 칼잡이 정부가 공공 기득권 세력에게 제대로 칼을 휘두를 지 걱정이다. 역대정권이 실패한 규제혁파야말로 예리한 칼날이 필요하다. 기득권 세력은 온갖 구실을 대며 규제의 밥그릇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마치 철학자 니체가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이란 없다"고 말했듯이.

윤의 칼은 문의 주걱을 베야, 승자로 평가받는다.

정구학 편집국장 cgh@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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