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을 대안적 경제정책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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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번 경방만 놓고 본다면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책임성' 부재를 문제 삼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떤 정부라도 행할 법한 통상적인 정책들도 많이 포진해 있는데, 그런 정책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행해지는 것을 두고 한국판 뉴딜의 계승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판 뉴딜은 단순히 언급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뉴딜이 담고 있는 위 네가지 정신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계승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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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김공회 |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달 16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경방)은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우석진 교수가 지난달 22일 이 지면에 내놓은 ‘방향 없는 새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라는 칼럼이 생각의 한 갈래를 대표한다. 그는 이 글에서 이번 경방이 경제문제 인식과 처방에서 일관성이 부족함을 질타했다. 나아가 그는 수많은 정책들 사이 우선순위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그 잠재적 원인으로 이번 경방이 정치적으로 책임질 경제사령탑 없이 ‘늘공’들에 의해 작성된 것을 꼽았다.
우선 이번 경방만 놓고 본다면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책임성’ 부재를 문제 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시야를 더 넓히면 사정이 좀 복잡해진다. 적정 수준의 정치적 책임성을 발휘하지 못하기로는 현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야당들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그들은 정부의 경방에 대항해 어떤 대안적인 경제정책방향을 내놓고 있는가?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두달 전만 해도 한 나라를 이끌던 세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 교수의 칼럼에서도 암시되듯이 이번 경방은 누가 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지난 정부의 유산마저도 내동댕이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 하나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민주당과 정의당 각각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잇따른 참패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진 당내 분쟁을 수습하는 데만도 벅찬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의 첫번째 경방이 내동댕이친 이전 정부의 유산 가운데 특기할 것은 ‘한국판 뉴딜’이다. 그것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라는 제목이 붙은 60쪽짜리 보고서에서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예견했기 때문일까? 지난 4월7일, 퇴임을 한달 앞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두고 다음 정부에서 “정책의 이름은 바뀌더라도 정책의 내용만큼은 지키고 더 발전시켜 나가면서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 정책으로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판 뉴딜을 계승·발전시킨다는 게 뭘까? 2020년 7월 시작된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 22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하는 대규모 기획으로 구상됐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떤 정부라도 행할 법한 통상적인 정책들도 많이 포진해 있는데, 그런 정책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행해지는 것을 두고 한국판 뉴딜의 계승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판 뉴딜의 계승이란 세세한 정책보다는 그것이 담고 있는 가치와 정신의 계승을 의미할 수밖에 없으며, 여기서 다음 네가지가 핵심이라고 여겨진다. 첫째 지속가능성이다. 한국판 뉴딜의 두개 축인 ‘디지털’과 ‘그린’은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 제안됐지만 동시에 현재 우리 경제가 가진 정보통신산업(ICT)에서의 강점을 영속화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삶터인 지구를 지킨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의미의 지속가능성을 담고 있다.
둘째, 포용성이다. 위와 같은 산업전환에 필요한 인력 양성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격차 해소까지도 뉴딜 범위에 든다. 셋째, 지역주도성이다. 어떤 경제정책이든 특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실행될 수밖에 없는데, 한국판 뉴딜은 이 점을 명확히 하면서 각 지역이 그 특성에 맞는 발전전략을 주도적으로 구상하고 실행할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끝으로, 한국판 뉴딜은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전략적 역할을 요구한다. 이는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의 구조개혁이 민간의 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수준임을 암시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판 뉴딜은 단순히 언급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뉴딜이 담고 있는 위 네가지 정신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계승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나 정부의 주52시간제 완화 움직임 등에서 드러나듯 포용성은 깡그리 무시되고 있으며, 민간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전략적 역할은 방기될 뿐 아니라 외려 공공부문 민영화라는 망령이 다시금 꿈틀대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지금 지리멸렬한 야당들에 제안한다. 한국판 뉴딜의 정신을 중심으로 대안적인 경제정책방향을 구성해 나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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