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윤석열 정부에서 길 잃나?
문재인 정부 막판에 졸속으로 처리된 ‘2차 검찰개혁’(검찰 수사 범위 범죄 2개로 축소)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윤석열 정부는 문 정부의 ‘1·2차 검찰개혁’과 2022년 4월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이 중재한 ‘3차 검찰개혁’ 계획을 성실히 수행해나갈까? 현재로서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죄 범위를 각각 6개와 2개로 줄였던 1차와 2차 검찰개혁, 검사의 직접수사를 완전히 폐지하려는 3차 검찰개혁 모두 제자리를 걷거나 후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차 검찰개혁(2020년) 검찰 수사 범위 6개 범죄로 축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2차 검찰개혁(2022년) 검찰 수사 범위 2개 범죄로 축소
3차 검찰개혁(2023년 말까지) 검찰 수사 폐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계획
‘검수완박’ 합의해놓고 권한쟁의 청구한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2차 검찰개혁 법률이 공포된 다음날인 2022년 5월4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과 이를 위한 위원 명단 제출을 국민의힘에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50일 넘게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6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데 동의한다. 국민의힘도 양당 간의 지난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국회의장 중재로 합의한 사개특위 구성과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의 취하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월29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사개특위와 검수완박 헌법재판소 제소 취하 역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거부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지난번 법안 처리를 반대했는데 어떻게 사개특위를 받아들이나. 우리가 당시 중재안을 파기한 것은 공직자·선거 범죄에 대한 검사의 수사 폐지를 국민 다수가 반대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애초 4월22일 여야가 합의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검사의 직접수사권 폐지 △사개특위 구성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중수청 설치에 따른 다른 수사기관과의 권한 조정 △검찰 특별수사부(특수부) 3개로 감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개특위를 구성해 6개월 안에 후속 법안을 처리하고, 그 뒤 1년 안에 법을 시행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4월25일 국민의힘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의장 중재안의 국회 처리를 반대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중재안에 따라 4월30일 검찰청법, 5월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검찰 수사 인력,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되돌려
현재 상황에서 국회의장 중재안에 따른 사개특위 구성과 중수청 설치 등은 추진될 수 있을까?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는 국민의힘이 반대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 달라질 수 있다. 헌재가 이 법의 시행 시기인 9월 이전에 결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김남근 개혁입법특별위원장도 “지난번 국회의장 중재안은 사회적 합의다. 그 로드맵에 따라 처리하면 되고, 문제가 있으면 사개특위에서 여야가 수정하면 된다. 검사가 직접수사를 하지 않고, 수사권을 중수청 등 전문수사기관에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국민의힘은 4월29일, 법무부와 검찰은 6월27일 헌법재판소에 이 개정 법률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이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개정 법률 처리 절차가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해 국민의힘 안건조정위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고, 본회의의 무제한 토론에 대해 ‘회기 쪼개기’로 반대 의견을 봉쇄했다는 것이다. 또 법사위 상정안과 무관한 안이 본회의에 제출되는 등 심의 과정도 잘못됐고, 공청회 등 합리적 토론 기회가 없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둘째는 검사를 영장 신청의 주체로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검사가 영장을 신청하도록 한 헌법의 규정은 사실상 검사의 강제수사권을 인정한 것임에도 법률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것이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절차는 편법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또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권 조항은 시민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아니라 기소기관인 검사가 신청하도록 한 것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1·2차 검찰개혁을 윤석열 정부가 실행하는 문제도 논란이다. 5월 법률 개정에 따라 검찰총장은 범죄 수사를 개시하는 부서(특별수사부 등)의 직제와 인원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 국회의장 중재안은 특수부를 현재의 5개에서 3개로 줄이고, 특수부 검사 수도 제한하도록 했다. 검찰의 수사 인력과 조직을 줄이라는 뜻이다. 현재 검사는 2300여 명, 검찰 수사관은 6500여 명이다.
그러나 한동훈 장관이 취임한 뒤 법무부는 오히려 검찰의 수사 인력과 부서를 확대하고 있다. 6월13일 법무부가 전국 검찰청에 보낸 조직개편 계획안을 보면, 앞으로 검찰의 모든 형사부는 중요 범죄 단서를 발견하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수사 부서 규모를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48개였던 전국 검찰청의 수사 부서 가운데 33개를 형사부와 공판부로 전환했다.
또 개정 법률 시행령이나 내부 규정을 개정해 검사의 실질적 수사 범위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부패·경제 범죄 가운데서도 중범죄에 대해서만 검사가 수사하도록 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풀어버릴 수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뒷받침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검사의 보완수사를 강화하고 비수사 부서를 수사부로 되돌려서 수사 인력과 조직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 검찰개혁은 중단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수처 위축시키고 검찰이 주도권 쥐나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권한 조정과 협력도 검찰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검경 간 협의체는 6월30일 첫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 실무협의회는 법무부와 검찰이 5명, 경찰이 3명, 변호사가 2명으로, 인원 구성이 검찰에 치우쳐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공수처의 고위공직자 사건에 대한 우선수사권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당장은 힘이 있어 보이지만 법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는 오래갈 수 없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할 때 지지받는 것이지,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는 검찰을 누가 지지하겠나. 국민 여론이 바뀌면 윤 정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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