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에도 멈추지 않은 '상용직 증가' 수수께끼

조계완 2022. 7. 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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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완의 경제판독]
7월, 주52시간제 단계 시행 4년째
5월 '정규상용직' 71만8천명 최대 증가
코로나에도 월별 전체 상용직 감소 '없어'
총취업자 증가분보다 많은 '상용직 증가'
7년 넘게 지속중인 하나의 '퍼즐'

주52시간제 영향있으나, 그전부터 증가추세
2010년대들어 취업자 노동생산성 큰폭 둔화
생산물량 유지·확대위해 정규 상용직 늘려
생산성 낮고 노동투입 의존 서비스업 중심
6월 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

지난 5월 ‘고용계약기간 없는 상용직(정규직+무기계약직)’이 전년동월대비 71만8천명이나 증가했다. 2016년 1월 이후로 보면 월별 최대 증가폭이다. 2018년 7월 주52시간 근로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지난 5월까지 3년 10개월 동안 상용직(고용계약기간 1년 이상+계약기간 없는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은 총 198만명 증가했다. 총취업자 증가분(140만)보다 더 많은 ‘상용직 증가 퍼즐(수수께끼)’이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도 계속되고 있다. 주 52시간제 효과도 있으나,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한국경제의 산업구조적 변동과 2010년대 이후 전산업에서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의 큰 폭 둔화 추세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생산물량 유지·확대를 위해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정규직 중심의 상용직 고용을 7년 넘게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1일, 주52시간제가 시행(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 도입)된 지 4년째를 맞았다. <한겨레>가 매월 경제활동인구조사(통계청)에서 상용직을 ‘고용계약기간 1년 이상‘과 ‘계약기간이 없는’ 일자리로 세분해 조사한 마이크로데이터 자료(2016년 1월~2022년 5월)를 분석해보니, 이 기간에 총취업자(지난 5월 총 2848만명)가 283만명 증가하는 사이 상용직(총 1572만명)은 281만명 증가했다. 고용계약기간이 없는 상용직(정규직·무기계약직 총 1333만명)이 192만명 증가했고, 고용계약기간이 있는 상용직(총 239만명)은 89만명 증가했다. 정규 상용직을 중심으로 상용직이 총취업자(상용직+임시직+일용직+자영업+무급가족종사자)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전체 상용직은 감소(전년동월 대비·이하 동일)한 달이 전혀 없었다.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1월~8월에도 상용직은 매월 28만~66만명 증가세를 계속 유지했고,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는 월별 증가폭이 5천명(12월)~9만명대로 줄었지만 놀랍게도 증가세를 지속했다. ‘계약기간 없는 상용직’이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2개월간 월별 1만명~32만명씩 줄었지만, 같은 기간에 ‘계약기간이 있는 상용직’에서는 월별 25만명~44만명씩 늘어나면서 상용직 증가세가 버티며 유지된 셈이다.

2022년 5월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

반면에 임시직(계약기간 1개월~1년·지난 5월 총 484만명)은 2016년 1월 이후 매월 감소 추세를 지속하다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2개월간 매월 16만~59만명씩 궤멸적으로 감소했다. 이 감소분은 대부분 ‘계약기간 있는 상용직’ 일자리 증가로 채워졌다. 즉 코로나 1차년도(2020년)의 상용직 증가는 ‘계약기간 있는 상용직’이 주도했다. 그런데 코로나 2차년도에 접어들면서 계약기간 없는 상용직도 쌍끌이로 취업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계약기간 없는 상용직 일자리는 코로나 백신접종이 본격화한 지난해 4월부터 곧 증가세로 돌아선 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매월 24만~72만명씩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2016년 이후의 증가 추세를 다시 이어가는 중이다. 요컨대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도 계약기간 있는 상용직과 계약기간 없는 상용직이 쌍끌이로 취업자 증가를 이끌어오고 있다. 코로나 1년(2020년 3월~2021년 2월) 동안 총취업자가 월별로 19만명~98만명 감소한 건 같은 기간의 임시직 궤멸에 따른 것인데, 이 기간에도 전체 상용직은 매월 증가세를 꾸준히 이어갔다.

계약기간 없는 상용직(정규직 및 무기계약직)은 2018년 7월 주 52시간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이전부터 이미 취업자 증가세를 이끌고 있었다.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3년6개월 동안 총취업자는 173만명 증가했는데, 이중에 상용직이 131만명(정규직 및 무기계약직 +144만, 계약직 상용직 -13만)에 달했다. 2010년대 들어 상용직, 특히 계약기간 없는 정규직 상용직을 중심으로 매년 또 매월 증가하고 있는 양상을 놓고 경제전문가들은 그 요인을 분석·설명하기 쉽지 않은 하나의 ‘퍼즐‘이라고 불러왔다. 지난 10년(2021~2021) 동안 우리나라 실질경제성장률이 연평균 2.60%로 2002~2011년(4.57%)에 비해 크게 낮아졌는데도 정규직 중심으로 상용직이 꾸준히 증가하는 다소 ‘기이한’ 현상이 노동시장에서 적어도 7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 까닭은 뭘까? 지난해 말 기준 350개 공공기관의 정규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말에 견줘 10만8천명 증가했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극히 적은 부분만 설명할 수 있을뿐이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기존 인력의 실근로시간이 줄고 인력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 기업들이 상용직 채용을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상용직 증가는 이미 2018년 7월 주 52시간 시행 이전부터, 줄잡아 2015년 이후 뚜렷한 추세적 증가를 보여왔다. 한국은행 쪽은 “상용직의 추세적 증가 흐름은 노동 관련 법·제도의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좀더 정교하게 살펴봐야 그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2022년 5월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의 둔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최근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 전산업에서 취업자당 부가가치 생산성(연평균 성장률)은 1980~1990년에 정점(7.0%)을 기록한 뒤 1990~2000년 5.4%, 2000~2010년 3.4%, 2010~2020년 1.4%로 대폭 하락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같은 후발국이 선진국 혁신기술을 모방하며 추격할 때는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캐치업(후발국의 이점)하면서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이제 선발국의 기술수준에 근접하면서 노동생산성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2010년대 이후 노동생산성 성장이 둔화되자 기업들이 생산 규모를 유지·확대하기 위해 정규직 중심의 상용직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한국경제의 산업구조적 변동도 이런 낮은 노동생산성과 얽히면서 또 다른 설명요인으로 언급된다. 제조업 고용은 정체·감소하는 반면 서비스업종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데 서비스업종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편인데다 자본투입보다는 노동투입에 의존하는 산업이라서 이 부문에서 전체 상용직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 산업별 총취업자를 보면 2015년에 비해 제조업은 23만명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은 보건복지·건설·정보통신업을 중심으로 121만명 증가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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