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건희 '대표'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인가

신지영 2022. 7. 3. 08: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어준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현 대통령의 배우자를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여사'라는 존칭을 쓰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씨'를 사용한 것이 인격권 침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대통령의 배우자는 어떤가? 후보자 시절에는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로 불리다가 대통령의 배우자가 되니 '김건희 여사'가 되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시 '씨'와 '여사' 논쟁이다.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씨냐, 여사냐'가 아니라 '왜 여사냐'를 질문했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광장에서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페이스북 건희사랑 캡처

김어준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현 대통령의 배우자를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여사’라는 존칭을 쓰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씨’를 사용한 것이 인격권 침해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왜 ‘여사’가 아니라 ‘씨’를 쓰느냐는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겨레〉의 ‘씨’ 표기를 두고 이미 세 번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1999년에는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씨’가 문제였다. ‘이희호씨’와 ‘권양숙씨’ 논란은 존칭 표기 원칙을 설명하며 마무리되었지만 ‘김정숙씨’ 논란은 달랐다.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절독 사태로 이어지자 〈한겨레〉는 결국 ‘씨’ 대신 ‘여사’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창간 이래 지켜온 존칭 표기 원칙을 변경했다.

그런데도 다시 ‘씨’와 ‘여사’ 논쟁이다.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씨냐, 여사냐’가 아니라 ‘왜 여사냐’를 질문했어야 한다. 그리고 지칭어(가리켜 이르는 말)와 호칭어(부르는 말)가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했어야 한다.

‘여사’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사전의 첫 번째 뜻은 ‘결혼한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이 ‘여사’는 현재 세 가지 용법으로 사용된다. 첫째,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지칭어는 보통 성에 여사를 붙여 ‘김 여사’와 같이, 호칭어는 관계에 따라 ‘님’을 붙이거나 떼어서 ‘김 여사(님)’과 같이 표현한다. 둘째, 지위가 높은 남성의 배우자로서 직업이나 직함이 없는 경우에 존칭으로 사용된다. 지칭할 때는 ‘누구의 부인(혹은 배우자) 누구 여사’, 호칭할 때는 ‘(누구) 여사님’과 같이 쓰인다. 셋째, 부르는 말이 마땅치 않은 중년 이상의 여성 호칭어로 사용되는 ‘여사님’이다. ‘아줌마’를 대체하며 빠르게 세력을 넓혀가는 말이다.

사전의 두 번째 뜻은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현재는 생명력을 잃었다. 장관도 국회의원도 교수도 여성인 경우에는 ‘아무개 여사’로 언론에 호명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 언론이 여성 장관, 국회의원, 교수를 ‘아무개 여사’라고 호명한다면 아마 차별이라는 항의가 쏟아질 것이다. 세상이 바뀐 만큼, 언어도 바뀐 것이다.

대통령의 배우자가 남성이라고 상상해보면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지금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여사’ 논쟁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결혼한 대통령의 배우자가 남성인 경우를 상상해보면 비대칭성이 바로 드러난다. 남성에게는 ‘여사’와 같은 별도의 존칭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만약 회사의 대표라면 ‘대통령의 배우자 아무개 대표’라고 지칭할 것이다. 만약 부인의 재임 기간에 대표를 잠시 그만두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 끽해야 ‘대표’ 앞에 ‘전’이 붙는 정도다. 호칭어는 ‘(아무개) 대표님’이 될 것이다. 만약 배우자가 호칭으로 사용될 만한 직업이나 직함이 없는 경우라면 어떨까? ‘누구의 남편 누구 씨’라는 지칭어와 ‘누구 님’이라는 호칭어가 쓰일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 대통령의 배우자는 어떤가? 후보자 시절에는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로 불리다가 대통령의 배우자가 되니 ‘김건희 여사’가 되었다. 왜 여성은 ‘대표’에서 ‘여사’가 되어야 하는가? 결국 우리 사회를 위해 더 필요한 질문은 “왜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김건희 ‘씨’인가?”가 아니다. “왜 김건희 (전) ‘대표’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인가?”여야 한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