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벌레 '러브버그' 무서운 확산세.. 서울 은평·서대문·마포까지 내려와
정지혜 2022. 7. 3. 15:04
암컷과 수컷이 서로 꼬리를 맞댄 채 72시간 동안 짝짓기를 하며 거리를 떼로 휘젓고 다니는 ‘러브버그(Lovebug)’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 북한산 인접 도심인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에서 지난 며칠간 갑자기 대거 출몰한 러브버그 떼가 서대문구, 마포구, 인천시 등으로 이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을 300개씩 낳는 번식력으로 볼 때 조만간 서울 전역에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격성은 없지만 사람을 향해 달려들고, 엄청난 숫자로 여기저기에 나타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일 은평구 보건소와 마포구 보건소 등은 주민 불편을 일으키는 러브버그 퇴치를 위한 긴급 방역 작업에 나섰다. 미국에서 발생한 파리의 외래종인 러브버그는 인체에 무해한 익충으로 분류되지만, 급격한 개체 수 증가로 미관상 혐오감과 불편함을 주고 있다. 은평구 보건소는 자체 일제방역과 함께 각 동 새마을자율방역단과 자율방재단의 협조를 얻어 대대적으로 방역을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방역은 연무 및 분무 방식으로 우천 시에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마포구의회 차해영 의원은 “마포구 인근에서도 강이 있는 망원동, 산이 있는 성산동·상암동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보이고 있다”며 “오늘 오전부터 마포보건소에서 긴급하게 방역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평구 보건소는 전담팀(TF)을 꾸려 러브버그 근원지인 봉산, 앵봉산, 이말산을 중심으로 집중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민으로 구성된 새마을자율방역단과 자율방재단에 약품과 인력을 지원하는 한편 전문 민간업체를 통한 방역도 진행하고 있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는 각 가정에서 파리약을 활용해 우선 퇴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은평구 보건소 관계자는 “러브버그는 밝은색이나 불빛에 대응하기 때문에 되도록 어두운 색상의 옷을 착용하고 야간에는 커튼을 통해 불빛을 차단하기 바란다”며 “방충망이나 창문 틈 사이를 통해 집안으로 들어올 경우도 있으므로 집안 틈새를 꼼꼼히 정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한산에 서식하던 러브버그들이 유독 습했던 올해 장마 기간 도심에 내려와 번식하고, 섭씨 30도 전후의 따뜻한 기온 조건까지 맞아 떨어지면서 급속도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러브버그 출몰 사실이 알려진 서울 은평·서대문·마포구와 수도권 서북부 일대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이 벌레는 한낮보다는 기온이 조금 선선해지는 아침, 저녁에 활동성이 극대화된다. 출퇴근·등하교 시간과 겹쳐 이때 불광·연신내·구파발·삼송 등 지하철역 근처에서는 달라붙는 벌레를 피해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은 “마치 좀비 떼처럼 러브버그가 몸에 붙는다”며 공포심을 표현했다.
러브버그 출몰 지역의 가게 유리문, 집 베란다, 창틀, 화단과 길목 등에는 수십에서 수백마리의 벌레가 발견되고 있으며 잠깐만 창문을 열어도 날아드는 벌레 떼를 피할 수 없을 정도다. 은평구 주민 A씨는 “청소를 해도 해도 벌레 떼가 날아들어 끝나지 않는다”며 “문을 닫아 놓았는데도 집 안 곳곳에서 러브버그 시체가 발견돼 끔찍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주민 B씨도 “고층 아파트까지도 러브버그가 날아다녀서 깜짝 놀랐다. 날씨가 너무 더운데 창문을 열 수 없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러브버그는 최대 450m 높이까지 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평구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습한 날씨에 산과 인접한 지역에 많이 출몰하며, 햇볕에 노출되면 활동력이 저하되고 이내 죽음을 맞는다. 성충이 된 뒤 3∼4일간 짝짓기를 한 뒤 수컷은 바로 떨어져 죽고, 암컷은 습한 지역에 알을 수백개 낳은 뒤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움직임은 느린 편으로 천천히 날아다니고 기어다니는 것을 반복하지만 생애 대부분 번식만 하다가 죽는 벌레다. 집에 있는 에프킬라 등으로 쉽게 잡을 수는 있다고 한다.
정지혜·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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