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랑벌레' 공습, 왜..연신내·삼송까지 번져 긴급방역

강한들 기자 2022. 7. 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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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한 주차장 바닥에 죽어 있는 털파리류. 윤은지씨 제공

서울 은평구에 사는 윤은지씨(27)은 최근 주차장에서 전에 보지 못한 1㎝ 남짓 검은 벌레들이 바닥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거부감이 들었다. 윤씨는 “주차장과 차에 검은색 종이가 붙어 있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 벌레였다”며 “은평구에 쭉 살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은평구 거주 중인 김영준씨(47)도 “갑자기 개체 수가 확 불어 집앞 곳곳에서 짝짓기하고 있었다”며 “무슨 벌레인지, 왜 이렇게 많이 생겼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 경기 고양 일대에서 암수가 한 쌍으로 있는 모습이 많이 관찰돼 이른바 ‘사랑벌레’(러브버그)로 불리는 털파리류가 도심에서 떼로 목격돼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말 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목격담이 이어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negakxxxxxxxxx)는 2일 “불광 연신내 구파발 지축 삼송까지 지하철역 근처 가면 사람들이 벌레가 달라붙어서 비명 지르면서 뛰어간다”며 “한 매장에는 주인이 청소기로 벌레를 빨아들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트위터 사용자(@myloxxxxxxx)는 “구파발이랑 연신내에는 바닥이 검은색”이라며 “다른 구에 갔다가 다시 은평구로 들어가는데 너무 가기 싫었다”고 말했다.

1㎝ 정도 길이의 검은 벌레 한 쌍이 2일 서울 서대문구 한 의류 매장 창문에 붙어 있다. 강한들 기자

전문가들은 이 벌레가 ‘털파리류’에 속한 종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벌레가 ‘플리시아 니악티카’라는 외래종인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플리시아 니악티카’도 털파리류는 맞지만, 아메리카 대륙을 위주로 서식하고 있는 종”이라며 “현재까지의 사진 자료들을 통해서는 자생종일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국가 생물종 목록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 서식하는 ‘털파리류’는 12종이다. 털파리류 중 하나로 주로 산과 들에 서식하는 검털파리는 지난 2013년 도심에 출몰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독성이 있다거나, 질병을 옮기는 등 위험한 곤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외래종이고, 기존 생태계에 천적이 없는 경우에는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장을 지낸 배연재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자생종이면 대발생을 하더라도 대부분 일시적 증가고, 생태계에서 소화할 수 있는 먹이사슬 관계가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해소가 된다”며 “외래종의 경우는 과거 꽃매미가 유입돼 포도밭에 피해를 줬던 것처럼 피해를 줄 수 있고, 확산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랑벌레 대발생’의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장마로 인한 습도 상승 혹은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 기온 상승 등이 이유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했다. 통상적으로 털파리류는 일 년에 한 번, 늦봄에서 초여름에 성체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의 발생 시기는 늦은 편이다. 이는 올봄의 ‘역대급’ 가뭄의 영향으로 토양에 적정한 습기가 없어 유충의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성장이 늦춰지다가 비가 오기 시작하니 발생이 한꺼번에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겨울 기온’도 이유일 수 있다. 2년 전 장마 시기 대발생한 곤충 방제 업무를 했던 이상훈 국립생태원 박사는 “곤충의 대발생은 일반적으로 겨울철 기온이 따뜻해진 것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겨울이 추우면 알의 생존률이 떨어지는데, 그렇지 않고 알이 많이 부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짝짓기한 털파리의 알이 생존하기에 도심이 좋은 환경은 아니다. 털파리류의 유충은 토양에 살며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등을 토양으로 바꾸고, 공기 순환을 돕는 등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도심 지역에서 유충이 성장할 조건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변혜우 연구관은 “도시에는 (털파리류의) 유충이 성장하기 좋은 조건도 아니고, 토질도 좋지 않다”며 “살아남을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부화하는 털파리류의 특징, 짧은 성충 시기 등을 고려하면 확산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비가 세차게 온다면 털파리류는 더 많이 죽을 수 있다. 은평구는 2일 “사랑벌레 긴급 방역을 진행 중”이라며 “주민에게 혐오감, 미관상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서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평구는 이 벌레의 봉산, 앵봉산, 이말산 등 산지를 확산의 근거지로 보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4일 고양시 등 현장 일대를 조사해 표본을 채집하고, 확산 원인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1㎝ 정도 길이의 검은 벌레 한 쌍이 2일 서울 서대문구 한 매장 유리문에 붙어 있다. 일명 ‘사랑벌레’로 불리는 털파리류 벌레는 비행을 할 때도 암수가 한 쌍으로 움직이는 습성이 있다. 강한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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