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부터 마켓컬리 관련주까지.. 테마주만 되면 주식 파는 임원들 어쩌나

정해용 기자 2022. 7.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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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주목받은 테마주 기업 임원진 잇따라 회사 주식 매도
차상협 한일사료 회장은 70만주 팔아 100억원 현금화
경제전문가 "임원의 주식 매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

올해 상반기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한 기업의 일부 임원진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해당 임원진이 속한 기업들은 원숭이두창, 곡물, 사료, 마켓컬리(이하 컬리) 신규 상장(IPO) 등의 테마로 분류돼 상반기 하락장 속에서도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임원진의 회사 주식 매도가 경영진이 경영 책임을 내려놓는 신호로 읽힐 수 있고 자칫 일반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러스트=손민균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17일 김진평 미코바이오메드(214610) 부사장은 자신이 소유한 미코바이오메드 주식 1만5193주를 모두 팔았다. 김 부사장은 주식을 팔아 2억3903만원을 챙겼다. 이보다 앞서 6월 8일, 이상현 미코바이오메드 본부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의 절반가량인 1만주를 매도해 1억1000만원을 현금화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원숭이두창 진단 기술을 보유해 원숭이두창 테마주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감염 공포가 확산하고 지난 6월 국내 첫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미코바이오메드 주가는 탄력을 받았다. 김 부사장은 6월 17일 주가가 1만5733원일 때 주식을 팔았는데 이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의 종가 9010원보다 74.62%나 높은 수치다.

곡물주와 사료주에서도 임원진의 회사 주식 매도 사례가 있었다. 지난 6월 15일 김경근 신송홀딩스(006880) 감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송홀딩스 주식 6000주를 전량 매도했다. 김 감사는 주식을 팔아 현금 1억470만원으로 바꾸었다. 신송홀딩스는 전분 제품을 생산해 곡물주로 묶인다. 김 감사의 주식 처분가는 1만7450원으로 연초 종가인 5210원보다 3배 이상 뛰었다.

사료주인 한일사료(005860)에선 차상협 한일사료 회장과 차상석 한일사료 부회장이 주식을 대규모로 팔았다. 지난 4월 22일에서 27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차 회장은 70만주, 차 부회장은 26만4394주를 매도했다. 당시 거래에서 차 회장은 95억2150만원, 차 부회장은 35억4672만원을 챙겼다. 한일사료 주가는 1월에 1900원대였는데 두 경영진이 주식을 팔 때 주가는 1만2000~1만5000원대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곡물 가격이 치솟자 올해 국내 곡물주와 사료주도 덩달아 주가가 급등했다.

컬리 관련주에서도 임원진의 회사 주식 매도가 있었다. 지난 4월 25일 김희철 케이씨피드(025880) 대표이사는 자신이 소유한 회사 주식의 절반 이상인 1만8033주를 1억1759만원에 처분했다. 케이씨피드는 컬리에 달걀을 납품하는 회사다. 올해 3월 컬리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자 컬리 관련주인 케이씨피드의 주가도 들썩였다. 김 대표의 주식 거래 체결가인 6521원은 연초 케이씨피드의 종가인 3310원의 2배가량이다.

그래픽=이은현

전문가들은 임원진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원진의 주식 매도가 곧 주가 최고점을 지나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란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임원들의 주식 매도는 현재 주식이 고평가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임원진의 매도 이후엔 일반 투자자들이 매도 행렬에 동참하는 경우가 흔히 관찰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원들이 회사 주식을 팔면 경영진이 기업 경영을 열심히 안 할 것이란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높은 주가가 형성되자 주식을 판 임원진의 행위는 책임경영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업 내부 고위 관계자가 주식을 먼저 매도하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이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ESG 등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이 중요한 시기”라며 “(기업의 임원진이) 일반 국민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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