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협력 확대 가속화..국민들은 거부감, 윤 정부의 '딜레마'[뉴스분석]
지난달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3국 협력이 군사분야 협력을 목표로 확대될 것임을 기정사실화한 외교 이벤트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담을 주재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나토의 전략개념을 수정하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나토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 것을 환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국 협력을 강조했으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거론하면서 3국 안보 협력을 일본의 방위력 강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미·일 군사 협력은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한·일 갈등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이후 3국은 북핵 수석대표 협의와 차관급 협의를 가진 데 이어 지난달 1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3국 결속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 당국자들은 ‘3국 협력’(trilateral cooperation)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쓰지만, 미국의 의중은 군사분야 협력 확대에 실려 있다. 특히 3국의 연합군사훈련 성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미·일 군사 협력이 생소한 것은 아니다. 3국은 그동안 북한 핵·미사일 대응 관련 정보 교환이나 비전투 분야 협력 등을 유지해왔다. 다국적 해상훈련인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도 한·일이 함께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처럼 제한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3국 군사 협력을 확대하고 연합훈련도 정례화하기를 원한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정책에 무엇이든 적극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3국 군사 협력 확대는 선뜻 환영하기 어려운 민감한 문제다. 일본이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이 없고 과거사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과 군사 협력을 확대 강화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국내적 반발과 정치적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한·미·일 군사 협력의 범위를 북한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미국의 세계전략에 필요한 분야로 확대하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군사 협력을 거론할 때 항상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미국은 한·미·일 군사 협력이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더 나아가 그 이상으로 확대되기를 원한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북한의 위협 대응에서 중국 견제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로 중심이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한·미·일 협력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넘어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일부로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이번 3국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을 ‘3국 동맹’이라고 표현하면서“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공동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와 관련해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한·일 양국 간에 해결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좀 건너뛰는 얘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3국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지역 및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3국 협력 강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한·미·일 협력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중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일 협력이 군사 분야로 확대되고 북한 문제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한국도 동의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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