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출마 조기 선언하나..'1·6 사태' 책임론 희석·경쟁자 제압 노림수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2. 7. 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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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폭동' 증언 쏟아져 궁지에 몰려
'프레임 전환' 이달 공식 선언 가능성
미 하원 1·6 조사특위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개최한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6일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건을 방조했다는 당시 백악관 직원의 폭로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이달 중 출마 선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까지 2년 4개월이나 남았지만 조기에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를 억제하고, 슬슬 치고 올라오는 공화당의 잠재적 경쟁자들의 싹을 자르겠다는 계산이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2일(현지시간) 하원 1·6 조사특위의 공개 청문회가 거듭되면서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을 앞당기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애초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오는 9월 또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었지만 이르면 이달 중 공식 출마 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1·6 특위는 지난달 초부터 공개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의사당 폭동을 사실상 선동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마크 매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의 핵심 측근 출신으로 지난달 28일 청문회에 출석한 캐시디 허친슨은 1·6 폭동 전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증언해 큰 주목을 받았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참모들이 백악관 앞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 참석자 일부가 총기를 휴대하고 있어 위험하다는 보고를 무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회 뒤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전용차 안에서 시위대와 함께 의회로 가겠다면서 경호원의 멱살을 잡고 전용차 핸들을 뺏으려 했다고 증언했다.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 핵심 참모의 생생한 증언을 대서특필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CNN은 “트럼프 진영에 하원 조사특위 청문회가 예상보다 더 큰 내상을 입힌 것이 사실”이라면서 “전·현직 보좌진들의 공개 증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허친슨의 증언을 실시간으로 반박하고 비난하는 메시지 수십 건을 올린 것은 이런 초조감의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주 검찰의 트럼프 재단 부정 의혹 수사,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찰의 대선 개표 외압 관련 수사 등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연방 법무부도 1·6 폭동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대선 출마 채비를 서두르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측근들에게도 알리지도 않고 소셜 미디어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할 수 있다고 말해 일부 참모들을 놀라게 했다면서, 참모들은 이르면 이달 중 있을지도 모를 출마 선언에 대비해 기초적인 선거 캠프 조직을 갖추느라 분주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조기에 출마 선언을 하면 1·6 특위에 쏠려 있는 언론과 여론의 관심을 돌리고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이다. 더불어 조기 출마 선언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잠재적인 공화당 대권 후보 경쟁자들의 성장을 저지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에머슨대의 지난달 28~29일 전국 1271명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의 차기 대선후보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55%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디샌티스 주지사 20%, 펜스 전 부통령 9%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조기 대권 선언이라는 승부수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통상 미국의 대권 주자들은 대선 전해에 출마를 선언한다.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 연방선거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선거 자금 모금 등에서 엄격한 제약이 따른다.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비판과 견제도 높아진다.

공화당으로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기 등판이 달갑지 않은 측면이 있다. 공화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등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적으로 공략함으로써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아오겠다는 복안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 ‘트럼프 선거’가 돼 버린다. 이는 민주당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중간선거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가 아니라 ‘트럼프 심판’ 선거로 치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기 대선 출마 선언 문제는 그의 측근 그룹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어 있으며, 공화당 내에서도 중간선거 구도의 구도를 흔들 수 있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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