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2' 김기해 "박훈정 감독 '소년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한번 더 해보자' 말해줬다"[SS인터뷰]

황혜정 2022. 7.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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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액션신(scene) 한 장면에서 박훈정 감독님의 디렉팅(directing)과 내 연기가 조금 달랐다. 그래서 감독님이 디렉팅대로 조금만 더 러프(rough: 거친)하게 가자 하셨고 그렇게 오케이 사인이 났다. 그런데 감독님이 ‘소년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를 한번 더 해보자’ 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큰 감동이었다. 감독님께서 나한테 기회를 한번 주시고 배우로서 배려를 해주신 거다. 결국에는 감독님 디렉팅대로 한 컷과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 컷이 합쳐져 쓰였다.”

스스로 3년차라 말하기 아직은 쑥스러운 한 신인배우는 자신을 믿어주고 기회를 준 스타 감독 박훈정에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감사함과 벅참을 느꼈다. 이미 박 감독의 대표작 ‘신세계’(2012)를 10번 넘게 보아온 터라 좋아하는 연예인을 직접 본 팬의 심정으로 그를 우러러봤다.

“톰(저스틴 하비 분)과 싸우는 장면에서 혼자 넘어져 칼 빼면서 화풀이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영화에선 그 장면이 커트가 두 개로 나뉘어 등장했다. 앞쪽 커트는 감독님이 원하시는 디렉팅 컷으로 됐고, 뒤쪽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연기가 붙었다. 처음 영화를 볼 땐 너무 떨려서 몰랐다. 감독님의 디렉션과 나의 연기가 같이 어우러진 신이니까 정말 감사했고 감동받았다.”

‘마녀2’ 스틸컷 속 김기해(가장 오른쪽).

자신의 첫 상업 영화 스크린 데뷔작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해냈다. 중국어(中國語)를 쓰는 미소년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뒤쫓던 소녀와 마침내 조우하자 엷은 미소를 띠며 비열하고도 냉혹한 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소녀의 초능력을 확인하고는 이내 웃음기를 싹 거두고 두렵고도 당혹스런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맑고 고운 외모에 서린 서늘한 악당 토우 미소년의 반전 면모다.

최근 스포츠서울 사옥에서 만난 1999년생 배우 김기해(24)는 선하고 앳된 외모와 상반되게 뚜렷한 주관을 갖고 진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청년이었다. 그는 개봉 소감으로 “‘마녀2’를 2년 전에 촬영했다. 개봉을 오래 기다렸다. 첫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니까 빨리 나왔으면 좋겠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너무 알리고 싶었다. 비밀유지 서약이 있었기에 내용을 유출해서도 안 됐다. 가족 빼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한테도 얘기를 못 했다. 거의 잊고 살고 있을 정도로 늦게 나왔는데 이렇게 개봉을 하고 반응이 있으니까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김기해는 오디션을 보고 토우 4인방 중 유일한 청일점으로 캐스팅됐다.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자 혹시나 해서 박 감독과 ‘마녀’ 세계관에 대해 대화를 나눌 준비를 위해 ‘마녀1’(2018)을 여러번 보고 또 본 그다. 1, 2차 오디션을 통과한 그는 오디션 막바지로 갔을 때 중국어를 하는 배역이라는 정보만 듣고 한국어로 된 대본을 받았다.

김기해는 “한국어 대본을 중국어로 다 번역을 해놨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살면서 한 번도 중국어를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다 준비를 해놨는데 오디션장에서 감독님이 중국어 연기를 시키시진 않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근데 그 자리에서 나보고 ‘마녀2’ 대본을 가져가라고 주셨던 게 기억이 난다. 집에 가서까지도 얼떨떨했다”고 밝혔다.

영화 내내 중국어를 하는 캐릭터였다. 극중 자연스러운 중국어 연기를 선보인 그는 “중국어는 한 달 가량 속독으로 배웠다. 시간이 여유롭게 주어지지 않았다. 중국어 선생님 한 분이 토우 4명한테 붙어서 가르쳐주셨다. 대사를 녹음해 주시면 우리가 그걸 들으면서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형식으로 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첫 스크린 데뷔작, 게다가 박 감독의 작품이다. 김기해는 “모든 배우 지망생들의 꿈이잖나. 배우 지망생이었을 시절에 스크린에 내 얼굴이 걸린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거기다 거장 감독님의 작품이다. 큰 화면에 걸린다는 것 자체가 너무 떨렸다”며 미소지었다. “‘마녀2’를 총 세 번을 봤는데 처음에 볼 때는 내가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도 안 나더라. 긴장이 돼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고 그냥 봤다.보다 보니까 점점 익숙해지고 괜찮아지더라.”

함께한 선배, 동료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김기해는 “사실 조민수 선배님이나 이종석, 박은빈, 성유빈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많이 만나지 못했다. 근데 많이 볼 수 있었던 진구 선배님께서 정말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사실 내가 선배님께 먼저 다가갔어야 되는 건데 신인 배우인지라 스스로 자격지심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진구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진구 선배님이 나에게 ‘같이 맥주 마실까’라는 말도 해주시고, 박훈정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 연기에 대한 이야기, 연기 이외에 배우 생활에 관한 조언 등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요원 조현 역을 맡은 배우 서은수와 겨루는 액션신도 많았다. 김기해는 “내가 은수 누나를 발로 차고 때리고 이런 게 제일 많았다”며 “정말 세게 차서 넘어뜨렸어야 했는데 자꾸 마음이 약해져서 살살 차고 그러니까 자꾸 NG가 났다. 그래서 마지막 커트에는 ‘누나 죄송해요’하면서 아예 밟아버렸던 기억이 난다. 은수 누나에게 ‘죄송하다’ 그랬는데 ‘정말 괜찮다. 편한대로 해라’ 하셔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조현의 부하 톰 역을 맡은 배우 저스틴 하비와는 격없이 지냈다. 김기해는 “호텔 앞에 바닷가가 있었다. 촬영 쉬는 날 하비 형이 ‘수영하러 가자’해서 갔는데 당연히 해수욕장 가서 발만 담그고 놀겠지 싶었다. 그런데 형이 완전 깊은 곳까지 들어간 거다 한겨울에(웃음). 남자의 자존심상 나도 안 들어갈 수가 없어서 뛰어들었다. 그런데 발이 안 닿았다. 나중에 어떻게 헤엄쳐서 나왔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재밌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함께한 토우 소녀 3인방인 배우 채원빈, 서이라, 정라엘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우리 토우 배우들, 다 같이 신인이고 같이 중국어도, 액션도, CG연기도 준비하면서 거의 두 달 가까이 제주도에 함께 있었다. 이야기도, 연습도 정말 많이 했다. 그리고 다 또래여서 되게 재밌게 지냈던 것 같다.”


하루종일 찍은 액션신이 3초 나오기도 했다. 결코 쉽지 않은 고강도 액션이었다. 더군다나 팔이 자라나는 연기 같은 CG연기도 병행했다. 김기해는 “팔이 자라나는 연기를 해야 됐고, 팔 뿐만이 아니라 염력 띄울 때도 다른 여자 토우들과 소녀(신시아 분)는 간결한 동작으로만 액션을 선보이는데 감독님께서 나에겐 ‘너는 온 힘을 주었다는 느낌으로 해보자’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드래곤볼 모으듯이 자세를 다르게 했다. 현장 촬영에선 사실 아무것도 공중에 떠오르지 않는데 힘 주고 있는 그런 느낌을 표현해야했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갈리는 느낌을 표현해야했다”고 설명했다.

토우의 미소년을 위해 나름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그려봤다. 김기해는 “각 캐릭터마다 서사가 있다라고 생각해 미소년의 전사나 서사를 다 생각을 하고 상하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겠구나 상상했다”며 “물론 영화관에서 비춰지는 건 한정적이지만 미리 서사를 생각해야지 조금이라도 더 입체적으로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도 내가 좀 더 불쌍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마녀2’로 얻은 수확을 3가지 키워드로 자신있게 말했다. “액션, CG연기 그리고 외국어.” 김기해는 “‘마녀2’로 내가 몸도 쓸 수 있고, CG연기도 할 수 있으며 외국어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걸 어디가서든 어필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학교 때부터 연기자를 꿈꿨다는 그는 “실제로 연기를 시작했던 건 고등학교 후반이었던 것 같다”며 “원래 심리학자가 꿈이었다. 따로 심리학 공부를 조금 하다가 사람들 이런 심리 저런 심리도 있구나 깨달았다. 그때 난 중학교 2학년 때였고 세상이 다 본인 위주로 돌아갈 때잖나.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을 것’이라 생각했던 게 편견이 깨지면서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알았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표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배우의 길로 올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다.”

보편적이지 않는 이유에 놀라 평소 책을 많이 읽는지, 또 인생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전에는 많이 읽었는데 요즘 잘 안 읽고 있다(웃음)”며 “갑자기 책 하나가 스쳐지나가는 데 배우 박정민 선배가 쓰신 ‘쓸 만한 인간’을 최근에 정말 재밌게 봤다”고 답했다. “무던하게 배우 생활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무엇을 느끼셨는지에 대해 쓰신 책인데 신인 배우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도 너무 많고 이렇게 길을 잘 따라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롤모델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영국 톱배우 게리 올드만(Gary Oldman)이다. 김기해는 “게리 올드만이 영화 ‘레옹’(1994), ‘다크나이트’(2008), ‘다키스트 아워’(2018) 등 매 작품마다 다른 연기를 선보이잖나”라며 “수없이 많은 작품에서 이렇게 다 색다르게 바꿔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은 것 같다. 존경스러웠다”고 미소지었다. 자신도 배역마다 다 다르게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시청자들이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 나를 봤을 때 ‘얘가 ‘마녀2’의 그 미소년이었어?’ 이렇게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영화, 드라마 말고도 다양한 무대에 서고 싶은 열정 넘치는 배우이기도 하다. “아직 한 번도 정식적인 프로 연극 무대에 서보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꼭 기회가 닿는다면 연극 무대나 뮤지컬 무대에 서서 관객들과 호흡하며 라이브로 같이 이끌어 나가보고 싶다.”

김기해는 3일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 인사로 팬들을 직접 만난다. “지난주 ‘마녀2’ 무대인사에 촬영 스케줄 때문에 토우 4인방 중 나만 못 갔다. 너무 섭섭한 거다. 섭섭할 게 없는데 괜히 섭섭해가지고 촬영 끝나고 집에 와 잠들기 전에 무대 영상을 혼자 몰래 보고 자고(웃음) 우리 토우 3인방 친구들은 어떻게 했을까 되게 부러웠다”며 “이번에 가게 돼 너무 신나고 설렌다. 이번 무대 인사가 앵콜 무대라 이미 영화를 관람하신 팬들이 온다고 하시더라. 아직은 그런 자리에 안 가봐서 실감은 안 나지만 반갑게 인사해 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한편, ‘마녀2’는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 앞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녀를 쫓는 세력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로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진구, 성유빈, 조민수, 이종석, 김다미, 김기해 등이 출연했다. 지난달 15일 개봉해 2일 기준 2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137분. 15세 관람가다.

et16@sportsseoul.com

사진 | 블루웨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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