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납품단가연동제.."고물가 잡자"는 민주당, 인플레 부추기는 정책만
국민의힘 "탈원전 때문" 민주당 "고유가 때문"
산업부 "5년 간 원전 이용률 낮아지고 고가의 LNG 발전이 대체"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는데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습니다. 소비자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민생은 가히 국난 수준입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고물가 때문에 서민경제가 어려워졌다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발언이다. 박 원내대표는 1일에는 “당 민생우선실천단은 가산디지털단지 한 구내식당을 찾아 고물가로 인한 직장인들의 어려움을 듣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정부·여당에 앞서 대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은 오히려 고물가를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운임제, 정부와 합의 넘어 화물연대 요구 전면 수용
대표적인 것이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가 주장한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적·과속 운행이 잦은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화물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화물차주 및 운수 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를 말한다.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현재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에 한해 적용 중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등을 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 후 8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화물연대와 국회에서 간담회를 한 후 이들의 주장을 전면 수용해 추진하기로 했다. 당 민생우선실천단 화물노동자생존권보호팀장인 최인호 의원은 지난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이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한정돼 있어, 제도 적용에서 배제되어 있는 품목과 차량의 경우에도 안전운임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며 “2022년까지인 유효기간을 폐지함으로써 안전운임제를 안정적으로 산업현장에 정착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법안에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성환 정책위의장 등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리며 힘을 실었다.
안전운임은 시장 단가보다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안전운임제 확대는 물류 비용을 상승시켜 물가를 높인다. 안전운임 평균 인상률은 2020년 12.5%, 지난해 1.93%, 올해 1.57%이지만 컨테이너 운송물량의 절반(49.6%)을 차지하는 단거리(50㎞ 이하) 안전위탁운임은 제도 시행 이후 최대 42.6% 인상됐다는 게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 설명이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도 추진…'특이한 가격 규제’ 비판
민주당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의무적으로 반영하게 하는 납품단가연동제도 추진하고 있다. 민생우선실천단은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반월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을 찾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며 “원재료를 가공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유명무실한 납품단가 조정협의 제도의 대대적 수술은 물론,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민주당은 지난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대선 공약으로 이를 국민께 약속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특이한 방식으로 가격을 보장하는 가격 규제여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2010년 보고서에서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량은 줄어드는데,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을 때 원래 계약한 것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하면서 계약한 물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주장도…산업부 “연료가격 충격 증폭”
국민들은 곧 날아들 전기요금 고지서에서도 고물가를 체감하게 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요금이 기존보다 kWh(킬로와트시) 당 5원 오른다. 이번 조정으로 4인 가구(월평균 사용량 307kWh 기준)의 평균 월 전기요금 부담은 약 1535원 늘어난다.
전기요금이 인상된 배경은 한국전력의 막대한 적자다. 한전은 올해 연간 적자가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그 배경에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탈원전이 한국전력 부실화와 전기 요금 인상의 중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원전 이용률만 탈원전 이전 수준인 81.6%로 유지했더라면 11조원의 손실은 막을 수 있었고 한전은 적자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한전이 원전 가동 비율을 줄이고, 가스·석탄 (발전) 비중을 높였고, 가스값, 석탄값이 올라가니 (한전이) 적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전 적자는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9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전기 요금 인상은 탈원전 또는 원전하고는 관계가 없다”며 “원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으로 전력 생산을 하는 우리나라의 구조에서 연료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또 한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을 멈추고,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40%를 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과감한 전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면 현재보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에 취약해져, 전기요금을 더 올려야 하는 상황에 닥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전원 믹스가 원전, 석탄에서 LNG, 재생에너지 위주로 변하면 국제 연료가격 급등시 전력시장 충격이 더 증폭된다”며 “최근 5년간 원전 이용률 저하, 원전 조기 폐쇄, 건설 지연으로 원전 발전량 비중이 감소했고, 이를 고가의 LNG 발전이 대체하면서 한전의 적자 요인이 누적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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