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명예롭지만 험난한 말로..여당 대표 수난사

보도국 2022. 7. 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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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선과 지방선거, 두 차례의 승리에도 국민의힘 당내 분위기는 어수선한데요.

이준석 대표의 입지가 흔들거리고 차기 당권을 놓고 경쟁 구도가 펼쳐지는 모습입니다.

역대 집권여당 대표들도 그 자리의 무게 만큼, 갖가지 수난을 겪었습니다.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이회창, 정동영, 이해찬, 김무성.

누구나 소위 '이름 한 번쯤 들어본' 이 정치인들을 관통하는 열쇳말이 있습니다.

국내 의전서열 7위, 바로 집권 여당 대표를 지낸 인물이란 겁니다.

하지만 너무 높이 올라가서일까요.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여당 대표들은 끊임 없는 당 안팎의 견제 속에 험로를 걸어야 했습니다.

보수정당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견인하며 지난 대선과 6·1 지방선거, 두 차례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얼마 안 돼, 성 비위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의 징계 심의로 최대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2011년 '박근혜 키즈'로 여의도에 등장한 뒤, 10년 만에 헌정사상 최초의 '30대 당 대표'에 올랐습니다.

<이준석 / 국민의힘 대표 (지난해 6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대선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입니다."

공고한 지역주의의 벽을 깨고 당의 변화를 이끄는가 하면, 거침 없는 직격으로 거야의 공세를 뚫었지만 꽃길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를 계기로 '친윤석열계'와 내홍이 벌어지며 고립 양상이 나타난 겁니다.

'풍전등화'에 빗대 위태로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 맞서 이 대표는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준석 / 국민의힘 대표(지난달 30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대표가 윤리위 전 사퇴할 것으로 봤는데) 어떤 인식으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모르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경징계라도 내려질 경우 정치 행보에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한때 청렴과 소신으로 주목받으며 정치판을 흔들었던 두 거물, 이회창 전 총재와 정동영 전 대표를 잘 아실 겁니다.

'대쪽 판사' 이미지로 급부상한 이 전 총재는 대법관, 국무총리, 당수까지 화려한 스펙을 자랑했지만, 한 가지 타이틀을 끝내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바로 '대통령'입니다.

유력 대권주자였지만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 신한국당 내에서 사퇴 여론이 일었고, 연이은 대선 패배에 씁쓸히 퇴장해야 했습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정동영 전 대표도 대선 패배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며 존재감이 흐려졌고, 민생당을 창당해 21대 총선에 나섰지만 낙선했습니다.

대권 문턱에 가보기도 전, 당 안팎의 위기로 정치 행보가 흔들린 여당 대표들도 있습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그 중 한 명인데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와의 공천 갈등으로 빚어진 이른바 '옥새 파동'이 연일 언론을 달궜습니다.

당초 여유있는 승리를 예상했지만 당내 분열상으로 자멸하며 민주당에 원내 1당을 내줬고, 김 전 대표는 물러났습니다.

<김무성 / 전 새누리당 대표 (2016년 4월)> "당력을 결집하지 못하면서 많은 국민께 실망을 드렸습니다. 국민만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친박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이정현 전 대표는 예기치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직격타를 맞아 탈당에 이르렀습니다.

잘 나가던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오히려 여당 대표가 되자 치솟던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안으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밖으로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존재감을 발휘했는데, 결국 대선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뒤이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대선 패배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고,

<송영길 /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3월)> "저는 평소 책임 정치를 강조해왔습니다. 그래서 민주당 당대표로서 대통령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명분이 없는 무리수라는 지적 속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큰 표차로 낙선해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내부 견제와 갈등, 선거 패배에 따른 정치적 책임.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여당 대표 다수는 명예로운 출발과 달리, 말미엔 곤혹을 치르고 퇴장했습니다.

하지만 여당 대표로서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정치권에서 명예롭게 행보를 이어간 경우도 간혹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와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전 국회의장입니다.

두 정치인에게 닮은 점이 있는데요. 이른바 '웃는 상', '스마일맨'이란 겁니다.

'외유내강'형 인물들로 온화한 성정과 친화력 그리고 포용력이 공통적인 강점이자 임기를 채운 비결로 꼽힙니다.

'관리형 리더십'이라고 꼬집는 시각도 있지만, 사분오열 되기 쉬운 당심을 모으고 여야 협치를 이루기 위해 여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당 안팎의 집중 공세로 치명상을 입기 쉬운 만큼, 여당 대표라는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 불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너무 멀리 내다보느라, 발밑을 내려다보지 못하고 과욕으로 화를 부르기도 합니다.

여당 대표의 무게를 짊어지기 위해선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내공도 필요하지만, 김무성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 중 이 부분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 두려워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이준석 #여당대표 #차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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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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