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대형 증권사 전초기지 된 베트남

한수연 2022. 7. 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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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에 잇달아 신용공여
높은 경제성장률에 대형사 공격적인 영업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베트남 시장에 연일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앞서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반을 다져놓은 데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자금 지원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베트남 현지법인인 KBSV(KB증권베트남)에 올해 1분기말 기준 883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제공한 상태다. "현지 영업력 확대와 강화"를 위해서라는 게 KB증권의 설명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전용 투자채널 만들고 지점 늘리고…현지 영향력 확대

KBSV는 KB증권이 2017년 당시 베트남 현지 증권사던 메리타임증권을 인수해 세운 지분율 99.8%의 해외 자회사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해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가 허용되면서 KB증권은 자기자본의 10%인 약 5435억원(지난해 말 기준)까지 개별법인인 KBSV에 신용공여가 가능해졌다. 앞으로도 4500억원가량의 대출한도가 남아있는 셈이다. 

KBSV는 이미 현지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1월 출범 이후 총자산이 작년말 기준 4594억원으로 약 13배 늘었고, 순이익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15억원까지 불어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순익은 KB증권의 해외법인 4곳이 작년 한해 벌어들인 금액(113억원)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인은 현재 베트남에서 본점 2곳을 비롯해 총 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종합증권사로서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발행 및 인수자문 등을 고루 영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KB증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투자시장의 강자답게 스케일이 더 크다. 베트남 현지법인 JSC의 자산총액은 1조3098억원으로 순익이 지난해에만 420억원을 기록해 해외법인중 홍콩법인(660억원) 다음으로 많다. 2007년 12월 현지 최초의 외국계 종합증권사로 설립돼 진출 자체도 가장 빨랐다. 지점 또한 주요 도시인 호찌민에 4곳, 하노이 2곳, 다낭, 붕따우, 껀터, 하이퐁 각각 1곳 등 총 10곳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기업금융(IB) 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다.

회사는 베트남 국내외 투자자를 위한 HTS(홈트레이딩시스템)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WTS(웹트레이딩시스템) 등 투자 채널을 만들고 외국계 기관의 주문전용선(DMA) 또한 구축한 상태다. 법인 내부에는 트레이딩 데스크도 설치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베트남은 정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과 외국인 관광객 입국 허용 등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라며 "베트남에서 로컬 종합증권사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장이 현지 날아가 영업…법 개정에 대출도 활발

한국투자증권은 정일문 사장이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선택할 만큼 현지 공략에 적극적이다. 정 사장은 지난달 초 베트남으로 날아가 현지 최대 자산운용사인 드래곤캐피탈과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현지법인인 KIS베트남도 참여해 ETF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앞서 지난 5월에는 베트남 현지 시장용 MTS인 WTS 또한 출시한 바 있다. KIS의 지난해 순이익은 281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도 지분율 100% 자회사이자 베트남 현지법인인 NHSV의 몸집을 계속 키워가는 추세다. 실제 2018년 출범 이후 330억원 수준이던 자산은 현재 1200억원대로 확대됐고, 10억원이 채 안 됐던 순이익도 지난해 처음으로 28억원을 넘겨 홍콩과 미국법인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여기에 지난 5월에는 영업인력 20명의 하노이 지점을 추가로 열었다. 기존 하노이 본사 지원 인력 27명과 주재원 3명, 호찌민 지점 28명까지 합치면 베트남 현지에만 80명에 육박하는 직원을 배치한 셈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기반 강화를 통해 베트남 선두권 종합 증권사로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디지털 사업 확장도 추진하고 있고 IB부문에서도 적극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이처럼 베트남 현지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미래 성장성이 담보된 국가라서다. 한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베트남의 39세 이하 젊은 인구는 전체 9851만명의 62.2%(6127만명)에 달한다. 경제활동인구가 많은 만큼 성장에 대한 기대치도 높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 향후 5년간 6.96%로 전망했다. 올해만 해도 세계 전체(3.6%)를 훨씬 웃돈다. 

지난해 개정된 자본시장법 또한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지됐던 종투사의 해외법인 신용공여가 작년 하반기 개정 법령 시행으로 가능해진 까닭이다. 현재 종투사인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등 대형 증권사 8곳은 개별법인인 해외 현지법인에 자기자본의 10%까지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 이에 법 개정 이후 KB증권뿐만 아니라 한국투자증권 또한 최근까지 총 8000만달러(한화 약 1030억원)의 신용공여를 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최근 자본시장 중개에 대한 수요가 특히 빠르게 늘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의 수익성 증가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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