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은 실탄을 차고 근육질이어서 국민 신뢰를 받는 걸까 [쓴소리 곧은 소리]
美 검경·판사들은 수사기록 등을 학술 전문가에게 제공해 평가받아
(시사저널=이중엽 펜실베니아주립대 경찰행정학 전공 종신교수)
한국은 올 때마다 역동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언론에 비친 한국 경찰과 검찰의 이미지는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선진국 이미지에 못 미치는 듯하다.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면 일반시민은 물론 범죄 피의자가 경찰을 폭행하기에 이른다. 작든 크든 죄지은 사람이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는 나라는 매우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공권력이 매우 강한 나라다. 국토 면적은 남한의 90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6배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인구는 수십 개 인종이 다양한 문화나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 다양성은 공공안전이나 사법행정 측면에서 이득보다는 도전적 상황을 가져온다. 그럼에도 미국같이 넓은 땅에 다양한 인종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공권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대형 사건 및 사고 현장에서 행정부를 향한 폭언은 매우 희박하며, 경찰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사회 전반에서 높다.
한국 교민들도 미국에서 경찰에게 검문당하게 되면 함부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실탄을 차고 근육질이기에 공권력이 인정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미국 사법행정을 신뢰하는 것은 바로 끊임없는 개혁과 평가, 그리고 그에 따른 국민의 신뢰 덕분이다.
미국의 많은 경찰, 검찰, 판사들은 자신의 법집행에 오류가 있었는지 매우 궁금해한다. 그래서 관련 분야 학자들로 하여금 경찰력 운용의 효율 상승을 위해 사건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간별·지역별로 프로파일링하도록 학술적 지원을 제공한다. 또한 검문검색, 범죄예방활동, 그리고 특별단속활동 등에 대한 효과 분석을 의뢰한다.
일시·장소 등 범죄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해 경찰력 효율 높여
예를 들어, 신고된 사건들을 시간대별·요일별로 정리하고 지리정보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을 사용해 사건들이 응집된 정도를 파악한다. 범죄가 집중되는 것으로 파악되는 시간과 장소에 예방 목적의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일정 기간 경과 후 재분석을 통해 범죄율 변화를 확인한다. 또한, 판사들의 보석 결정 및 판결 후 결과에 대한 검토를 통해 판결의 적합성을 분석한다.
미국에서는 용의자가 체포된 후 기소되고 재판 등을 통해 사건이 종료되기까지 사전 심리(Pretrial) 기간 중 많은 피고인이 보석을 통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대략 네 명 중 한 명꼴로 재범을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25%의 피고인은 처음부터 보석이 허가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결국 지역 경찰은 이러한 피고인들을 체포하기 위해 세금을 더 사용하게 되는 것이고, 피고인 또한 직전 사건이 기소된 상황에서 재범을 저지른 것에 대한 가중처벌의 두려움으로 인해 상황을 극단적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보석 적절성 분석은 지역의 Pretrial(사전 심리) 사건 기록들을 분석해, 어떠한 범죄기록 및 사회경제적 배경 피고인들의 보석 후 재범률이 높은지 파악해 지방판사들로 하여금 보석 결정에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학자가 형법적 배경지식과 사회통계분석학 기술을 이용해 이러한 연구들을 진행한다.
미국 경찰, 검찰과 판사들은 왜 자신들의 기록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일까. 첫째,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의지가 강하다. 법학전문대를 나와 민사사건을 맡으면 재정적인 부유함을 추구할 수 있지만, 형사사건을 다뤄 공공안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신념이 강한 검사가 많다. 미국의 지방검찰은 총기, 마약, 폭력 사건의 비중이 매우 높아, 열정 없이는 시작하기 어려운 길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체력과 의지가 없으면 총기를 소지할 가능성이 있는 용의자에게 접근하기 힘들다. 많은 경찰은 자신들이 약자와 피해자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경찰은 범죄자에 대해 강력해야 한다
둘째, 기록자료를 기반으로 한 행정 평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최근 들어 과학적이고 증거 기반 및 실험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많아지면서, 재정적으로 하위 단계에 있는 주정부와 지방정부들도 사회과학적 접근에 포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연방 법무부는 지방정부가 FBI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규정하고, 이를 수행하지 않는 지방정부는 연방 예산의 분배 과정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는 외부평가를 진행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찰 보고서나 검찰 기소자료, 또는 판사들의 처분판정 등이 외부 학술 전문가로부터 평가받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데이터와 정보통신 분야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왜 검경에 대한 평가가 없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들에 대한 행정 평가를 위해서는 자국인은 물론 외국인 학자에게도 비밀서약 동의를 받고 자료를 공유해 주는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공권력은 무책임하게 집행되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집행되어서도 안 된다. 국민이 경찰을 불러놓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무서워서 어떻게 살겠는가. 경찰은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한편 범죄자가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을 때 전자발찌를 끊어버리는 현상들이 빈발한다. 경찰은 범죄자에 대해 강력해야 한다. 결국, 공권력이 국민에게 존중받고, 범죄자에겐 두려움을 주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을 통한 사법행정에 대한 평가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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