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국제결핵연구소장 "결핵 퇴치, 성과 바탕으로 '대장정' 필요하다"

박효순 기자 2022. 7. 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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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항원 사용한 검사법 채택 제품들 개발돼 임상시험 중

■항생제 내성 해결과 잠복결핵 발병 예방에 국가적 투자를

“노령층 결핵 검진, 결핵의심 사례 관리, 잠복결핵 관리, 치료 지원, 진단-치료-백신 연구개발, 대응체계와 역량, 국제공조 등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집요한 노력을 지속하면 ‘어느날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결핵 퇴치의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덕형 국제결핵연구소장(65, 사진)는 지난 1일 경향신문과 비대면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연간 결핵 신환자 발생이 2020년 1만 9933명으로 결핵관리 역사상 처음 2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1년 1만 8335로 감소되었는데, 이는 결핵 퇴치를 위한 지속적 노력에 따른 성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결핵은 전신에 발병하지만 폐결핵이 가장 흔해 일반적으로 결핵 하면 폐결핵을 말한다. 폐결핵은 발열과 기침과 객담 등이 주요 증상이다. 또한 기운이 없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결핵은 전세계 인구의 약 25%가 감염되어 있고(잠복결핵), 이로 인해 한 해 1000만 여명의 환자와 15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행한다. 지난해 국내 신규 폐결핵환자 수는 1만8335명으로 10년 전인 2011년 3만9557명보다 절반 이상감소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전히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부는 제2기 결핵관리종합계획에서 ‘퇴치 수준’(인구 10만당 신환 발생률 10이하) 달성 목표년도를 2030년으로 제시했다.

이덕형 국제결핵연구소장이 서울 사무소에서 결핵 퇴치 전망과 정책 과제 등을 설명하고 있다. 국제결핵연구소 제공

이 소장은 “기본치료제인 아이나와 리팜피신 그리고 플루오로퀴놀론 계열 항생제와 항결핵 주사제에도 잘 듣지 않는 광범위내성 결핵이 큰 문제”라며 “광범위내성 결핵은 결핵퇴치 노력 중 매우 힘든 숙제이고 항생제 내성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결핵연구소는 어떤 기관입니까.

“2003년 체결된 한미 보건 양해각서의 후속 이행으로 2005년에 발족하였고 2009년 재단법인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연구소는 협력병원, 국내외 학계, 연구기관 그리고 연구지원기구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다제내성 결핵의 신약(베다퀼린, 델라마니드, 프레토마니드) 추가 치료와 치료기간 단축 임상 평가, 다제내성 결핵의 신속 진단을 위한 연구개발, 잠복결핵의 발병예방 기술개발 그리고 성인결핵 예방 차세대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대표적인 성과를 꼽으신다면.

“우선 진단에서 결핵임상진단제콘소시엄(TBCDRC), 혁신진단제재단(FIND)과 광범위내성 결핵 신속진단 검출 시스템에 사용될 차세대 분자표지를 개발했습니다. 또한 치료에서 미국 국립보건원과 국내 2개 병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다제내성·광범위내성 결핵에 대한 리네졸리드의 임상시험을 세계 최초로 수행하였고, 리네졸리드의 뛰어난 치료성공률(30%→79%)을 확인하여 치료 방식의 정립을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치료 평가에서도 미국 국립보건원 전산학자들과 협력하여 PET-CT 영상의 정량적 분석으로 새로운 임상치료의 효능 측정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한편, 정책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잠복결핵 관리 정책에 대한 세계 최초 국제회의를 통해 정책방향 확립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습니다.”

경남 창원시 국제결핵연구소 본사에서 이덕형 연구소장이 포즈를 취했다. 국제결핵연구소 제공

―국내 결핵 퇴치 전망은 어떻습니까.

“결핵 퇴치의 실제적 장애 요인은 6개월 이상의 약물 복용 치료기간과 간독성 등 약제 부작용입니다. 최근 효과적인 신약의 등장으로 다제내성 결핵 치료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리팜핀 이후 40년 만에 결핵 신약 베다퀼린이 나왔고(2012) 이어서 델라마니드, 프레토마니드가 나와 다제내성 결핵 치료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올해는 제3기(2023~2027) 결핵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할 텐데, 퇴치 목표를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전염병인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국가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본적인 국제공조 역할에 더하여 세계 1700여 개인과 단체가 참여한 결핵퇴치 글로벌 협력체계 ‘STOP-TB 파트너십’이 결핵퇴치 재원 마련, 프로젝트 개발과 옹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은 국가 재원을 공적원조 기금형태로 WHO, Global Fund, UNICEF, UNITAID 등에 제공하면서 특정 국가의 결핵퇴치 기반시설 확충과 결핵퇴치 인력훈련에 기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제협력단(KOICA)도 국제질병퇴치기금으로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TB Alliance(미국), KNCV결핵재단(네덜란드)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 7개국에 새로운 다제내성 결핵 치료법(베다퀼린,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 혼합) 도입을 지원하는 결핵신속치료혁신 사업을 수행 중입니다.”

국제결핵연구소는 다제내성 결핵의 신속 진단을 위해 결핵임상진단제 컨소시엄(TBCDRC), 혁신진단제 재단(FIND)과 광범위내성 결핵을 2시간 내에 검출할 수 있는 자동진단시스템을 개발하여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다. 후속으로 국내기술 기반의 공동연구를 통해 ‘현장형’ 다제내성 결핵 진단도구(키트)를 개발 중이다.

이덕형 국제결핵연구소장이 창원시 본사에 걸려 있는 2009년 다제내성결핵 협력연구 의향서 체결 장면 앞에서 감회에 젖어 있다. 액자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이덕형 질병정책관, A.Fauci 미국 국립보건원 감염병연구원장, 송선대 국제결핵연구소 이사장. 국제결핵연구소 제공

―잠복결핵의 발병예방 기술 개발 현황과 전망은.

“잠복결핵의 5~10%가 결핵으로 발병합니다. 그러니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잠복결핵의 발병 예방을 위한 효과적 개입과 관련 연구의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한편 잠복결핵의 정확한 진단법이 필요한데, 현재 투베르쿨린 검사는 간편하고 비용이 낮지만 위양성 비율이 높고, 인터페론 감마 검사(IGRA)는 진단의 정확도는 높으나 고가의 검사장비를 갖춘 실험실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특이항원을 사용한 검사법(TBST)을 채용한 제품들이 개발되어 임상시험 중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결핵관리 프로그램, 다제내성 결핵에 관한 풍부한 치료경험, 결핵 관련 바이오자원 그리고 기초연구 기반기술을 갖추고 있다. 국제적으로 결핵퇴치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그리고 현실적으로 매우 희소한 연구인력의 확보유지에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다. 이 소장은 “결핵 연구를 위한 고위험병원체 실험실이 유지되게 하고, 새로운 진단키트나 치료제 및 차세대 결핵백신의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안정적 공적기금이 담보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덕형 소장은] 보건복지부 방역과장, 질병정책과장, 국립마산(결핵)병원장, 질병정책관,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 질병예방센터장, 본부장직무대리를 역임한 공중보건 전문가이다. 2021년 10월부터 국제결핵연구소 제3대 소장을 맡고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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