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고 설립한다고 내준 허가, 골프장 사업권만 팔렸다.. 눈뜨고 코 베인 경북도

김현수 기자 2022. 7. 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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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명문 골프장 콩가리 골프클럽 전경. CJ제공.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골프장과 연계한 골프특성화고를 설립하겠다며 골프장 건축허가를 받은 경북 군위 ‘산타클로스 골프고등학교 조성사업’이 무산됐다. 사업 시행자는 10년 넘게 골프고 설립을 추진하지 않은 채 골프장부지와 골프사업권만 민간업체에 매각하면서 특성화고 설립은 물 건너가고 골프장만 착공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북도는 사업 시행자가 실시계획 신청 당시 골프고 설립계획 승인이 취소된지도 모르고 실시설계 인가를 내주면서 ‘눈 뜨고 코 베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업 시행자 A법인은 2009년 경북 군위군 일대에 국내 최초 학교와 골프장이 복합된 ‘산타클로스 골프고 및 골프장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지구 면적은 골프고 8만8055㎡, 골프장 132만9479㎡(18홀)로 사업비는 763억원으로 추정됐다.

당시 골프장이 들어설 지역은 농림지역과 보전관리지역으로 현행법상 골프장 건축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하지만 A법인은 특성화고 설립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골프장 운영을 통해 주민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조건으로 2017년 12월 경북도의 지역개발사업 실시계획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이후 실시계획이 승인되면서 해당 지역은 골프장 건축이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A법인이 2017년 2월 경북도에 실시계획을 신청할 당시 골프고 설립계획이 전무 했지만, 경북도가 경북도교육청에 확인 절차 없이 ‘승인’ 처리했다는 점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건물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A법인은 2006년 학교시설 건립기간 부족으로 골프고 설립계획 승인이 취소됐다. 이후 2007년 학교 설립계획 승인을 받았지만, 2011년 다시 취소됐다.

사업 승인은 받은 A법인은 2018~2019년 골프장부지와 골프사업권을 민간업체에 매각했다. 이후 2020년 9월 법인을 해산하겠다고 경북도교육청에 통지했다. 결국 농림지역 및 보전관리지역에 민간업체가 조성하는 골프장만 들어서게 된 셈이다.

민간업체는 2020년 11월 골프장 착공신고서를 제출한 후 골프장 건설공사를 시작했다. 현재 공정률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A법인은 2007년 당시 골프장 수익을 통해 골프고를 운영하겠다는 자금계획서를 제출해 설립계획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현재는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학교로 가져올 수 없는 구조다. 학교 운영자금 계획이 불분명한 만큼 부실 고등학교 운영 위험성이 있어 승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경북도가 경북도교육청과 골프고 설립에 관해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실시계획을 승인을 내준 것은 관련법 위반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A법인이 골프고 설립을 위한 절차를 추진하지 않고 골프사업권 매각, 학교법인 해산 절차에 착수했는데도 A법인의 요구에 따라 시행자 대표자 명의 변경, 골프장 착공 등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시행자 지정 취소, 실시계획 승인 취소, 공사 중지 등 적정한 조치 방안을 마련할 것을 경북도에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경북도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끼리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사안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골프장의 경우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골프고 설립이 아니더라도 골프장 이익을 공공에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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