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춰잡은 성장률..미국발 경기침체 공포, 한국 덮치나

이재연 2022. 7. 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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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2분기 성장률 -2.1% 하향 전망
연착륙 아닌 경착륙 우려 커져
미 의회조사국도 '더블딥' 경고
정부 어제 비상경제장관회의
"미국발 충격, 선제적 대비해야"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불과 며칠 사이에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계속해서 짙어지는 모양새다. 경착륙을 수반하지 않는 통화긴축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경제도 이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분기 경제성장률 ‘먹구름’ 짙어져

3일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자료를 보면, 애틀랜타 연은의 성장률 예측모델인 지디피나우(GDPNow)는 지난 1일(현지시각)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조정했다. 지난달 28일 0.7%에서 30일 –1.0%로 낮춘 데 이어 또다시 하향 조정한 것이다. 미국은 올해 1분기 성장률도 -1.6%를 기록했다. 통상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면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같은 날 투자은행 제이피(JP)모건도 2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0%로 낮췄다.

이번 조정에는 한층 더 둔화한 업황이 반영됐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1일 발표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0을 기록했다. 2020년 6월(52.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업계가 체감하는 경기가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다. 같은 날 미국 상무부도 5월 건설 지출이 전달보다 0.1% 줄었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성장률도 예상보다 낮아질 공산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2.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여기서 전제로 쓰인 올해 미국 성장률은 2.9%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중순에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은은 3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미국은 5월 이후 경제활동이 빠르게 주춤하면서 성장세도 크게 둔화할 전망”이라며 “주요 기관들은 내년 (미국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해외발 충격이 물가와 금융시장을 넘어 수출·투자 등 국내 실물경기로 파급될 가능성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착륙 쉽지 않을 듯”

눈길은 미국 연준의 행보에 쏠린다. 연준은 그간 연착륙(softish landing)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경기 전망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어서다. 특히 하반기에도 물가가 안정되지 않아 더 강도 높은 통화긴축이 이어지면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공급 차질이 계속되는데다, 장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비관적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한은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하는 등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될 경우 이를 차단하기 위한 강도 높은 통화긴축 정책 등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고용과 성장에도 큰 파급 효과를 미칠 전망”이라고 했다.

미국 의회조사국도 지난달 2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다시 경기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경기 재침체)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지금처럼 물가상승률이 높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있을 때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이 통상적”이라는 것이다.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한 번 자리잡으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 (역의) 상관관계가 약해진다”며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 가능성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경로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전망도 최근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내년 중에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연준은 지난달 발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모은 표)에서 2024년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시장에서는 연준 정책에 대한 신뢰 위기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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