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낙태권 지지' 공화당 거물 정치인에 훈장 수여

김태훈 2022. 7. 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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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7월4일)을 앞두고 오랫동안 낙태권 제한에 반대해 온 공화당 전직 정치인에게 '대통령 자유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키로 해 눈길을 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심슨의 자유메달 수훈을 계기로 낙태권 이슈가 새 국면을 맞길 기대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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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와이오밍주 상원의원 지낸 심슨
'대통령 자유메달' 수훈 대상자로 선정
"공화당 온건·중도파에 손 내밀어" 분석
올해 91세인 앨런 심슨 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와이오밍주). 민주당 출신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그를 ‘대통령 자유메달’ 수훈 대상자로 선정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7월4일)을 앞두고 오랫동안 낙태권 제한에 반대해 온 공화당 전직 정치인에게 ‘대통령 자유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키로 해 눈길을 끈다. 대통령 자유메달은 미국에서 군인 아닌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훈장으로, 군인에게 주어지는 ‘명예훈장’(Medal of Honor)과 쌍벽을 이룬다. 이를 두고 여성의 낙태권 보장 입법을 추진하고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여야의 초당적 대응을 염두에 두고 야당인 공화당 내 중도파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7일 자유메달을 수여할 수훈자 17명을 선정하며 앨런 심슨(91) 전 연방 상원의원을 포함시켰다. 심슨은 공화당 소속으로 1979년부터 1997년까지 18년간 와이오밍주(州)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을 지냈다. 백악관은 심슨의 수훈 사유와 관련해 “공직에 있는 동안 선거자금제도 개혁과 동성결혼 등 여러 사안에서 강력한 옹호의 목소리를 냈다”고 설명했다.

심슨이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여기는 이들 사이에서조차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은 다소 뜻밖이란 반응이 나왔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 고(故) 스티브 잡스(사후 추서), 베트남 전쟁영웅 출신의 전직 상원의원 고 존 매케인(사후 추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총 32개 메달을 딴 ‘체조 영웅’ 시몬 바일스, 오스카 2회 수상에 빛나는 ‘국민 배우’ 덴젤 워싱턴 등 다른 수상자들에 비하면 심슨은 아무래도 비중이 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근 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대폭 제한하는 새 판결을 내놓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달 대법원은 대법관 5 대 4 의견으로 “낙태는 헌법상 권리가 아니며, 따라서 연방을 구성하는 50개주는 저마다 낙태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보수 성향의 공화당 주지사가 이끄는 주들부터 시작해 종국에는 미 전역에서 낙태가 사실상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0년 2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이 나란히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바이든 당시 부통령,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한 사람 건너 심슨 전 의원. 게티이미지 제공
공화당 소속이긴 하나 심슨은 개인의 사생활은 폭넓게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지지했다. 그는 평소 “정부가 개인의 삶을 통제하려 들어선 안 되고, 우리는 누구나 홀로 남겨질 자유가 있으며, 프라이버시(사생활)는 가장 소중한 권리”라는 지론을 펴왔다. 동료 공화당 의원 대부분과 달리 성소수자 권익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고 동성결혼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심슨의 자유메달 수훈을 계기로 낙태권 이슈가 새 국면을 맞길 기대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화당 내 온건파 및 중도파, 또 공화당을 지지하지만 낙태 이슈에선 입장이 불분명한 유권자층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노렸을 수도 있다. 대법원 판결 후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의회의 법률 제정을 통해 여성의 낙태권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려면 현재 민주·공화당이 50석씩 균점하고 있는 상원에서 반드시 공화당 의원 일부의 지지를 확보해야만 한다. 낙태 문제에 관해 초당적 대응을 이끌어내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시도가 먹혀들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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