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vs '세대교체'.. 野 당권구도 이재명·97그룹 양분
전당대회 룰 확정 두고 셈법 복잡
친문 향방·97그룹 단일화 등 변수
'도전자'들 연일 이재명 압박·견제
침묵을 지켜오던 친명계는 최근 집단행동에 나서며 사실상 이 상임고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고, 친문(친문재인)계 대항마로 평가받던 전해철·홍영표 의원이 불출마하며 비워둔 자리를 97그룹이 채우면서 당권 대진표가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97그룹 ‘양강양박’(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중 박주민 의원을 제외한 세 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박 의원은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2년 뒤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어 양측은 룰 세팅 등 전대 레이스 초반부터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는 현재 민주당에는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고문이 대선에 패한 뒤 나섰던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며 입지가 좁아졌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그럼에도 최근 대선후보 선호도를 물은 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당내 영향력은 여전하다. 이 고문 외에 당을 이끌만한 정치적 무게감을 가진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대안부재론’ 역시 친명계가 내세우는 출마 근거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사분오열된 당을 일으켜 세우려면 결국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며 “이 고문 외에 대안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97그룹은 ‘이재명 책임론’을 중심으로 이 고문의 당대표 불가론을 내세우는 한편,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앞세운다. 이 고문이 당 대표에 오르면 ‘친문 대 비문’ 대결로 홍역을 앓았던 당이 다시 한 번 친명과 비명(비이재명)으로 갈려 고질적인 계파 갈등에 시달릴 것이라는 점도 이들이 내건 출마 명분 중 하나다. 특히 이들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연이은 선거 패배 속에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수는 97그룹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다. 이 고문을 막고 세대교체를 이루자는 취지 아래 ‘반명(반이재명)’ 결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는 4일 회의를 열고 전대 규칙 상당 부분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만큼 친명계와 97그룹을 비롯한 비명계는 팽팽한 샅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전준위는 대의원 비중을 25~30%로 낮추고 권리당원 비중은 40~45%로 유지하거나 소폭 높이고, 일반국민은 25~30%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현재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의 비율을 반영한다.
친명계는 대의원의 투표반영 비율을 줄이는 동시에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늘리고, 당 대표 권한이 강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리당원의 지지세가 강한 친명계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사실상 임명하는 대의원들이 ‘계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당원 지지세가 약한 97그룹의 경우 일반 국민의 여론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 국민 여론을 대폭 늘려 절반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거권과 피선거권 규정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특히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경우 이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출마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갈릴 수 있다. 현행 당규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만이 당대표 선거에 나설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치르는 시점을 기준으로 입당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아 권리당원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권리당원 기준이 현행대로 유지되면 박 전 위원장은 출마를 선언해놓고도 출마를 할 수 없게 된다.
박 전 위원장은 3일 자신의 당 대표 출마 자격 논란과 관련해 “당헌·당규에 나오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저의 출마를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은 허위뉴스”라며 “실제로 이 규정에 따라 지방선거 때 김동연 후보도 비대위와 당무위 의결을 거쳐 경기도 지사 경선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권리당원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당내 경선 출마가 허용됐던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와 함께 투표권 자격조건 역시 논란거리다. 권리당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기준을 ‘6개월 이상 당비 납부’로 할지, ‘3개월 이상 납부’로 할지도 관건이다. 현행대로 ‘6개월 이상’으로 결론이 나면 대선 때 유입된 권리당원의 투표권이 제약돼 이 고문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이 고문을 지지한다며 대선 이후 입당한 신규 권리당원들은 약 20만명에 달한다. 전준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권리당원 투표권 기준은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기준이 완화되면) 일거에 가입했다가 빠져나가는 경우가 생겨 당심이 왜곡될 수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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