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킥보드·드론업체 제품개발 막혀 줄줄이 '脫한국'

김동현 기자 2022. 7. 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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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등 공유 킥보드 해외기업들
신기술 제도 도입 안돼 결국 철수
비행승인 늦어져 드론도 지지부진
"현안에 관심 갖고 규제 해소해야"
서울 강남구의 한 지하철역 앞에 안전모와 함께 전동 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공유 킥보드 업체 중 하나인 라임은 이달 중순 한국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라임코리아 측은 “연속적인 도로교통법 개정과 지자체별로 상이한 세부 정책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전동 킥보드 업체의 한국 사업 중단은 처음이 아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싱가포르 기업 뉴런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독일 업체 위드는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시대 흐름에 반하는 각종 규제가 신규 산업의 발목을 잡으면서 해외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시장에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적합한 제도를 신설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존 법령이 신규 서비스를 따라가지 못해 어처구니없는 장애물로 작용하는데도 규제 해소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는 개인형이동장치(PM)의 경우 규정과 통행 원칙, 사업자와 관계 기관의 의무를 담은 일명 ‘PM법’이 2020년 9월과 11월 두 차례 발의된 후 2년 가까이 무관심 속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다. 업계에서는 PM 자체의 법적 정체성이 모호하다 보니 규제 예측성이 떨어지며 사업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동근 한국퍼스널모빌리티협회 사무국장은 “산업을 활성화하고 법을 신설하려면 규제 대상의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한데 정부나 국회 모두 현안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없어 보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PM 전용 면허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앞서 규제 당국은 명확한 기준 없이 PM 관련 사회적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조금씩 도로교통법을 수정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실제로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소형 오토바이와 비슷하게 취급되지만 같은 법 제12조 2에 따르면 차도에서 좌회전할 수 없어 자전거처럼 분류되기도 한다. 관계 기관인 경찰청도 공감대를 이뤄 2020년 말 입법 추진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하다.

킥보드 견인 제도는 가장 뼈 아픈 규제 중 하나다. 입법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킥보드 불법 주정차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높아지자 지자체들은 저마다 킥보드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국에서 제도가 가장 먼저 시행된 서울시에서는 차도뿐 아니라 지하철역 진출입로, 버스 정류소와 택시 승강장 10m 이내, 점자 블록에 세워진 전동 킥보드를 견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대당 4만 원의 견인료가 해당 업체에 부과된다.

대한적십자사가 지난달 드론을 이용한 현장 조사와 고립 지역 구호품 전달 시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론 제조 업체들도 활발한 제품 개발을 막아서는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드론 개발 과정에서는 데이터 축적과 문제 수정을 위한 신속하고 반복적인 시험비행이 필수지만 항공안전법 제127조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일부 초경량비행장치비행공역(UA)에서만 비행이 가능하다. 드론 업체 대표인 A 씨는 “정부가 특정한 일부 지역 밖에서 시범비행을 하려면 비행 때마다 관할 지방항공청이나 군 당국에 비행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며 "비행 승인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개발 진행 속도가 더뎌지는 상황이 어김 없이 초래된다”고 토로했다.

중대형 드론의 경우 시범비행조차 불가능하다. 현행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50㎏을 초과하는 드론은 조종 자격 증명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화물을 포함해 평균 150~600㎏가 나가는 중대형 드론은 철탑 물류 이송, 소방 헬기 대체 등 활용도가 높지만 운행 자체에 대한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스타트업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 편익을 증진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고 중견·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 영역의 지원과 대기업들의 관심에 기반한 발 빠른 규제 해소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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