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르는 '론스타 책임론'..2003년 첫 단추부터 도마에

전슬기 2022. 7. 3. 1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년 분쟁 연내 결론..되짚어본 매각 쟁점
당국 외환은행 인수 승인 적절했나
'론스타 미자격' 소극적 대응 논란
소송액이 약 6조원대에 이르는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의 투자자-국가 국제분쟁(ISD)이 지난달 29일 절차종료를 선언했다. 국제분쟁 결과는 이르면 120일 이내에 나올 전망이다. 연합뉴스

10년을 끈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투자자-국가 국제분쟁(ISD)의 결론이 올해 안에 나온다. 론스타의 청구액이 약 6조원(46억8천만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 패소 시 금융당국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비판받는 지점은 ①론스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부적절한 승인 ②국제분쟁에서 론스타 미자격에 대한 소극적 대응 등이다. 책임론이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첫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얘기다.

‘산업자본 여부’가 핵심 쟁점
론스타=산업자본 의혹 거세자 심사
금융당국 판단 오락가락…‘묵인’ 비난

론스타 사건의 핵심 쟁점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여부다. 한국의 은행법은 ‘은산분리’로 비금융 부문의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만약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면 애초 2003년 외환은행 인수인 첫 단추부터 원천무효이며, 국제분쟁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런데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에 대한 금융당국 판단은 2003~2012년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금융당국은 2003년 외환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이 8% 밑으로 떨어지는 부실이 예상되자,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은행법 시행령 제8조2항)로 인정해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했다. 금융당국은 다급한 상황이라는 판단 아래, 은산분리 조항이 있지만 시행령으로 론스타에 예외의 길을 터줬다. 또한 론스타는 금융당국에 ‘산업자본이 아니다’라는 회계법인 확인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의혹은 2007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상한다. 그러자 금융당국도 론스타 및 해외 감독기구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등 적격성 심사에 돌입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2012년 1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는 것을 승인하면서 “론스타가 2010년 말 기준으로는 산업자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는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볼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알고 보니 론스타가 일본 내 골프장 운영회사(PGM) 등 비금융계열회사 자산 합계가 2조원을 넘는 산업자본이었으나, 2011년 말 골프장을 매각해 산업자본 문제를 해소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여러 펀드 중 외환은행과 관련이 있는 ‘론스타펀드IV’로 심사 범위를 좁혀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산업자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정권자 다수가 현 경제팀 수장
‘부실 해소 대안 없었다’ 항변에도

6조원 소송 패소 땐 책임론 불가피

이에 따라 정부가 패소할 경우 금융당국은 두 가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처음부터 적절했는지, 한국 정부가 이를 국제분쟁에서 제대로 활용했는지 등이다. 시민단체들은 론스타가 2012년 말 국제분쟁을 제기하자, 이들이 원래부터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으므로 투자협정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한국 정부가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소송 쟁점으로 올라가 있지도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제투자분쟁은 당사자들이 다퉈 볼 쟁점을 미리 정한다. 현재 쟁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관한 것으로, 산업자본 여부는 쟁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산업자본을 부각하는 것이 한국 정부에 유리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실수를 감추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19년의 세월에 대해 금융당국도 할 말은 있다. 다시 2003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론스타 외에는 외환은행 부실을 해소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항변이다. 론스타가 국외 사모펀드여서 그들이 내는 서류에 주로 의존해야 했고, 소유 구조를 제때 파악하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도 사실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국제분쟁의 결론은 앞으로 120일 안에 나온다. 결과를 두고 어떤 판단이 국익이었는지 등을 두고 거센 공방이 예상된다. 현 경제팀 수장 다수는 론스타 사건과 연관돼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한덕수 국무총리는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의 고문이었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은행제도과장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의혹이 나온 2008년 금융위 부위원장이었고, 추 부총리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되판 2012년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