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대주주 먹튀·짠물 배당 구태.. 개미마저 '외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벗어나자]
코스피 주가수익률 '10' 겨우 넘어
말레이시아·요르단보다도 더 낮아
주주 소통 없는 일방 물적 분할 등
오너 일가 경영행태가 불확실 키워
한국의 배당 수익률도 '꼴찌' 수준
투자자, 장기 보유보다 '단타' 몰려
"이사, 주주 위해 일할 법적의무 부여
상속·증여세 개편 등 종합대책 필요"
한 증권업계 베테랑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소 냉정하게 답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문제는 업계에서 그만큼 오래되었고, 해묵은 주제라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원인도 다양하다. 수출주도형 경제라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를 지목하는 이들도 있고, 북한과의 대치 상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점을 꼽는 이들도 있다.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진적인 금융시장 등도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이러한 ‘외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안타까운 현상을 초래한 측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외부 요인에만 탓을 돌리면 대책이 난망한 만큼 우리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내부적 요인’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마침 새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 전략을 국정과제로 내건 만큼 이 기회에 투자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제도 개선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세계일보는 오는 13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해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 제안>을 주제로 <2022 세계 증권포럼>을 개최한다.
◆아직도 ‘저평가’된 한국 주가지수
◆기존주주 무시 경영행태에 ‘디스카운트’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긴축, 경기침체 등 외부적 요인을 두루 감안해도 한국 주식시장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 대주주 위주의 기업경영과 소액주주 홀대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여전히 총수, 대주주 위주의 기업경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을 견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총수가 잘못해도 제재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면 불법행위를 한 총수 일가에게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배당을 꺼리는 기업 풍토도 주식시장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기준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2.63으로 직전 연도(1.52)에 비해서는 늘어났지만 전체 조사국가 25개국 중 19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속해있다.
◆“이사가 주주 위해 일할 의무가 없다”… 종합대책 목소리도
대주주 위주의 경영행태를 바꾸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계속 제기된다.
올해 4월 SM엔터테인먼트와의 표대결을 통해 배당과 감사선임을 이끌어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통화에서 “최근의 저평가 경향은 경기순환적 요인이 크지만 이를 떠나 ‘한국 기업들은 왜 이렇게 주가가 낮은가’는 다른 문제”라며 “한국 주식은 재산권이 없다. 주주가 이사를 임명하지만, 이사가 주주를 위해 일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상법 내에 이사들로 하여금 주주들을 위해 일하게끔 하는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을 설치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가 우려되거나 내부거래나 M&A 때엔 소수주주들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MoM(Majority of Minority) 제도 도입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기업들이 서로 인수합병을 해서 자기 밑으로 집어넣어서 기업 사이즈가 점점 커지는데, 한국은 회사가 커지면 쪼개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린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에서 원인을 제공한 건 한국의 상속세와 증여세 등이 너무 높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데 왜 한국사람들은 직접투자를 많이 할까를 생각해보면 한국의 펀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도형·유지혜·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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