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부추기며 돈 버는 성인방송 BJ..규제는 속수무책

이승연 2022. 7. 3. 06:3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성인방송 BJ(1인 미디어 진행자)들이 몰래 여성의 몸을 촬영하거나 희롱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4일 오전 1시께 한 성인방송 BJ A씨는 강남역 일대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길가에 서 있는 여성들을 위협한 뒤 이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주워 추행하는 제스처를 취하거나 걸어가는 여성을 언어로 희롱하는 영상을 송출했다.

'헌팅 방송'이란 BJ가 촬영에 동의한 일반인 여성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노출을 유도하는 방송을 말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추행 등 범죄를 방송 소재로 활용.."비판했다가 계정 정지당하기도"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성인방송 BJ(1인 미디어 진행자)들이 몰래 여성의 몸을 촬영하거나 희롱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1인 방송 콘텐츠에 대한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다 보니 미디어 플랫폼의 자정 작용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4일 오전 1시께 한 성인방송 BJ A씨는 강남역 일대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길가에 서 있는 여성들을 위협한 뒤 이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주워 추행하는 제스처를 취하거나 걸어가는 여성을 언어로 희롱하는 영상을 송출했다.

이외에도 A씨의 채널에는 노래방에서 여성의 몸을 무단으로 촬영한 영상, 길가 노점상인 장애인이 파는 물건을 바닥에 집어 던지는 등 비하하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A씨는 매번 후원금 목표치를 정해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청자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후원금은 점점 늘어났다. 이와 같은 방송으로 A씨가 받은 후원금은 하루 수백만원에 달했다.

장애인·미성년자 등 피해를 인지하기 어려운 상대를 방송 소재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월 부천시에서 한 BJ는 지적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추행하는 방송으로 52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30일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20대 BJ가 수면제를 복용해 의식이 흐려진 여성을 간음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성인방송 플랫폼에서 4개월간 채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박모(30)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과거 '헌팅 방송'은 여성들이 스스로 피해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모르게 방송이 이뤄진다"고 증언했다.

'헌팅 방송'이란 BJ가 촬영에 동의한 일반인 여성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노출을 유도하는 방송을 말한다.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추후 문제가 불거진 사례가 많아 최근에는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은밀한 방법으로 방송을 한다는 게 박씨의 전언이다.

그는 "영상 추천을 누르지 않거나 후원금을 주지 않으면 시청자를 강제퇴장시켜 채널의 폐쇄성을 유지한다"며 "한번 자극적인 방송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밝혔다가 일주일간 계정을 정지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동료 BJ들끼리 서로의 방송을 시청해 웃고 떠들며 성범죄와 혐오 행동을 부추기는 것이 범죄조직과 같다고 느꼈다"며 "이런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BJ들의 월수입이 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자극적인 1인 방송의 폐해를 막으려면 플랫폼의 자정작용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는 "1인 미디어는 규제 사각지대"라며 "단체 채팅방에서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강하게 이뤄지지만, 1인 방송 안에서 이뤄지는 범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1인 미디어 특성상 당국이 나설 경우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위험도 따른다"며 "시민단체나 시청자들을 통해 플랫폼의 자정 작용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제언했다.

winkit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