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민주당' 되면 정말 당 쪼개질까 [정치쫌!]
우상호, "전혀 분당 가능성 없다" 일축했지만..
친명계도 반명계도 '분당' 가능성 언급은 매한가지
네거티브 전대·당 지지율 침체 지속시 분당 가능성↑
"안철수, 박지원처럼 깃발 들 사람 없다" 반론도..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된다면 민주당은 정말 ‘분당(分黨)’ 사태까지 치닫게 될까.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분당론’에 대해 민주당 내 전망은 엇갈린다. 분당론은 친문계를 비롯한 반이재명(반명)계에서 이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공포탄’에 불과하기에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과, 친이재명(친명)계 측이 ‘당이 쪼개질 것을 각오하고 개혁·쇄신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에 현실성이 상당하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박지현 “李 당대표 되면 분당 우려”…우상호 “가능성 없다” 일축=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MBC 인터뷰에서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분당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일단 이재명 의원께서 당 대표가 되신다면 우리 당내 계파 갈등이 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리 당 의원님들도 많이 말씀하고 있고, ‘분당의 우려도 있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이시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 저도 동조하는 바”라고 했다.
이 의원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과 당내 여러 우려를 뚫고 ‘마이웨이 출마’를 강행한다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당 대표 출마 뜻을 밝힌 3선 김민석 의원과, 4선 의원을 지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같은 분당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오전 KBS 인터뷰에서 “전혀 분당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우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이 대표가 돼도 이재명 대 97세대 대결은 계파 싸움이 아니다. 분당까지 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분당 전제 조건은 ‘네거티브 전당대회’·‘지지율 침체’=분당의 전제 조건은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전당대회에서 친명계와 반명계가 ‘당이 쪼개져도 좋다’는 생각 아래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받는 것과, 다음 총선까지 1년 9개월여 동안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침체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친명계와 반명계 사이 ‘감정의 골’은 이미 상당하다. 지난해 대선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친명계와 친문·친이낙연계는 큰 갈등을 빚어왔고, 일부 친명계 인사들과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은 ‘이낙연계가 대장동 사건 등에 대한 공세 자료를 국민의힘 측에 넘겼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과정에서 나온 잡음도 상처를 남겼다. 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3선 이원욱 의원이 지선 참패 후 SNS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는 조롱섞인 글을 남긴 것은 두 세력 간 깊은 감정의 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의원 출마 시 전당대회가 극심한 네거티브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미 검·경은 대장동 및 백현동 사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법인카드 논란 등 이 의원을 향한 수사를 본격화한 상태다. 전대 진행 과정에서 이 의원을 향한 추가 압수수색이 펼쳐지거나 수사 진행 상황이 흘러 나온다면, 이를 고리로 한 반명계 주자들의 공격이 거세질 수 있다. 실제로 이 의원 측에서도 “역대급 네거티브 전당대회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된 뒤 민주당 지지율이 이전의 좋았던 수준을 회복한다면 분당론은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당 지지율이 계속 침체 일로를 걷는다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며 시차를 두고 분당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데 쪼개지기는 쉽지 않다”며 “분당의 현실화 조건은 ‘이대로 가면 2024년 총선에서 필패’라는 인식이 팽배할 경우”라고 말했다.
▶“안철수, 박지원처럼 깃발 들 사람이 없다” 반론도=당을 뛰쳐나갈 ‘깃발’을 들 사람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비수도권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과거 안철수나 박지원 같은, 대권주자거나 지역 대표성을 띤 인사가 깃발을 든다면 몰라도 지금은 당 내에 그럴 만한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비주류 다선 의원은 “몇명이 ‘당을 깨고 나가자’고 선봉에서 외치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뒤에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다”며 “반명계 의원들의 공천 배제가 노골화하고, 깃발 든 사람을 따라 나가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만 분당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했다.
단, 오히려 이 의원 측에서 ‘(반명계를) 품는 것 보다 분당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변수다. 이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 후 오는 2024년 총선에서 패할 경우, 대선-지선-총선까지 3연패를 하게 되는 것이라 차기 대선 도전에 치명타”라며 “지지부진하게 가서 총선에서 패하느니 갈등 세력과 갈라져서 대대적인 당 개혁으로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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