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상병수당 시범사업 시작..'아파도 일하는 문화' 개선될까
노동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소득을 지원하는 내용의 ‘상병수당’이 시범사업으로 4일 국내에서 처음 시작된다. ‘아프면 쉴 권리’를 국가 차원에서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대기시간이 길고 보장 수준이 낮아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4일부터 서울 중로, 경기 부천, 충남 천안, 전남 순천, 경북 포항, 경남 창원 등 6개 시·군·구에서 3년간 실시된다. 질병과 부상으로 인해 일을 못하는 노동자는 하루에 기준 최저임금의 60%(4만3960원)를 상병수당으로 받는다. 3가지 모델로 나뉘는데, 모델에 따라 대기기간은 3일, 7일, 14일이며 최대 보장기간은 90일, 120일이다. 대기기간은 휴무 시작일부터 상병수당 지급 개시일까지의 기간으로, 대기기간이 7일이라면 8일째부터 상병수당을 받게 된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또는 고용보험에 가입돼있는 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 등도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다. 공무원이나 고용보험 출산전후휴가급여·육아휴직급여·실업급여를 받는 사람, 산재보험 휴업급여를 받는 사람,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등을 받는 사람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상·질병의 유형이나 진단명에 제한을 두지는 않으나, 미용 목적의 성형 등 필수적이지 않은 진료, 출산관련 진료로 합병증 등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복지부는 상병수당을 부상·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 및 빈곤의 위험에 대응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증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안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아파도 일하는 문화’가 고착화됐음에도 상병수당 도입 자체는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2020년 9월 ‘우리나라의 병가제도 및 프리젠티즘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 논의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아파도 출근할 사람의 비율’(23.5)이 ‘아파서 쉰 비율’(9.9%)의 2.37배로, 유럽국가들 평균인 0.81배보다 크게 높았다. 이런 비율은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일용직, 용역업체 노동자,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계약직 노동자, 저임금 노동자에게서 특히 높았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상병수당이 도입되지 않은 나라는 미국과 한국뿐이다. 국민건강보험법 50조에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상병수당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의무가 아닌 임의 규정이며 시행령에 관련 내용도 없다.
정부는 시범사업 후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25년에 상병수당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뒤늦게라도 도입한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상병수당이 지급되기까지 대기기간이 길고 보장 수준이 낮아 ‘반쪽짜리’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없는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 등은 대기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득에 공백이 생겨 결국 상병수당 제도 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60%의 보장 수준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권고하는 ‘직전 소득의 60%’에 못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보사연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93개의 민간기업(상시 10인 이상 근로자 고용 사업장)의 취업규칙 자료를 분석한 결과 취업규칙에 따른 병가제도가 있는 곳은 42% 수준이었고, 유급으로 병가를 제공하는 기업은 7.3%에 불과했다. 이에 상병수당 제도가 실질적으로 ‘아파도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 유급휴가를 근로기준법 등에 명시해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상병수당을 최대한 빨리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상병수당의 보장 수준을 현실에 맞게 높이고, 시범사업 기간을 단축해 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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