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홍명보 감독의 걱정.. 강박관념 떨치고 앞만 바라봐야 할 울산

김태석 기자 2022. 7. 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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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포항)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걱정이 크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이며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과거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건 그냥 지나칠 만한 현상이 아니다. 홍 감독은 바로 그 점을 걱정하고 있다.

홍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지난 2일 저녁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19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0-2로 패했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울산 처지에서는 아쉬움만 가득 남을 한판이었다. 주도권을 잡고도 상대의 작심한 카운터어택에 수차례 골문을 열어주며 이번 시즌 가장 아픈 패배를 당했으니 그럴 만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내용이나 전술에 대해 크게 논하지 않았다. 순간적인 상황에서의 판단에서 아쉬움만을 드러냈을 뿐이다. 이번 시즌 살림꾼 구실을 하던 엄원상이 빠진 공백도 크게 영향이 없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대신 시즌 페이스를 언급했다. 울산은 2022시즌 개막 후 실로 파죽지세로 선두를 질주했다. 이번만큼은 우승하겠다고 다짐하는 듯, 2위 그룹과 한때 10점 차를 내며 무서운 행보를 보였었다. 선제골을 내주며 힘든 경기를 했다고는 하나 기어이 역전해 승점 3점을 악착같이 가져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이번만큼은 울산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어찌 보면 홍 감독과 울산 선수들 모두 만족스러울 지난 결과였다. 그런데 홍 감독은 최근 팀이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자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도리어 초반 질주가 선수들에게 커다란 심리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홍 감독은 포항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론 결과를 얻었지만, 지금 우리 선수들이 부담을 가지고 경기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승점 차가 많이 나자 더 빨리 치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계속 터지던 골이 안 나왔다. 경기가 끝나면 빨리 회복해서 다음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지난 경기에 연연하는 게 보인다."

어쩌면 너무 압도적이었던 페이스 덕에 선수들이 패배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런 현상이 드러났을 수 있다. 울산은 6월 휴식기 전까지 단 1패만을 기록했다. 나서는 거의 모든 경기에서 이겼고, 최소한 비기며 승점을 챙겼다. 독보적 선두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휴식기 이후 선두 경쟁팀인 전북 현대, 그리고 '동해안 더비' 라이벌 포항에 졌다. 휴식기 이후 벌써 2패를 당했는데, 아픈 결과긴 해도 시즌 중 한 경기일 뿐 이 패배에 심리적 영향을 받아 이어지는 경기에서 자꾸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걸 홍 감독은 걱정한 것이다.

홍 감독은 여전히 선수들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다 이는 홍 감독에게 조금은 아팠을 키워드인 '울산병'을 언급했을 때 확인할 수 있었다.

소위 시즌 중후반을 거치면서 스스로 불안해져 선두 싸움에서 밀리던 지난날의 울산을 언급했는데, 여기에 관해서는 홍 감독이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홍 감독은 이 울산병이라는 키워드를 듣자마자 "우리는 지난 경기에서 먼저 실점하더라도 역전하고 뒷심을 발휘해 승리했다. 그래서 울산병과는 연관할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소위 위기에 강한 능력을 지난 경기를 통해 체득한 만큼 선수들이 분명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강조한 것이다. 다만 선수들이 이 쉽지 않은 상황을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이길 바랐다. 아무리 코칭스태프가 곁에서 도와줘도 결국 선수들이 피치에서 극복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울산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2위와 격차가 좁아지는 상황을 허용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두다. 주어진 상황은 여전히 울산에 유리하며, 모든 건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 때문에 홍 갊독의 걱정처럼 이 상황에 도리어 부담을 가져서는 안 된다.

출전하는 모든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는 자세는 프로에서 분명 박수 받을 만한 일이지만, 그 자체가 강박관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시즌 막판에는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 호흡을 가지고, 때로는 약은 시즌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울산 선수들이 잊지 말아야할 대목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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