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마저 몸값 확 꺾인다"..벤처업계 몰아치는 'D의 공포'
'클럽딜' 방식 위험 분담 선호
초기 투자보다 상장 전 투자서
기업가치 거품 조정 속출할 듯
투자절벽서 모태펀드 역할 커져
◆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③ ◆
3일 스타트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상장기업의 후속 투자시장에서 리드투자자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에서 리드투자자는 투자금의 가장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추가적으로 소액 펀드나 유관 기업과 같은 동료 투자자를 모아 최종 투자 액수와 시점을 완성하는 일종의 주관사 역할을 한다.
한 유명 벤처사 대표는 "최근 투자시장에 매물은 많지만 리드를 맡을 투자자의 씨가 마르고 있다"며 "확신이 없으니 서로 소위 간만 보는 형국으로, 과거 좋은 기업에는 투자를 비밀에 부치고 혼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도 서로 '네가 리드하면 나도 조금 할게'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니콘으로 거론된 기업도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으로, 시장이 그만큼 얼어붙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나스닥 상장으로 주목받았던 쿠팡의 주가 하락과 데뷔를 앞둔 컬리에 대한 불확실성도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당근마켓'이나 '오늘의집'처럼 수천억 원을 투자받은 국내 유니콘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아직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투자 당시 기업가치 측정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 자회사인 버텍스홀딩스의 추아 키록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벤처업계의 투자 거품 조정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이 국면에서 창업자들이 떨어지는 숫자(기업가치)에 낙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기업가치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성장 여력을 더 높이는 데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팬데믹 속 과잉 유동성에 따른 후유증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세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은 1104개를 기록했으며, 기업가치가 유니콘의 10배(100억달러)인 데카콘 기업도 54개로 나타났다. 데카콘 기업은 2019년 초 15개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31개로 늘었고, 다시 1년 만에 54개가 됐다. 그동안 벌어졌던 스타트업 가치 인플레이션에 대한 향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민간 자금 위주의 시장이 형성된 해외와 달리 정부 모태펀드 자금이 기반이 된 국내는 투자 여건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민간 자금은 곧바로 투자가 동결될 수 있지만, 정부 자금을 위탁받은 운영사는 특정 기간 내에 자금을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혹한기에서도 투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투자사 대표는 "산업은행이나 국민연금 등 각종 공제회 투자금은 투자가 집행돼야 해당 VC가 운용수수료로 매출을 낼 수 있고, 집행이 안 되면 페널티를 물기 때문에 어떻게든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변재극 더브이씨 대표는 "국내에선 정부가 스타트업에 돈을 대는 '모태펀드'에 지속적으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점이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VC 위주인 실리콘밸리와 다른 것으로, 국내 대기업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확대하는 것도 스타트업들에는 일종의 안전망이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스타트업 설립자금(시드 투자)이나 시리즈A 같은 초기 투자시장에서는 비교적 활발한 투자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5월 시리즈A 투자는 총 586억원으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시리즈C나 상장 전 투자(프리IPO) 단계와 비교할 때 시리즈A는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작지만, 향후 투자 회수 시기가 5~7년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투자 부담이 덜하다는 시각이다.
[진영태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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