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3 이상 자율車 '임시운행'만..美日처럼 실제주행 제도화 필요
<7>낡은 법에 발목잡힌 미래산업
자율車 운행대수 美 7분의1 수준
獨선 벌써 레벨4 허용법 제정하고
日, 자율주행 시스템 시판까지 승인
韓만 주행노선 제한에 상용화 더뎌
UAM은 인증·안전·지원제도 미비
로봇도 中 저가형 모델이 잠식할 판
3200만 ㎞ vs 72만 ㎞.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시험 운행 누적 거리는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가 미국에서 서비스한 거리의 2.25%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는 1400대가 넘는 반면 한국은 220여 대에 그친다. 그마저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운행하지 못하고 정해진 노선만 반복적으로 운행하는 셔틀 형태로 자율주행차가 운영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한 축으로 꼽히는 자율주행 시장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법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0년 71억 달러에서 2035년 1조 달러로 연 평균 41%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2030년에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차량이 전체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빠르게 미래차 시장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레벨3의 자율주행 기술은 제한된 범위에서 자율주행하되 필요할 경우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업계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는 시험을 위한 임시 운행만 가능하다. 특히 대부분의 시범운행에서 보조 운전자의 탑승이 요구되는 데다 주행 가능한 도로도 특정 노선으로 제한돼 있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의 기반을 이루는 데이터 축적에 한계가 있다. 미국·독일·일본 등이 이미 레벨3 자율주행차의 실제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요건을 완비한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은 지난해 레벨3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레벨4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는 자율주행법을 제정했다. 일본은 독일보다 한발 앞서 도로운송차량법 개정을 통해 레벨3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제도를 손 보고 혼다의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 시판까지 승인했다. 일찌감치 주 정부 법안을 통해 레벨3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허용한 미국에서는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가 GM크루즈 무인자율주행차의 유료 승객 탑승 서비스를 허가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천서형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운행 시 비상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더불어 다양한 프로토콜이 마련돼야 한다”며 “자율주행차 도입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분야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상황도 비슷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UAM 시장 규모가 2020년 70억 달러에서 2040년에는 1조 50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드론·에어택시 등 향후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해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지만 인증·안전·지원 등 전반적인 법 제도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정부는 UAM의 정의부터 도심 이착륙장(버티포트) 관련 규정, 실증 사업 지역 지정 등을 아우르는 UAM 특별법 제정을 현재 추진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한발 앞서 UAM 상용화를 위한 지원과 제도 정비에 나선 상태다. 2000년대 초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중심으로 개인용비행체(PAV) 연구를 시작한 미국은 최근 들어 기체 개발 등 UAM 상용화의 필수 요소들을 연구 개발 중인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은 2019년부터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PAV 등 차세대 항공기에 대해 기존 항공기와 구분되는 새로운 감항 기준을 마련하는 등 신사업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다른 첨단 사업으로 분류되는 로봇 분야에서도 실정과 맞지 않는 규제로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기업은 물론 각종 스타트업들도 서빙로봇·산업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서빙로봇을 운행하려면 현장 요원 대동, 관할청 허가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샌드 박스 제도 등 일시적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달리 해외에서는 자유로운 개발 환경을 보장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배달 로봇 서비스가 상용화돼 있고 각종 규제 해소와 표준 마련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의 성장세도 매섭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물밀 듯이 들어오는 저가형 로봇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각종 안전기준을 마련해 표준에 맞춰 생산하는 국내 로봇 기업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ways@sedaily.com강해령 기자 h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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