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이요? 우리에게는 기회죠"
"반도체 공급망 왜곡으로 '그들만의 리그' 깨져, 전화위복"
"코로나 이후 신생 전기차 출현하면서 동등하게 평가, 기준 맞추면 부품 공급 채택"
기계 장치인 자동차가 '전자 장비'로 바뀌면서 2만여개의 자동차 부품 가운데 상당수가 반도체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자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은 이유다.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폭증할 전망이다. 오는 2035년쯤에는 내연기관 자동차 출시가 중단되고 전기 자동차가 대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연차는 엔진의 힘으로 바퀴를 굴릴 뿐만 아니라 에어컨과 히터, 워터펌프, 제너레이터 등도 돌린다.
반면 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각각의 편의 장치에 개별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서 작동시켜야 한다. 전기차는 편의 장치 뿐만 아니라 구동 장치 자체가 전기를 필요로 한다. 급속 또는 완속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모터를 돌려 주행하려면 전기가 필수적이다. 전기차가 되면 차량용 반도체가 더욱 많이 쓰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시장 규모는 600조원이고 이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지만 전기차 시장과 충전 시설 등이 급증하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차량용 반도체 공급은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공급망 왜곡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와 1차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같은 위기가 기회로 다가오는 국내 중소기업도 있다. 각종 전력 반도체를 개발해온 '트리노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다.
트리노는 전력을 제어하거나 변환, 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전력 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뒤 2017년에는 수출 1천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됐고 올해는 '소부장으뜸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주력 제품은 실리콘 기반의 IGBT 반도체 소자다. IGBT는 일종의 기능이 강화된 트랜지스터다. IGBT 반도체만 따지면 전세계 13위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오광훈 대표는 "코로나 이전까지는 주로 생활 가전이나 신재생에너지 용도의 반도체 개발에 주력했으나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기면서 우리 회사 제품이 자동차에도 공급될 수 있는 사업적 기회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 업체를 선정할 때 부품의 성능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품 업체의 생산 능력이나 시스템 등도 두루 고려한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로 불릴 정도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이전에는 작은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며 "그런데 코로나 이후 반도체 공급망이 왜곡돼 자동차 생산이 안되니 이같은 관행이 깨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특히 세계적으로 신생 전기차 회사가 많이 생기면서 과거 내연기관차 시대와는 달리 모든 조건을 동등하게 평가하려고 한다"며 "작은 회사라도 그들의 기준을 맞추면 부품을 채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량용 반도체가 문제가 내년에도 해결될지 불투명한 상황인데 우리로서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너무나 좋은 기회이자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차량용 반도체는 고열과 고전압을 견뎌야 한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규소(Si) 기반 반도체는 1700볼트에 섭씨 175도까지 감내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탄화규소(SiC)기반 반도체가 차세대 차량용 전력 반도체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반도체는 3천볼트, 600도까지 견딜 수 있다.
트리노는 현재의 주력 제품군을 차세대 반도체인 SiC 기반으로 개발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오 대표는 "정부 과제 사업에 참여하면서 SiC 기술을 많이 확보했으며, 현재는 생산기반을 현실화하는 문제를 업계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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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hop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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