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2개월 만에 '수소·배터리' 사업 성과..M&A 등 투자 박차
김교현 부회장 "속도감 있게 사업 추진, 대규모 투자"
M&A, 미국 공장 설립 등 추가 투자 이어갈 전망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롯데케미칼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수소와 배터리 사업부문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자 전통적인 화학사업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 미래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지 두 달 만이다. 김교현 부회장이 “잘못하면 실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대로 빠른 의사결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앞으로도 합작법인,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신사업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3일 롯데케미칼과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배터리 분야 리튬메탈, 음극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해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등 현지 시장에 배터리 소재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우선 배터리 소재 분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며 관련 사업에 대한 수요가 커진 만큼 빠르게 기술과 생산역량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선은 4조원을 투자, 2030년까지 관련 분야에서 5조원의 매출을 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에 배터리 사업을 추진·총괄할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LOTTE Battery Materials USA Corporation)을 신규 설립키로 했다. 자본금 규모는 약 13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관련 기술 확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미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스텐다드에너지에 650억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확보했고 차세대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는 인수합병을 비롯한 지분투자와 합작사 설립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사업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와 함께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삼고 있는 수소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가스와 에어리퀴드코리아와 3분기 내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합작 법인은 롯데케미칼과 SK가스가 각각 45%의 지분을, 에어리퀴드코리아가 10%의 지분을 출자해 설립하게 되며 롯데케미칼과 SK가스가 공동으로 경영한다. 합작사는 연 50만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설립할 예정이며 롯데케미칼은 이를 바탕으로 수소생산부터 유통, 활용에 이르는 생태계 구축의 초석을 쌓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확보도 필수라고 판단, 정부가 주도하는 이산화탄소(CO2) 포집 국책과제에도 참여하는 등 연구개발(R&D)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기체분리막 탄소포집 및 활용(CCU) 관련 기술을 확보해 대산 공장에 분리막 탄소포집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최근 국책과제에 참여해 블루수소 생산분야에 필요한 기술로 고도화를 추진키로 했다.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빠르게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충분한 재무적 투자 여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었음에도 그간 업황이 호황을 누리며 벌어들인 자금을 통해 약 10조원의 투자 재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교현 부회장은 신규 사업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며 “기존 사업에 대한 신·증설 투자금을 포함하더라도 그 기간 중 벌어들이는 수입에서 10조원 정도 여력이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에 대해 “향후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차입금의존도 지표가 20%를 안정적으로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함정선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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