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의 여름, 사랑과 전쟁 [N초점]

정유진 기자 2022. 7.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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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한산: 용의 출현'으로 여름 흥행 도전
영화 '헤어질 결심' '한산: 용의 출현'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배우 박해일이 여름 극장가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6월에는 사랑에 빠진 남자로, 7월에는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으로 분해 '사랑과 전쟁'이라는 상반된 테마를 그려낸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애초 남자주인공으로 박해일을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썼다고 알려진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는 드물게 청소년관람불가 장면이 없는 이 영화는 용의자와 사랑에 빠지는 형사라는 클래식한 설정에 박찬욱 감독 특유의 독창적인 연출이 가미돼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개봉해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에서 강박과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형사 해준을 연기했다. 해준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 스테레오 타입 형사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정갈한 차림으로 적재적소 사용할 수사 도구들을 챙겨 들고 다니는 그는 융통성이 없다고 해석해도 될만큼 모든 면에서 정석을 따르는 인물이다. 그런 그는 비밀을 감추고 있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살인 용의자 서래(탕웨이 분)를 만난 후 흔들리며 '붕괴'돼 간다.

'헤어질 결심' 스틸 컷 © 뉴스1

박해일이 연기하는 해준은 품위가 있으면서도 섬세하고 따뜻하다. 박해일은 빈틈없이 정돈돼 있었던 해준이 서래에게 의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갖게 되면서 겪는 고통과 즐거움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해준은 관객들에게 신뢰감과 안심을 주는 인물이며, 관객들은 그의 관점에 몰입해 서래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게 된다. 탕웨이가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박해일의 안정감 있는 연기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훌륭한 케미스트리가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헤어질 결심'은 박해일의 멜로 연기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2001년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래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온 박해일의 대표작은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모던 보이'(2008) '이끼'(201) '최종병기 활'(2011) '은교'(2012) '남한산성'(2017) 등의 장르물이다. 하지만 데뷔 초기 그는 '질투는 나의 힘'(2003) '국화꽃 향기'(2003) '연애의 목적'(2005) 같은 멜로나 로맨스 장르 영화들에 출연해 많은 여성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헤어질 결심'은 잘생긴 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 등 멜로의 조건(?)을 갖췄지만 정작 멜로 영화 출연은 잦지 않았던 박해일의 애틋한 감정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헤어질 결심' 이후 선보이게 된 '한산: 용의 출현'은 또 한 번 박해일의 변신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하나가 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영화다. 1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여전히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명량'(2014) 김한민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두번째 작품이다. 오는 27일 개봉 예정.

'한산: 용의 출현' 스틸 컷 © 뉴스1

이번 영화에서 박해일은 한산해전 당시 젊은 장군 이순신을 연기한다. 이순신은 앞서 '명량'에서 최민식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연기해 확고한 이미지를 굳혔던 캐릭터. 최민식과 전혀 다른 이미지의 박해일이 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해낼지를 확인하는 것이 영화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한민 감독이 애초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한산해전에서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 명량해전에서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 노량해전에서 현장(賢將, 현명한 장수)의 이순신을 그리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힌트를 준 바 있다. 박해일은 젊지만 빈틈없고 지적인 이순진을 연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해일은 현대물 뿐 아니라 사극에도 여러 차례 출연해 존재감을 빛냈다. '최종병기 활'(2011) '남한산성'(2018) '나랏말싸미'(2019) 같은 영화들이다. 조선 말기부터 일제 강점기를 그린 시대극 '덕혜옹주'(2016) 역시 비슷한 종류의 영화로 불 수 있을 것이다. 사극 영화들에서 박해일은 자칫 전형적여 보일 수 있는 캐릭터들을 전형적이지 않게 연기해내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박해일의 이순신 캐릭터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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