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경제'에 맞서기《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법》[북적북적]

조지현 기자 2022. 7. 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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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345 : '관심 경제'에 맞서기 -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하루 중 잠깐이라도 '남는' 시간이 생기면, 우리는 언젠가부터 모두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손에 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니, 누가 시킨 것이라면 이렇게까지 열성적일 수는 없을 테다.

분초를 다투는 어마어마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유튜브나 뉴스를 보거나 인스타그램 혹은 페이스북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쇼핑을 하거나. '좋아요'와 조회수와 새 게시물 '알림'이 쉬지 않고 우리를 재촉한다. 더 보라고, 미루지 말고 얼른 보라고. 알고리즘이 '이것도 좋아할 것 같다'며 자꾸만 미끼를 던진다.

심지어 이런 플랫폼에서 시간을 보내며 우리는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열심히 트렌드를 따라잡고 있다고,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고. 잠시라도 안 보고 있으면 중요한 걸 놓치는 것처럼 불안해진다. 'FOMO: fear of missing out'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득 궁금해진다. 이렇게 분주한데, 왜 텅 빈 것 같은 기분인지.
 
악당은 상업적 소셜미디어의 침략적 논리이며, 이득을 취하려고 우리를 불안과 질투, 산만한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소셜미디어의 금전적 동기다. 더 나아가 악당은 이러한 플랫폼에서 자라나 오프라인의 자기 모습과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사고방식에 악영향을 미치는 개인주의와 퍼스널브랜드 숭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中

〈골라듣는 뉴스룸〉의 책 읽는 일요일, 팟캐스트 〈북적북적〉에서 이번 주 소개하는 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제니 오델 지음, PILLOW 펴냄)』이다. 영어판의 원제 역시 'How to do nothing'으로 같다. 영어판에는 부제가 있는데, 'resisting the attention economy'이다. 'attention economy',이 용어는 우리말로 '관심 경제'라고 번역되고 있으니, '관심경제에 저항하기', '관심경제에 맞서기'- '관심 경제'에 맞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법'이 이 책의 주제다.
'관심'이란 무얼까. 책 속 문장 '관심은 우리가 보는 것을 결정함으로써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리의 시선이 향하는 대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처럼, 관심은 우리가 세상 어디에 시선을 둘지 결정하는 필터이고 무엇에 얼마나 시간과 에너지를 쓸지 결정하는 기초이기도 하다. '관심 경제'는 우리의 관심을 붙들어 둠으로써 돈을 버는 산업이다, '관심'을 자원으로 굴러가는 경제다. 우리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접속하는 거대 플랫폼들이다. 이용자의 관심과 시간을 먹고 사는 이 플랫폼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최대한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 그래야 그들에게 이용자 맞춤 광고를 더 많이 노출해 돈을 벌 수 있으므로. 그러기 위해 이용자가 거부하기 힘든 콘텐츠를 알고리즘을 통해 권한다.
 
깨어 있는 내내 생계를 위해 일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여가 시간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숫자로 수치화된다. 재고를 확인하듯 수시로 자신의 성과를 확인하고 퍼스널브랜드의 발전 과정을 감시할 때, 시간은 경제적 자원이 된다.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것'에 쓰는 시간을 정당화할 수 없다. 아무 것도 아니 것은 투자 대비 수익이 전혀 없다.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간과 공간의 잔인한 교차점이다. 비영리 공간이 사라지듯이 우리도 자신의 모든 시간과 행동을 잠재적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中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의 저자 제니 오델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을 빼앗긴 요즘 우리에게 관심경제에 맞서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 책에서 제니 오델이 말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정말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휴식마저 수치화된 세계에서 '쓸모 없음의 쓸모'를 말하는 것이고, 관심의 깊이를 더욱 깊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되는 데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니 오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를 기반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로, 그의 첫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버락 오바마가 '올해의 책'으로 추천하고 <릿허브>가 선정한 '지난 10년간 출간된 최고의 논픽션 20'에 오르기도 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 관심 경제에 휩쓸리지 않기는 우리에게 회복의 시공간을 제공하고, 주의를 기울여 듣는 능력을 주고, 겉보기에 진보처럼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는 '해독제'를 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일종의 재교육 장치로 본다. 흩어질 대로 흩어져 의미 있는 행동에 나설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자양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는 우리에게 관심경제에 저항할 수 있는 여러 무기를 제공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中

<북적북적>에서 책을 소개하면서 늘 '맛보기'로 조금씩 낭독을 하고 있지만, 이 책만큼이나 '맛보기'로는 맛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책은 드물 것이다. 하나의 목표지점으로 주도면밀하게 달려가기보다는 넓은 곳을 자유롭게 거닐다 보니 어디엔가 다다르고, '아 여기가 목적지였나봐' 하게 되는 책에 가깝다., 저자의 생각은 시공간적으로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그 생각의 가지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큰 나무를 보게 된다.
 
나는 대규모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탈퇴하는 것보다 대규모로 관심을 이동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 사람들이 자기 관심의 통제권을 되찾고 모두 함께 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중략)…
사회적 관점에서든 생태학적 관점에서든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의 초점을 관심경제에서 거두어 공적이고 물리적인 영역에 옮겨 심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中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관심경제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그 '관심'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책이다. 또 '관심경제'라는 것은 미처 몰랐지만 요즘 세태에 뭔가 찜찜함을 느꼈던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새로운 관심의 지도'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이야말로 우리가 철회할 수 있는 마지막 자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中

*출판사 PILLOW의 낭독허락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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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현 기자fortu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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