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빠져라" 막무가내 중대법 수사

김희래 2022. 7. 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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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고용부 수사에 기업 막막
사업주 변호사 대동 거부하고
기업 공간에 상주하며 조사
경영활동·피의자 방어권 침해
수사 과정서 이의제기 속출
"수사관 역량·권리 교육 시급"
"근로감독관들이 저를 돌려보내라고 사업주에게 소리치더군요. 변호사인 제게 직접 화를 낼 수 없으니 사업주를 압박한 겁니다." A변호사는 "최근 고용노동부의 수사 방식이 거칠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B기업 사업장에 지방청 소속 산업안전 근로감독관들이 현장조사를 나온 자리에 사업주가 변호사를 데리고 방문하자 근로감독관들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산업안전 근로감독관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반면, 형사사건 수사 경험과 절차적 권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근로감독관이 기업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등 근로감독관이 예민한 사건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진 만큼 피의자 방어권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법 절차 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산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재해 사건과 관련해 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의 무리한 수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근로감독관들은 형사 절차에 정통한 변호사가 현장조사나 참고인 조사 때 입회하는 것을 기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로펌 소속 C변호사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라고 하더라도 원한다면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며 "한 지방청에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기에 담당자와 다툰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근로감독관이 아예 수사 대상 기업 내부에 공간을 빌려 상주하면서 조사를 벌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형사사건은 수사기관에서 필요에 따라 피의자나 참고인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 사건은 계속 쌓이는데 고용부가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현장수사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달 22일까지 산업재해로 총 259명이 사망했다. 고용부는 그중 92건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수사를 진행했고 11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처리율이 10%대에 불과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사 역량도 문제지만 형사사건 경험이 부족한 감독관을 대상으로 한 절차적 권리 보장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하되 수사 과정에서 법이 보장하고 있는 피의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고용부 파견 검사가 나온 점은 눈길을 끈다. 4일부터 홍정연 부산지검 부부장 검사(사법연수원 37기)가 고용부에 파견돼 업무를 시작한다. 중대재해법 시행과 함께 제기돼 온 고용부의 수사 역량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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