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장제원 이어 안철수까지..줄잇는 與의원 모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이슬기 기자 = 국민의힘 내에서 최근 중진 의원들이 주도하는 의원 공부모임이 줄을 잇고 있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이 '여당 1호 공부모임'을 발족한 데 이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도 자신이 주도하는 포럼을 재가동하고 나섰고, 자칭 '국민의힘 신입 멤버' 안철수 의원도 이달 '당·정 연계 토론 모임' 출범을 예고했다.
오는 7일 이준석 대표의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사를 앞두고 조기 전당대회 개최설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잇따라 만들어지는 여당 내 공부모임이 결국 차기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세 결집'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모임이 열릴 때마다 참석자 수와 면면에 시선이 집중되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 의원은 이달 출범을 목표로 '당·정 연계 토론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인수위에서 만든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대해 관료, 전문가 등을 초청해 공부하고 입법적 뒷받침을 하겠다는 취지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우선적으로 중점 과제로 추진해야 할 일들, 혁신이 필요한 현안들, 국가 난제들에 대해 윤석열 정부를 돕고 입법 면에서 뒷받침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공부를 하자는 게 모임의 취지"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은 모임에 회원 가입을 따로 받지 않고 그때그때 주제에 따라 참석을 희망하는 의원들이 '헤쳐모여' 식으로 공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순수 공부 모임'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본격적으로 스킨십을 늘려나가며 당내 기반 넓히기에 나섰다는 시선이 많다.
이에 앞서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은 6·1 지방선거 직후 '여당 1호 공부모임'인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를 띄웠다.
새미래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당내 싱크탱크'를 지향하며 지난달 22일 출범했으며, 당 소속 의원 115명의 절반가량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의 '새미래' 발족을 두고 차기 당권 경쟁에 시동을 건 것이란 해석이 나왔으나, 김 의원 역시 '순수 공부모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윤핵관' 장제원 의원도 자신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을 재가동하고 나섰다.
코로나19로 1년 반 만에 열린 이 포럼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사로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특히 포럼에는 국민의힘 의원 약 60명이 몰렸다. 이날 행사에는 안 의원도 참석했으며, 같은 날 오후 열린 의총보다 참석자 수가 많아 '세과시' 면에서 눈길을 모았다.
이날 모임에 대해 친윤그룹의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장 의원이 '친윤 세력화'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으나, 장 의원은 이런 시각에 거리를 두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하는 '민들레'(민심을 들을래) 모임은 '계파 논란'에 휩싸여 장 의원이 모임 불참을 선언한 이후 재정비에 돌입했으나, 활동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민들레는 전체 의원이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을 표방했지만, 윤 대통령의 경선캠프·인수위에서 활동한 측근 그룹을 중심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친윤 세불리기'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민들레는 '친윤 모임'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 심의 결과 발표 전 활동을 시작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모임을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윤핵관'의 맏형으로 차기 당권주자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매주 1∼2차례 정책 의원총회를 활발하게 여는 점도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행보라 관심을 끌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초청해 강연을 들은 '반도체 정책 의총'을 시작으로,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연한 '외교안보 정책 의총', 금융 전문가 윤창현 의원이 강연한 '가상자산 정책 의총', 윤석열 대선 캠프 에너지정책 분과장을 맡았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강연자로 나선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 관련 정책 의총'까지 그동안 4차례 정책 의총을 열었다.
당 일각에선 지도부 위치에 있어 개별 공부모임을 꾸릴 수 없는 권 원내대표가 정책 의총을 통해 사실상 '당정 연계 공식 공부모임'을 가동하는 셈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당의 한 인사는 통화에서 "이 대표 운명이 결정될 윤리위가 다가올수록 당내에서 점점 잠재적인 당권주자들이 주도하는 모임이 활발해지는 듯한 모습"이라며 "당내 의원모임이 순수 공부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세 결집' 의도가 더 크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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