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은퇴' 김승용② "손흥민에게 정말 감사, 홍콩에서 자부심 느꼈어"

이성필 기자 2022. 7.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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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용의 현역 마지막 등번호는 99번이었다. ⓒ디제이매니지먼트

<①편에서 계속>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그래도 정말로 이번에 은퇴하면서 느꼈던 부분이 많은 분이 문자도 많이 주셨고 제가 선수 외적으로도 좀 잘 살았구나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했습니다."

은퇴 선언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선택한 '리마리용' 김승용(37)은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아직 지도자 자격증은 A라이선스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자격증 취득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하나씩 단계적으로 밟아 가려고 한다.

'리마리용' 별명은 감사한 것…킥 하나로 지금까지 왔어

지도자는 자신의 현역 경험을 토대로 하게 마련이다. 공부를 하면서 새로 쌓이는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김승용이 만들고 싶은 선수의 조건은 무엇일까.

"제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유가 있어요. 저는 정말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열심히는 기본이에요. 다만 선수들이 이 기본을 좀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요. 열심히는 하되 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또, 잘하는 거 안에서 자기만의 개인적인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킥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싶어요."

김승용은 과거 한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끈 리마리오의 춤을 세리머니, 리마리용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캐릭터 만들기 쉽지 않은 시대에 실력과 함께 자신을 기억할 수식어를 스스로 창조한 것은 큰 복이다.

"아직도 리마리용이라고 많이 불러주시더라구요. 저는 평생 그런 캐릭터 하나를 잡고 이렇게 은퇴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김승용은 측면 공격수로 많이 뛰었다. 후배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누구일까. 최근 한국 축구를 지나 세계 축구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손흥민(30, 토트넘 홋스퍼)은 빼놓을 수 없는 후배다. 인연은 하나도 없지만, 그저 경기만 보는 것으로도 감탄사가 나온다.

"평소에 축구를 보면 누구를 눈여겨보거나 하진 않아요. 축구 그 자체를 보는 걸 정말 좋아해요. K리그도 시간이 나면 다 챙겨봤고 올 시즌의 경우 손흥민의 경기를 다 챙겨봤어요. 컨디션 조절이 힘들었던 게 한국이나 홍콩 시단 모두 새벽 경기잖아요. 개인적으로는 결과를 알고 축구를 보는 걸 진짜 싫어해요. 항상 생방송으로 봐요. 어떻게 한국 선수가 저렇게 잘하지 싶더라구요.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손흥민 선수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싶어요."

손흥민은 오른발이 주발이지만, 왼발을 정말 잘 활용한다. 양발잡이라는 장점은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트린다. 같은 포지션에서 뛴 김승용도 이 부분이 신기하다.

"주발이 구분되지 않는 그런 공격수는 진짜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저 같은 경우는 예를 들면 오른발잡이는 예측이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손흥민은 예측하기 힘들잖아요. 오른발로 슈팅할 것 같은데 왼발로 때리고 왼발로 할 것 같은데 반대고 너무 장점이 많은 선수죠.

▲ 호주 센트럴 코스트에서 뛰었던 김승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손흥민 따라하는 홍콩 선수들…큰 자부심 느껴

홍콩에서 뛰면서 같은 국적의 후배가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을 넣는 것도 부족해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는 것 자체로도 자부심을 크게 느낀다.

"홍콩에 있었을 때도 손흥민 선수가 경기에서 골을 넣고 나면 다음 날 선수들이 '손흥민 골 넣었더라'라고 저에게 말해주더라고요. 정말 소소한 부분이지만 자부심도 많이 느꼈고요. 마지막에 득점왕 했을 때는 막 소리도 지르고 그렇게 할 정도였어요. 그전에도 좋아했지만, 이 정도로 팬심이 있지는 않았어요. 나중에 기회 있으면 꼭 사인도 좀 받고 그래야겠어요."

손흥민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아시아 주요 축구 개발도상국 선수들은 손흥민을 동경한다. 따라 하는 모습들도 종종 인터넷을 통해 타고 들어온다. 김승용도 마지막 팀 리만FC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그런 모습을 봤다.

"한 어린 선수가 있어요. 그 선수가 평소에는 오른발만 사용했죠. 그런데 어느 날 왼발 훈련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너는 그냥 오른발로만 연습해라. 왜 양발 다 잘하려고 하냐' 그러니까 저에게 '손흥민 못 봤느냐 그러더라고요. 손흥민은 왼발, 오른발 다 잘 쓴다는 거죠. 그러니까 그 친구는 손흥민의 경기를 보고 따라 하면서 훈련하더라고요. 정말로 자부심을 느끼는 게 진짜 지금은 손흥민 선수가 모든 축구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손흥민 수준의 후학을 양성하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아 다양한 국가에서 뛴 경험을 바탕으로 김승용은 좋은 선수 육성에 욕심을 낸다. 맨땅에서 뛰며 전국을 호령했던 부평고 시절, 수동적이었던 훈련 문화 등을 다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려 한다.

"제 경우 FC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당시 선배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다 따라 했어요. 잠을 일찍 자야 된다고 하면 무조건 일찍 잤어요. 잘 먹어야 한다고 하면 잘 먹었구요. 그런 식으로 기초가 쌓이니까 저만의 관리법이 생성되더라구요.

물론 기본 관리와 더불어 훈련하면서 목적을 갖고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승용이다.

"훈련 시 훈련의 목적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목적 없이 팀 훈련마다 와서 '아! 그냥 훈련하라고 하니까 훈련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면 기량이 늘지 않더라고요. 많은 선수가 오늘은 나가서 시간 보내고 가야지 떼고 가야지 이런 경우가 많았는데 나중에 제가 지도자를 하게 되면 선수들에게 훈련 전에 이 훈련의 목적을 꼭 설명을 해주고 훈련을 시키고 싶어요."

▲ 리만FC는 김승용의 현역 마지막 팀이었다. ⓒ디제이매니지먼트

눈치보지 않는 선수 육성하려는 김승용, 다양한 경험 전수에 올인

선수들도 다양한 성향이 있다. 소위 '게으른 천재'부터 '노력파', '타고난 운'으로 실력을 보여준다. 또는 지도자의 자극에 바로 정신 차리고 철벽 수비를 보여주거나 골을 넣는다. 선배를 우선하는 한국 문화에서 오직 기량만으로 평가하면 날아다니는 무서운 아이도 있다.

"이 선수는 칭찬해주면 더 잘하고 다른 선수는 강하게 압박하면 잘하는, 모든 선수마다 개인의 성향이 다르잖아요. 그런 부분을 빨리 파악해서 선수한테 다가가 좀 친근하게 끌어낼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어린 시절에는 강압적으로 훈련을 많이 받았고 그런 부분이 너무 싫었어요. 해외에 나가서 많이 느낀 게 그런 문화가 거의 별로 없잖아요. 감독님과도 같이 친구처럼 지내고 그러다 보니 그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아직도 실수하면 눈치 보더군요, 왜냐하면 저 역시 그랬으니 그런 부분을 지워주다 보면 선수의 작은 장점이 보이고 끌어내지 않을까 싶어요."

지도자가 된다면 확실한 자기 철학을 주변의 지적에도 흔들리지 않고 끌고 가는 강단도 필요하다. 선수 발굴 역시 시작했다면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의 감독의 빌드업에 기반한 축구를 예로 들며 긴 과정속에서 흔들릴 위기가 오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 자리에 있으려면 일단은 기본적으로 성적이 뒷받침되는 것이 필요하죠. 그렇지 않으면 주변에서 막 많은 말을 하고 그러다 보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니까요. 물론 자신만의 신념이 있고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있으며 자기가 믿고 가는 방향이 똑바로 됐다고 생각하면 그 방향을 밀고 나가야죠. 지도자를 하면 어떤 축구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그런 상황이 있으면 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향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상대 팀이 그것을 알고 대응하면 다양하게 대처하는 방향도 있어야죠."

그래서 농담으로 2022 카타르월드컵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의 성적을 '축구인'의 입장에서 예상해달라고 부탁했다.

"홍콩 선수들도 한국의 월드컵 성적이 어떨 것 같냐고 많이 물어요. 저는 정말로 한 명의 슈퍼스타가 있다는 게 팀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박주영과 있을 때 주영이가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던 걸 느끼고 있고 알고 있었거든요. 지금 손흥민의 존재가 엄청 크다고 생각해요. 상대 팀들도 우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겁니다. 우리 선수들도 '아 우리에게 이런 슈퍼스타가 있구나'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뛰지 않을까요.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모두 강팀이지만, 정말로 이번에는 끝까지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김승용이지만, 이제 새로운 인생에 시작점을 찍는다. 온갖 경험을 했던 김승용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반드시 선수 육성으로 키워 놓겠다고 다짐했다.

"모든 선수가 대표팀을 꿈꿔요. 하지만, 다 이루지는 못해요. 그리고 모든 축구가 K리그1, 2에서 누비길 바라지만, 그렇지도 못해요. 저는 ACL 우승도 해봤고 1부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봤고 벤치에서 대기만 했던 시절도 있었어요. 일본, 태국, 중국, 호주, 홍콩에서도 경험도 해봤죠. 이 경험을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를 향해 가고 싶은 선수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어요. 이 길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길도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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