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혁신] 경제위기라는 기묘한 이야기

한겨레 2022. 7. 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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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화제작 '기묘한 이야기' 시즌4가 모두 공개됐다.

기묘한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것 역시 공포에 대한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다채로운 대응 때문일 테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묘사된, 미지의 뒤집힌 세상에 대한 공포는 비단 텔레비전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이야기는 어쩌면 탐욕과 공포에 매번 이리저리 휘둘리는 우리 자신의 반복되는 헛발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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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기묘한 이야기’ 시즌4 2부. 넷플릭스 제공

[뉴노멀-혁신] 김진화 | 연쇄창업가

넷플릭스 화제작 ‘기묘한 이야기’ 시즌4가 모두 공개됐다. 1일 공개된 후반부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지난 6월 초 공개된 전반부 에피소드들은 기대를 충족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미국의 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배경에 톡톡 튀는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은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후자가 러브라인을 중심에 두었다면 전자는 공포와 스릴 넘치는 모험담을 뼈대로 하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스릴러, 호러물은 인간에 대한 탐구다. 예기치 않은 조건이나 끔찍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인간은 무엇이 되는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오래된 동어반복이라 할 수 있다. 기묘한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것 역시 공포에 대한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다채로운 대응 때문일 테다. 극 중 공포의 근원인 ‘뒤집힌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제대로 응시하게 해주는 거울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뒤집힌 세계를 통해 종잇장처럼 얄팍한 우정, 냉전의 허구, 가족의 몰락 등 이 세계의 뒤틀림이 폭로된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묘사된, 미지의 뒤집힌 세상에 대한 공포는 비단 텔레비전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팬데믹과 전쟁이 초래한 작금의 경제 상황은 말 그대로 낯설기 짝이 없는 것들(stranger things)이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2030 경제주체들에겐 더욱 기묘하고 낯설게만 느껴질 법도 하다. 물가는 사정없이 오르는데 내 월급만은 그대로인 것 같고, 미국에선 급여를 엄청나게 올리는데도 일터를 떠나는 이들로 트럭이 멈춰서고, 상점이 문을 닫고 있다.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나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의 고금리 정책으로 자산가치가 폭락하며 참다참다 뒤늦게 상투를 잡은 영끌족은 속수무책 꼬꾸라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책은 물가관리, 비용절감 수준이라니 너무 한가해 보인다. 공포와 위기에 맞서 누가 어떻게 대응을 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말이다.

세계경제의 복합위기, 퍼펙트스톰 등으로 이상징후를 묘사하지만 실은 우리가 지난 몇년 동안 누렸던 유동성 잔치야말로 ‘뒤집힌 세계’가 아니었을까. 무엇을 사도 오르고, 누구나 투자의 고수가 된 듯 대박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그냥 대박도 모자라 돈을 복사한다는 표현이 회자되는. 거기서부터 모든 게 뒤집히기 시작한 건 아닐까?

미지의 괴물이나 연쇄살인마들은 가장 약한 대상부터 공격하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파악되고 제압되지 않으면 점점 대범해지고 노골적이 된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도 흡사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해 더 약탈할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의 방책이라며 더 많은 규제 철폐를 외치며 약탈의 자유를 도모할 것이다. 신기술만이 돌파구라 주장하며 기술의 우산 아래서 알아듣기 힘든 용어로 뒤범벅된 엉터리 투자제안을 선전하고 있을 것이다.

근원 모를 공포에 맞서는 방법은 뒤집힌 세계가 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빈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시장의 역동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성을 도모한다는 진리를. 대책 없는 규제철폐는 사기꾼과 약탈자들만 날뛰게 할 뿐, 실은 규제를 최신화하면서 게임의 룰을 더 예리하게 만드는 부지런한 행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술이 진정한 돌파구가 되려면 현란하고 허황된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그 기술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와 쓰임에 대한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평범한 상식을, 다시금 되새길 때다.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이야기는 어쩌면 탐욕과 공포에 매번 이리저리 휘둘리는 우리 자신의 반복되는 헛발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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