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5·24조치로 시작된 독자 대북제재..효과 얼마나 있었나

박대로 2022. 7. 3.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5·24조치 단행
2016년 3·8조치, 금융·해운·수출입 등 제재
2016년 12·2조치, 중국인·고려항공 등 포함
문재인 정부, 2017년 2차례 대북 제재 단행
독자 제재로 남북 교역 급감…사실상 중단

【서울=뉴시스】남강호 기자 = 이명박 대통려이 24일 오전 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사태와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발표문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과 향후 대북 제제에 관해 언급하고 추가도발시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정부가 북한 핵 실험과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면서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2010년 취해진 5·24조치를 기점으로 정부는 여러 대북 독자 제재를 집행해왔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통일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대북 제재 현황과 완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취해진 5·24조치를 계기로 남북 경제 협력을 비롯한 각종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이 대부분 중단됐다.

5·24조치는 2010년 3월에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이자 사실상 첫 번째 독자 대북 제재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5월2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어 통일·외교통상·국방 3부 장관 합동 기자 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따른 분야별 대응조치(5·24조치)를 발표했다.

5·24조치 주요 내용은 ▲북한 선박의 남한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일반교역, 위탁가공교역 등)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입 금지 ▲남한 국민의 방북 불허(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지구 예외) 및 북한주민과의 접촉 제한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 불허(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확대 금지) ▲대북지원사업은 원칙적으로 보류(단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유지) 등이었다.

5·24조치는 개성공단 사업을 뺀 모든 남북 경제 협력 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것이었다.

5·24조치에서 제외됐던 개성공단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 실험을 감행했다. 이에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3월에 개성공단을 잠정적으로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외교부, 해양수산부 관계자들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2270호)에 이은 우리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독자 대북제재에는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는 해운 제재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하는 단체와 인물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이 담고 있다. 2016.03.08.photothink@newsis.com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기존 핵 실험이나 국지적 도발에 활용하지 않았던 초강경 대응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한국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게 하겠다며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나아가 2016년 1월6일 북한이 4차 핵 실험을 하자 박근혜 정부는 국민 신변 안전 확보를 이유로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 조사 사업, 겨레말 큰사전 남북 공동 편찬 사업 등 추진 중이던 민간 교류·협력을 잠정 중단하고 개성공단 체류 인원까지 줄였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2016년 3월8일 3·8 독자 대북 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월2일에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보완하고 5·24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독자 제재 조치에 발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3·8조치는 금융 제재, 해운 제재, 수출입 통제, 북한 영리시설 이용 자제 계도 등 4가지로 구성됐다.

금융 제재와 관련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책임이 있는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 김낙겸 전략군사령관 등 개인 43명과 무역은행, 원자력연구원 등 기관 34개에 대한 외환 거래와 금융 거래를 금지하고 국내 자산을 동결했다.

해운 제재의 경우 북한에 머물렀던 외국 선박 입항을 180일 동안 금지했다. 북한 편의치적(선주가 자신의 선박을 자기 나라에 등록하지 않고 제3국에 등록하는 일) 선박의 국내 입항과 남북 항로 운항이 금지됐다. 또 남북한과 러시아 3국 간 물류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6.12.02. 20hwan@newsis.com

아울러 북한산 물품 반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다. 한국 국민과 재외동포의 해외 북한 영리 시설 이용을 자제시킨다는 내용이 3·8조치에 담겼다.

그럼에도 북한은 2016년 9월9일 5차 핵 실험을 감행하는 등 핵 무력 강화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자 정부는 12월2일 더 강화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이른바 12·2조치는 금융 제재 대상을 북한 정권 핵심 인사와 기관들로 확대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포함해 핵 개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의심되는 북한 지도부 32명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제재 대상에 새로 포함된 북한의 조직과 단체는 노동당과 국무위원회 등을 포함해 34개였다.

12·2조치에는 중국 개인 4명과 중국 단체 1개에 대한 제재가 담겼다. 북한 핵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의심을 샀던 단둥 홍샹실업발전공사와 해당 회사의 마샤오흥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 4명이 포함됐다. 한국 정부가 중국 기업과 중국인을 직접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또 12·2조치에는 북한 관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포함됐다. 정부가 고려항공을 제재한 것은 북한 노동자들이 고려항공을 통해 해외에 파견돼 핵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는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은 주로 고려항공을 이용해 해외 주재 외교관과 상사원들로부터 금수 물자와 외환을 밀반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나아가 12·2조치에는 북한에 기항하는 제3국 소유 선박들의 한국 국내 입항 불허기간을 1년으로 늘린다는 내용, 북한 핵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판단되는 제3국 핵 미사일 관련 전문가의 국내 입국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뉴시스】

아울러 북한산 위장 반입 근절을 위해 집중 관리 대상 품목이 늘어났다. 집중 관리 품목은 기존 농수산물 22개 품목에서 유엔 제재 광물 11개 품목(석탄, 철, 철광석, 금, 티타늄광, 바나듐광, 회토류, 은, 동, 아연, 니켈)을 포함한 33개로 늘었다. 이와 함께 국내 수입 통관 시 원산지 증명서 등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고 현품 검사를 강화했다. 북한산 의류 임가공품의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한 계도 활동이 이뤄졌다.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강했던 문재인 정부 역시 대북 독자 제재를 가했다.

북한은 2017년 9월3일 제6차 핵 실험을 했고 같은 해 11월29일에는 화성-15형 ICBM을 발사했으며 정부 성명을 통해 국가 핵 무력 완성을 발표했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는 독자 제재를 꺼내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해 11월6일 북한 대량 살상 무기와 탄도 미사일 개발에 관련된 북한 관계자 18명을, 12월11일에는 북한 단체 20개와 개인 12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독자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자 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시키고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견인하기 위한 수단임을 강조했다.

10여년 동안 이뤄진 한국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는 상당한 파급 효과를 낳았다.

[마드리드=뉴시스] 전신 기자 = 3박 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한국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내 참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7.01. photo1006@newsis.com

5·24조치 영향이 본격화된 2011년 남북 교역은 17억14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10.4% 축소됐다. 5·24조치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일반교역과 위탁가공업의 반·출입은 크게 감소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 교역 규모는 2013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여파로 전년 대비 42.4% 감소했다.

이후 남북 교역 규모는 줄어들었다. 남북 교역액은 2016년 3억 달러로 전년도 대비 90% 가까이 감소했다. 2017년부터는 비상업적 거래(반출)를 제외한 남북 교역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독자 제재를 꺼내들 방침이다. 북한이 ICBM 발사를 거듭하고 7차 핵 실험을 예고한 만큼 독자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북한 핵 문제는 더 이상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 만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아래 더 강한 대북 제재, 한미 군사 공조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대북 독자 제재도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TV조선에 출연해 "확장억제협의체라든지 추가 독자 제재, 즉 대량 살상 무기 생산 개발에 관여한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독자 제재는 북한이 추가로 ICBM을 발사하거나 핵 실험을 감행할 경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독자 제재가 남북 간 협력 가능성을 차단해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스스로 포기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