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개미는 이용당했나"..'존봉준' 존리 퇴진에 부글부글

김현정 2022. 7. 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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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연합뉴스]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임기를 9개월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존봉준(존 리와 전봉준의 합성어)'이라 불리며 '동학 개미 운동'의 선봉장으로 이름을 날린 그였다. 주식 투자 대중화에 앞장섰던 그가 차명 투자 의혹에 휩싸이자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증권업계에서는 존 리 대표의 '불명예' 퇴진으로 자본시장 업계 자체의 신뢰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 6월 28일 존 리 대표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일신상의 사유'라고 밝혔다. 존 리 대표의 후임으로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이동진 전무가 선임됐다.

존 리 대표는 2014년 취임 이후 8년째 메리츠자산운용을 이끌어왔다. 당초 임기는 2023년 3월까지였으나 차명 투자 의혹을 겨냥한 검사가 계속되면서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존 리 대표는 2016년 친구가 설립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P사에 아내 명의로 지분 6%를 투자한 의혹을 받는다. 메리츠자산운용은 2018년 '메리츠마켓플레이스랜딩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펀드를 설정한 뒤 설정액 60억원을 전량 P사의 부동산 P2P 상품에 투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지난달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현장 수시 검사를 실시해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확인 중이다.

존 리 대표는 동학개미의 멘토라 불리며 일반 투자자 사이에서 연예인급의 인기를 누렸다. "주식이나 펀드는 밥 먹듯이 사라" "커피 사먹는 돈을 아껴서 투자하라" 등 어록을 남겨 '가치 투자 전도사'로 이름을 날렸다.

존 리 대표의 불법 투자 의혹은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논란이 불거진 자체로 큰 충격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증권사 사람이 본인이 넣은 종목에 회사 차원에서 기획 투자를 했는데 법적인 이상이 없는 게 맞냐"며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투자자도 "가치투자라며 전쟁터로 등 떠민 동학 개미 학살자"라고 비꼬았다.

그가 불명예 퇴진하면서 메리츠자산운용의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존 리 대표의 인기와 함께 큰 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펀드 판매에도 악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존 리 대표를 추종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은행 창구가 아닌 자산운용사 직판 채널을 통해 펀드를 사들이는 등 팬심을 입증한 바 있다.

존 리 대표와 메리츠자산운용 측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가 사표를 냈다는 점과 자산운용 측이 이를 수리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명거래가 사실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그에 따른 조사에 임하는 게 일반적인 태도이지만 존 리 대표가 사의를 표하고, 메리츠 측에서 신속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차명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메리츠자산운용의 이름을 알리는 핵심 '키맨' 인데다 개인투자자에게 어떻게 보면 '현자'와 같은 대접을 받은 인물이 이런 의혹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실망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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