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가 얼굴 익히는 곳?" 비판에도 윤 대통령이 갔던 이유는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7.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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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마드리드=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사동맹기구다. 

냉전 시절이었다면 유럽에서만 활동했을 나토가 테러와의 전쟁을 계기로 아프간 등 중동으로 진출하더니,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에는 인도태평양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에 대한 반발과 경계의 산물이다.

이에 맞춰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8~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정식 회원국이 아닌 상황에서 군사동맹기구의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서방 중심의 군사동맹기구와의 협력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비판도 있다. 

반면 글로벌 협력 강화 차원에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어느 쪽이 맞는 걸까. 중요한 점은 나토와 한반도는 의외로 가까운 관계라는 것이다.

◆나토는 ‘멀지만 가까웠던 이웃’

‘대한민국은 2006년 나토의 글로벌파트너 국가로 참여한 이래 고위급 교류, 연합연습 참관 등 군사교류협력을 증진해왔다.’
원인철 합참의장이 지난 4월 11일 방한한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과 회담하고 있다. 합참 제공
2016년 5월 30일 방한했던 페트로 파벨 당시 나토 군사위원장이 합동참모본부를 방문, 이순진 당시 의장과 회담한 결과를 담았던 합참 보도자료 중 일부다. 한국과 나토의 교류가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이뤄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한국과 나토의 협력 본격화된 것은 2005년 12월 반기문 당시 외교부장관의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 방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정보보안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12년 에너지 안보와 사이버 등의 분야가 포함된 개별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IPCP)를 맺었다. 정무적 차원의 정책협의회도 개최됐다.

2016년에는 나토 고위 군사정책을 조정 및 통제하는 군사위원회의 수장인 군사위원장이 처음으로 방한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전화통화를 했고, 지난해에는 원인철 합참의장이 나토 본부를 방문했다. 

지난 4월에는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이 방한해 원 의장을 만났다. 정의용 당시 외교부장관도 나토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했다.

나토가 이렇게 한국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대서양과 유럽 대륙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조직이었다. 하지만 냉전 이후 위협의 형태와 강도가 달라졌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마드리드=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에서는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을 노린 해킹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슬람 급진주의자의 테러 시도도 끊이지 않는다. 핵과 대량살상무기 관련 기술의 밀거래,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 시도와 해상교통로에 대한 해적의 위협 등 해양안보도 문제다.

러시아와 중국의 밀월 관계도 나토가 신경쓰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나토는 러시아에 동조하는 중국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나토는 지난달 30일 12년만에 채택한 ‘2022 전략 독트린’에서 “중국이 유럽과 대서양 안보에 초래하는 구조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책임 있게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강압적 정책’, ‘악의적 사이버 활동’, ‘대결적 언사와 정보 조작’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국제질서를 뒤엎으려고 한다”고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같은 문제들은 유럽과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관점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어야 한다.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기존 회원국과 유사한 정치·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인도태평양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중국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한국은 나토 비회원국이지만, 다른 비회원국들과 함께 나토와 긴밀한 협력이 가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가운데)과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오른쪽 두번째),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오른쪽)과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통신
한국은 6·25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룩했다. 강력한 군사력과 사이버 능력도 갖췄다. 

이번 회의에 함께 초대받은 일본, 호주, 뉴질랜드처럼 인도태평양에 위치한 국가이며, 나토 ‘최대주주’인 미국의 동맹국이다. 나토로서는 한국을 협력 대상으로 지목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가치외교·한반도 안보 등에 효과

나토와의 협력 강화는 외교안보 등의 측면에서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우방국과의 관계 강화는 기존의 외교적 제약을 넘어설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의 외교정책은 미국 등 주변국의 비중이 높았다. 유럽은 지리적으로 멀고 안보협력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특정 국가에 대한 외교적 의존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과 가치 규범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지역 테두리를 넘어 협력을 꾀하면, 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추구하는 가치에 초점을 맞추면, 협력 대상도 넓힐 수 있다. 
루마니아 군인이 AK-74소총을 사격하고 있다. 나토 제공
미중 패권경쟁 격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냉전 2.0’의 국제질서 속에서 전략적 명확성을 강조하는 효과도 있다.

나토와의 협력은 한반도 안보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을 도울 지원병력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군이 주로 투입된다. 하지만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스, 노르웨이, 덴마크, 이탈리아, 캐나다 등 유엔군사령부 회원국인 일부 나토 국가들도 한반도 문제에 참여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6·25 전쟁 당시 한국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휴전 이후에는 유엔사에 장교들을 파견해 정전 체제 유지를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서방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과 더불어 유엔사에 참여하는 유럽 국가들이 군사적, 외교적으로 한국을 돕는다면, 국가안보의 불확실성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이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사전에 외교적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토는 유엔사에 참여하는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증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일정한 도움이 된다. 전쟁사를 살펴보면, 유럽은 미래의 전쟁 양상을 주도해왔다. 전차, 탄도미사일, 폭격기, 전함 등 현대전에서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무기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나토 사이버방위센터(CCDCOE)가 주관하는 락드실즈 2022 훈련에 참가한 관계자들이 가상 시나리오 하에서 사이버전을 진행하고 있다. CCDCOE 제공
최근 유럽은 나토의 틀 안에서 사이버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래에는 사이버가 전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있는 나토 사이버방위센터(CCDCOE)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러시아의 해킹으로 에스토니아 국가 시스템이 마비된 것을 계기로 2008년 출범한 CCDCOE는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최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사이버 작전개념과 교리 개발, 사이버 작전 구상을 위한 교육과 훈련 능력 향상, 회원국 간 사이버 작전 경험 공유를 목적으로 활동한다. 

2010년부터 다국적 사이버 훈련인 락드실즈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4월 락드실즈 2022 훈련에는 33개국 2000여 명이 참가, 적 사이버 공격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 체계 구축과 금융기관에 대한 공격 대응 방법 등을 연습했다. 

한국은 지난 5월 아시아 국가 최초로 CCDCOE 정회원에 가입했다. 한국은 지난 3년간 락드실즈에 참여했다. 이번 락드실즈 2022 훈련에는 국정원, 국방부, 한국전력공사 등 8개 기관 70여명이 참가했다.

재래식 전쟁 측면에서도 나토의 경험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나토는 핵보유국인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비한 전략을 구상하고, 이에 맞춰 지휘소훈련(CPX) 및 실기동훈련(FTX)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한 한국은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실전에서 운용하는 전략, 미사일방어 등의 분야에서 나토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핵 문제 대처, 교역 등을 감안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중국은 “일부 세력이 나토를 선동해 아시아태평양으로 촉수를 더 뻗치거나 군사동맹을 빙자해 ‘아태판 나토’를 만드는 데 반대한다”고 반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할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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