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에 시름하는 편의점..알바생 안뽑고 무인화 '고심'
쪼개기 고용·최저임금 위반 등 '을-을 갈등' 우려까지
소상공인 상당수 이미 '인력감축·근로시간 단축' 고려
단점 적지 않지만 무인·하이브리드 편의점 늘 듯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지난 정부부터 지속 상승한 최저임금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까지 겹쳤지만 가족을 총동원해서 버텼어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의 인상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커져 막막한 것도 사실입니다.”
편의점 업계에 인건비 비상이 걸렸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또 5% 올라서다. 적지 않은 매출이 발생하는 야간시간 영업을 포기할 수도 없지만 높아진 인건비에 마음 놓고 아르바이트생을 쓰기도 어렵다. 이에 편의점주들은 서비스 질 저하를 감수하고서라도 무인화 전환도 고심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편의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는 대신 무인 또는 하이브리드(유인+무인 혼용) 시스템 적용이 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상은 올해보다 460원밖에 안올랐지만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폭이 5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임대료 또한 만만치 않은 마당에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불황까지 이어지면서 편의점주들은 당장 폐업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어려운 경영환경을 버텨왔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달 2023년도 최저임금 결정 이후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점포당 월 30만~45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며 “적자점포 비율이 60%에 다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가 최저임금 9620원을 반영해 월 점주 순이익을 추산해 본 결과, 점주가 일주일 중 5일간 매일 10시간씩 근무한다고 해도 29만원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대신 무인 또는 하이브리드 점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인점포는 셀프 계산 및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상주 인력을 아예 없애는 형태라면, 하이브리드는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 인력이 상주하되 야간 등 시간대에만 무인으로 전환하는 형태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무인·하이브리드 점포는 점포 청결 상태나 상품 관리, 보안, 담배·주류 판매 제한 등 단점이 있다”며 “단순한 물품 판매기능을 넘어 ‘여성·아동 안전지킴이’와 같은 편의점의 사회적 역할이 약화되는 부작용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에 인건비 때문에 불가피하게 무인 또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으로의 전환이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전국 편의점 수는 5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무인 또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은 전국에 각각 120개, 2603개 수준이다. 주요 편의점 별로는 이마트24가 무인 1개·하이브리드 1300개로 가장 많고 △GS25 무인 77개·하이브리드 613개 △CU 무인 2개·하이브리드 400개 △세븐일레븐이 무인 40개·하이브리드 290개 등으로 집계됐다.
편의점·아르바이트생간 갈등 심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위 ‘을과 을 간 전쟁’으로 심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미 일주일 15시간 이상 근무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시급의 20% 가량을 더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 부담을 피하기 위해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짧은 시간 쪼개어 고용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협의회가 이번 인상을 두고 “을과 을의 갈등을 유발하고 편의점주를 범법자로 내모는 결정”이라고 토로한 이유다.
내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고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초 편의점주들을 비롯한 소상공인 1105명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를 보면 이미 84.7%가 올해 최저임금이 매우 부담 또는 부담된다고 답한 상황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대처방법으로 ‘기존 인력 감원’, ‘기존 인력의 근로시간 단축’을 꼽은 소상공인들이 각각 34.1%, 31.6%를 차지했다. 뒤이어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이들도 28.1%로,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인건비 감축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궁민관 (kungg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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