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vs '세대교체'.. 野 당권구도 이재명·97그룹 양분

조성민 2022. 7. 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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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단체행동·'양강양박' 출사표
전당대회 룰 확정 두고 셈법 복잡
친문 향방·97그룹 단일화 등 변수
'도전자'들 연일 이재명 압박·견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8·28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구도가 크게 ‘이재명 대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며 대세론을 앞세운 친명(친이재명)계에 97그룹이 당 지도부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맞서는 구도다.

침묵을 지켜오던 친명계는 최근 집단행동에 나서며 사실상 이 상임고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고, 친문(친문재인)계 대항마로 평가받던 전해철·홍영표 의원이 불출마하며 비워둔 자리를 97그룹이 채우면서 당권 대진표가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97그룹 ‘양강양박’(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중 박주민 의원을 제외한 세 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박 의원은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2년 뒤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어 양측은 룰 세팅 등 전대 레이스 초반부터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이 고문이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지만, 97그룹 단일화 등에 따라 이변이 생길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전격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시 당내 쇄신론에 불을 댕길 태세를 보이고 있어, 당권경쟁에 변수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연합뉴스
◆친명 “강력한 리더십” vs 97그룹 “이재명 책임론”

친명계는 현재 민주당에는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고문이 대선에 패한 뒤 나섰던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며 입지가 좁아졌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그럼에도 최근 대선후보 선호도를 물은 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당내 영향력은 여전하다. 이 고문 외에 당을 이끌만한 정치적 무게감을 가진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대안부재론’ 역시 친명계가 내세우는 출마 근거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사분오열된 당을 일으켜 세우려면 결국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며 “이 고문 외에 대안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97그룹은 ‘이재명 책임론’을 중심으로 이 고문의 당대표 불가론을 내세우는 한편,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앞세운다. 이 고문이 당 대표에 오르면 ‘친문 대 비문’ 대결로 홍역을 앓았던 당이 다시 한 번 친명과 비명(비이재명)으로 갈려 고질적인 계파 갈등에 시달릴 것이라는 점도 이들이 내건 출마 명분 중 하나다. 특히 이들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연이은 선거 패배 속에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젊은 지도부를 세워 당의 체질을 바꾸고 당내 주류세력 교체를 이뤄 진정한 쇄신을 해보자는 당 ‘쇄신론’ 역시 핵심 화두다. 특히 지방선거 과정에서 ‘86그룹(60년대생·80년대 학번)’ 용퇴론을 들고나온 박 전 비대위원장의 경우 당 대표 출마가 허용된다면 쇄신론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일 전대 출마를 예고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해철·홍영표 의원의 불출마로 갈 곳 잃은 친문 표심이 어디로 갈지도 이번 전대에서의 주된 관심사다. 이 고문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97그룹 중에는 강병원 의원이 친문 표심과 접점이 많을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강훈식 의원의 경우 대선 당시 핵심 보직인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이재명 고문을 도왔다는 점에서 친명계와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평가가 있다. 박용진 의원의 경우에는 비주류로서 그간 주류였던 친문계와 각을 세워 왔던 만큼 친문계의 표심을 흡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수는 97그룹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다. 이 고문을 막고 세대교체를 이루자는 취지 아래 ‘반명(반이재명)’ 결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박용진 의원은 당권도전을 공식화한 지난달 29일 ‘비(非) 이재명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그런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하는 것이 아닌, 단지 1등 주자에 반대하기 위한 연합은 낡은 정치적 계산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병원 의원 역시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연히 (단일화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그런데 너무 빠른 얘기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당선을 위한 단일대오가 세대교체라는 구호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전대 룰 따라 희비 갈려…확정 후에도 갑론을박 계속될 듯

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는 4일 회의를 열고 전대 규칙 상당 부분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만큼 친명계와 97그룹을 비롯한 비명계는 팽팽한 샅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전준위는 대의원 비중을 25~30%로 낮추고 권리당원 비중은 40~45%로 유지하거나 소폭 높이고, 일반국민은 25~30%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현재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의 비율을 반영한다.

친명계는 대의원의 투표반영 비율을 줄이는 동시에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늘리고, 당 대표 권한이 강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리당원의 지지세가 강한 친명계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사실상 임명하는 대의원들이 ‘계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당원 지지세가 약한 97그룹의 경우 일반 국민의 여론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 국민 여론을 대폭 늘려 절반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거권과 피선거권 규정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특히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경우 이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출마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갈릴 수 있다. 현행 당규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만이 당대표 선거에 나설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치르는 시점을 기준으로 입당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아 권리당원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권리당원 기준이 현행대로 유지되면 박 전 위원장은 출마를 선언해놓고도 출마를 할 수 없게 된다.

박 전 위원장은 3일 자신의 당 대표 출마 자격 논란과 관련해 “당헌·당규에 나오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저의 출마를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은 허위뉴스”라며 “실제로 이 규정에 따라 지방선거 때 김동연 후보도 비대위와 당무위 의결을 거쳐 경기도 지사 경선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권리당원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당내 경선 출마가 허용됐던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와 함께 투표권 자격조건 역시 논란거리다. 권리당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기준을 ‘6개월 이상 당비 납부’로 할지, ‘3개월 이상 납부’로 할지도 관건이다. 현행대로 ‘6개월 이상’으로 결론이 나면 대선 때 유입된 권리당원의 투표권이 제약돼 이 고문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이 고문을 지지한다며 대선 이후 입당한 신규 권리당원들은 약 20만명에 달한다. 전준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권리당원 투표권 기준은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기준이 완화되면) 일거에 가입했다가 빠져나가는 경우가 생겨 당심이 왜곡될 수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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