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습관관리가 성인병 치료 혁신 앞당긴다 [생활속 건강 톡 '메디神']

2022. 7. 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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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장수하기에는 요즘 평균 수명이 너무 길다. 성인병 한두 가지는 있어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유병장수'가 더 현실적인 목표다. 사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 통신기술 발달, 초연결사회, 인공지능(AI) 등 사방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그럼 유병장수 시대에 의료에 있어서 진정한 혁신은 무엇일까.

의료에는 다른 산업에서 보기 어려운 큰 특징이 있다. 의료 시스템에는 상충하는 가치를 꼭짓점으로 하는 소위 '철의 삼각형'이 존재한다. 이 개념은 윌리엄 키식의 책 '의료의 고민: 무한의 요구 대 유한의 자원'에 처음 기술됐다. 이 개념에 의하면 의료 시스템은 의료의 질(quality), 비용(cost), 접근성(accessibility)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모든 의료 시스템은 △최고 수준의 의료를 △접근성을 최대한 높여서 △가장 저렴한 사회적 비용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이를 동시에 다 실현할 방법은 없다. 예를 들어 고가의 최첨단 치료를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려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비용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전 국민에게 무제한 의료를 제공하고자 하면 제공되는 의료의 수준과 질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의료 시스템이 가진 숙명이다.

의료에서의 진정한 혁신은 무조건적인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최신 기술을 활용해 이 세 가지 목표 중 어느 하나의 타협이나 손해 없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목표를 개선 또는 실현하는 것이다. 기존 질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새로운 정보기술(IT)을 동원하면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 관리와 생활습관 관리다.

요즘 대부분 성인은 한두 가지의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병을 가지고 산다. 대표적인 것이 비만, 대사증후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다. 그런데 이런 만성 질환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이 생활습관이다.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생활습관에는 대표적으로 운동과 식이가 있다. 요즘 웨어러블 기술을 통해 하루에 얼마만큼 운동을 하는지, 걷는지, 달리는지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고, 식사도 직접 입력하지 않고 사진만 찍어도 몇 칼로리를 섭취하는지, 어떤 종류의 음식을 섭취하는지 확인된다. 여기에 사물인터넷과 센서 기술을 이용하면 혈압과 혈당을 추적 관리하는 것도 모두 가능하다.

이 같은 데이터들이 클라우드에 모이면 이를 분석해 일 혹은 주 단위로 인공지능에 의한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생활습관 코치들이 이를 기반으로 어떤 운동을 더 할지, 어떤 음식을 줄이고 어떤 음식 섭취를 늘려야 할지를 알려주면 상시 건강 관리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의료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병원과 의사 없이도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의료의 질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의료 시스템 측면에서 의료 자원의 소비, 즉 비용 증가를 수반하지 않으면서도 접근성과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의사는 수개월에 한 번씩 환자를 보면서 '과연 이 환자가 내가 권유한 운동과 식이를 잘 따랐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필요 없이, 지난 수개월간 환자의 실제 생활습관 관리 행태를 요약된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전보다 훨씬 적확한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2020년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 텔라닥이 애플리케이션(앱)과 스마트 기술을 통해 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과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회사 리봉고를 20조원 이상 가격으로 인수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미래 가치를 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눔, 두잉랩 등 여러 스타트업 회사가 이 같은 시도를 하고 있고, 가입자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개인들의 운동 요구나 체중 감량 욕구에 따라서만 활용될 뿐 진료 현장과 연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최신 기술들을 진료 현장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앞으로는 처방과 시술을 잘 받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나 평소 생활습관 관리가 잘되느냐가 삶의 질과 건강한 생활을 좌우할 것이다. IT·플랫폼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서비스를 통해 대다수 국민이 혜택을 누리고, 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외 의료 시장에 진출하는 날이 곧 현실화되기를 기대해본다.

[박경우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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