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경고에 은행 '화들짝'..경쟁적 예금금리↑ · 대출금리↓

유영규 기자 2022. 7. 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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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례적으로 금리가 연 3∼5%대에 이르는 정기 예·적금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대출 금리는 계속 낮추고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이자 장사' 경고가 쏟아지고,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격차)가 7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지자 부담을 느낀 은행권이 나름대로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수신(예금) 금리 인상은 하반기 기업 대출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 금융지원 종료를 앞두고 다시 강화되는 건전성 기준 등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상반기에 5대 은행 정기 예·적금에만 32조 원이 넘는 시중 자금이 몰렸는데, 부동산·주식·가상화폐에서 은행 쪽으로 자금 흐름이 바뀌는 '역머니무브'가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과 더불어 하반기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역머니무브는 시중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안정적인 은행 예·적금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창업 40주년'을 맞아 특판 상품인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과 '신한 S드림 정기예금'을 내놨습니다.

10만 계좌 한도로 출시된 페스타 적금은 주(週) 단위로 납입하는 만기 10개월 자유 적금으로, 월 최대 3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고 금리가 연 4.0%에 이릅니다.

1년제 정기 예금인 S드림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연 3.2%)도 3%를 넘고, 최대 가입 가능액은 1억 원입니다.

역시 1조 원 한도가 정해진 특판 상품입니다.

NH농협도 오는 11일쯤 우대금리 0.4%포인트(p)를 포함해 금리가 연 3%대인 정기예금 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지난달 22일 우리은행은 최고 금리가 연 3.20%인 '2022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2조 원 한도로 내놨는데, 불과 6일 만에 소진돼 같은 달 28일 한도를 두 배인 1조2천억 원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1일 현재 한도까지 1천437억 원만 남아 두 번째 소진이 임박했습니다.

같은 달 17일 케이뱅크가 출시한 연 5.0% 금리의 '코드K 자유적금' 10만 계좌도 10일 만에 모두 팔렸습니다.

이처럼 6월 두 차례 선보인 5%대 금리 적금 특판에 힘입어 수신(예금)이 한 달 사이 8천500억 원이나 늘자 케이뱅크는 이달에도 특판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 인상과는 달리 대출금리의 경우 금리 상승기에도 스스로 계속 낮추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7·4∼8)에 대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10∼0.25%포인트 한 차례 내린 바 있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최근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금융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금리 인하, 분할상환 유예 등 다양한 금융비용 절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이달 1일부터 우대금리 확대 등을 통해 담보, 전세자금 등 주택관련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낮췄습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4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포인트의 우대금리(은행 자체 신용등급 7등급 이내)를 모든 등급(8∼10등급 추가)에 일괄적으로 주기로 했습니다.

결국 우리은행 전체 등급의 가산금리가 1.5%포인트씩 낮아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케이뱅크도 같은 달 22일 대출금리를 최대 연 0.41%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이처럼 은행이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높이지만 대출금리를 낮추는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지나친 예대금리차(마진)에 대한 금융당국, 정치권, 여론의 부정적 기류가 거론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운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지속해서 높여 나가야 한다"며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달 28일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민생물가안정특위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 올려도 대출이자 부담이 6조7천억원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예대마진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 기준 총수신(예금) 금리는 1.08%, 총대출 금리는 3.45%로 예대마진은 2.37%포인트 수준입니다.

2014년 10월(2.39%포인트)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습니다.

이런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한 시중 은행장은 "정치권의 압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경제 연착륙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의 측면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운 차주 등은 당연히 은행들도 자율적으로 나서서 도와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금융의 공공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강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상에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은 줄었다지만, 기업대출이 계속 늘고 있어 예·적금 유치를 통해 하반기 대출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월 말 현재 기업대출 잔액은 673조7천551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37조8천672억 원이나 불었습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709조529억원→699조6천521억 원)이 9조4천8억 원 오히려 줄어든 것과 대조적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가계대출은 감소했지만, 기업대출은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가계대출도 전세계약 갱신 주기 도래 등에 따라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자금을 조달해둘 필요가 여전히 있다"며 "따라서 최근 은행권에서는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거나 특판을 진행하는 등 수신고를 뺏기지 않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지원 조치 때문에 완화된 건전성 기준이 다시 원래 수준으로 강화되는 점도 변수입니다.

금융지원을 전제로 금융당국이 예대율(은행 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등의 기준을 낮춰줬는데, 이제 금융지원 종료를 앞두고 다시 기준이 정상 수준으로 복원되면서 수신(예금)을 늘릴 필요가 커졌다는 얘기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예대율의 경우 5%포인트 범위에서 100%를 벗어나도 용인해주고, LCR도 80%에서 70%로 하향 조정했다가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유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특판 등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요인들로 은행들이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수신금리 인상 등을 통해 예·적금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자산시장도 계속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흘러드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 말 690조366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722조5천602억 원으로 6개월 사이 32조5천236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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