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도입 10년 英.."저렴한 수수료 덕에 제도 안착"

신화 2022. 7.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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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선진국 영국을 가다
오퍼먼 英 노동연금부 차관
"0.75% 수수료 상한제 시행해
지난해 평균 0.48% 수준 뚝"
투자 실적과 연동되는 DC형
10년새 27만서 1320만명으로
정착기엔 '고수익 추구' 방점
현재 연소득 8% 연금에 적립
향후 12%까지 올리는 게 목표

◆ 디폴트옵션發 퇴직연금 빅뱅 ④ ◆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저렴한 상품 수수료와 간단한 제도 설계가 성공의 핵심입니다." 지난 14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가이 오퍼먼 노동연금부(DWP·Department of Work and Pensions) 정무차관(사진)은 디폴트옵션 시행 초기에 수수료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는 올해로 시행 10년 차에 들어섰다. 2012년부터 근로자 1인 이상의 모든 영국 사업장은 퇴직연금에 강제로 가입해야 한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는 별도로 운용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생애주기별 펀드나 자산 배분형 펀드 등 디폴트(기본) 펀드에 적립금이 자동으로 투자된다. 근로자가 원할 경우 탈퇴(opt-out)도 가능하나, 3년 뒤 자동으로 재가입된다.

2012년 47%에 그치던 영국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2021년 79%까지 늘어났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2012년 27만명에서 2021년 132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상당수가 기존 확정급여(DB)형에서 넘어온 가입자들로, 현재 DB형 가입자는 DC형의 절반 수준인 670만명에 그친다. 현재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99%가 디폴트 펀드에 연금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영국 정부는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했다. 2015년 도입된 0.75% 수수료 상한제도 그중 하나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현재 퇴직연금 상품의 평균 수수료는 0.48% 수준이다. 국내 DC형 퇴직연금 수수료는 사업자에 따라 0.1%에서 1.0%까지 차이가 난다. 전체 연금상품 수수료가 저렴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있다. 영국의 퇴직연금은 사용자가 적립한 퇴직연금 자산을 수탁자에게 맡기는 기금형 구조다. 여러 기업의 자금을 모아 뭉텅이로 운용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저비용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중저소득층 근로자를 위해 노동연금부 후원으로 운용되는 'NEST(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국가퇴직연금신탁)'가 대표적인 퇴직연금 기금이다.

오퍼먼 차관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제도(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가 도입 10년 차를 맞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수익률 향상을 목표로 하는 '디폴트옵션 2.0'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의 핵심은 '투명성'이다. 현재 연금사업자들이 근로자들에게 자신의 연금 자산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수익률 및 수수료 구조는 어떤지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오퍼먼 차관은 "현재 NEST는 분기별로 투자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며 "사적 기금들도 운용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도 개혁에는 현재 임금의 8%에 그치는 퇴직연금 적립률 상향 조치도 포함될 예정이다. 지난 2012년 DC형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가 도입될 당시 임금의 2%에 그쳤던 최소 적립률은 2019년 8%로 늘어났다. 근로자가 4%를 적립하면 회사가 3%를 추가하고, 정부에서 1% 이내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노후 자산을 형성하기에 8%는 너무 작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니얼 블레이크 영국 연금연구회 학회장은 "영국 근로자 평균 연봉은 3만파운드(약 4700만원)인데, 사적기관 근로자 1인당 평균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0년 기준 2000파운드(약 310만원)에 그친다"며 "전체 임금의 7% 정도만이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활용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소 적립률을 12%까지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입장이다.

오퍼먼 차관에 따르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목표는 연금 자산 증식뿐만 아니라 '디폴트 저축' 습관을 형성하는 것에 있다. 그는 "현재 영국에선 1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통장에 100파운드(약 16만원)조차 없을 정도로 저축하는 문화가 없다"며 "연금 강제 가입을 통해 일생에 거쳐 저축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 = 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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