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정부 온실가스 규제 제동.. 각 지역은 '갈 길 간다'

윤지로 2022. 7. 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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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 환경보호청(EPA)의 온실가스 규제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자 환경운동가들이 워싱턴DC 대법원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미 연방 대법원이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35년까지 미 전력망을 탄소 중립으로 만들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가 타격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지역별로 온실가스 감축에 더 고삐를 조이는 곳도 있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웨스트버지니아 vs EPA’라 불린 소송에서 미 환경보호청(EPA)이 청정대기법을 토대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방출을 규제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의회가 청정대기법에서 EPA에 온실가스 배출 상한 규제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연방 차원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는 등 잇따라 보수적인 판결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보수로 기운) 대법원은 그들이 싫어하는 모든 종류의 규칙을 뒤집을 수 있다”며 “환경과 사생활 보호, 총기사고, 교회와 국가의 분리, 기타 수많은 중대한 문제에 대한 보수의 대담한 결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논평했다. 

미 주간 더뉴요커는 ‘대법원이 기후를 뒤엎으려 하다-웨스트버지니아 vs EPA에 대한 파괴적인 결정’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연방정부의 권력을 되돌리려는 보수적인 움직임은 실용적이라기 보다 이념적인 것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법원은 의회와 행정부가 각자 적절한 ‘헌법 차선’을 따라가라고 알려주는 것”이라며 “법원은 기후 규제를 막은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값비싼 규제를 가하려고 할 때 의회가 명확한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말해줬을 뿐”이라며 ‘대법원이 헌법을 회복했다’는 제목을 붙였다. 
미국 미네소타대 웨스트센트럴 연구지원센터(WCROC)의 ‘풍력-수소-암모니아 시범 프로젝트’ 시설. 
미국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30%는 발전소에서 나온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바이든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주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연방 정부의 정책과 관계 없이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올리는 지역도 많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모리스의 농촌 마을의 주류 판매점은 태양광 전기를 써서 맥주를 냉장한다. 오하이오주 애선스 유권자들은 자체적으로 탄소세를 낸다.  

연방 정부에선 환경 정책이 이념 갈등으로 비화하기 쉽지만 지역 단위에서는 ‘좁은 지역사회’라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한다. 모리스의 미네소타대 캠퍼스는 정치적으로 민주당 성향에 기울어져있지만, 주변 농촌 마을은 보수 진영에 가깝다. 하지만 양쪽 다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30% 줄이고, 전기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가 하면 2025년까지 쓰레기 매립을 중단하는 이른바 ‘모리스 모델’에 뜻을 모았다.

지역 관계자는 “우리는 (모리스 모델을 추진하면서) 기후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쓰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모리스시는 커뮤니티 센터와 도서관, 주류 판맴점, 시청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퇴비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미네소타 대학은 풍력 발전기 아래에서 작물을 기르고 풍력으로 만든 전기로는 이 작물에게 줄 비료를 만든다. 이 대학의 트로이 굿너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대학이 시연한 기술이 시에 채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대학의 사례가 주민들이 원래는 거절했을지 모를 선택지를 다시 고려하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애선스 유권자들은 지난 2018년 ㎾h당 0.2센트(약 2.6원)의 탄소세를 내는 데 동의했고,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쓰일 연간 10만 달러의 돈을 모았다. 에테네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하이오주에서 가장 낮다.

버지니아주 패어팩스 카운티의 기후 계획은 보통 톱다운으로 이뤄지는 방식 대신 지역민들이 먼저 요구해 만들어졌다. 이 계획에는 주민들에게 환경 친화적인 생활 양식을 교육하고, 카운디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전기버스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에너지 싱크탱크 RMI의 카일 클라크 서튼 분석팀장은 “연방 정부가 이용할 수 있는 규제 옵션이 제약을 받게 되면서 개별 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이들은 정책을 주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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