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영향 '0'으로 만든 세계 1위 카펫 기업

2022. 7.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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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프랙티스 - 인터페이스

[ESG 리뷰]

故 레이 앤더슨 전 CEO. 그가 제시한 ‘지속가능성의 산 Mount Sustainability’은 지금도 유효하다. 사진=인터페이스 오피셜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카펫 제조 기업이 탄소 제로 카펫에 이어 탄소 네거티브 카펫을 내놓았다. 세계 최대 모듈형 카펫 제조 기업인 인터페이스는 기후 중립이 아닌 기후 복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인터페이스의 창업자 레이 앤더슨의 유산이다. 앤더슨 창업자의 리더십은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인터페이스에서 영감을 받은 기업과 조직, 지금의 지속 가능 경영 트렌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앤더슨의 ‘지속 가능성의 산’

1973년 인터페이스를 설립한 앤더슨 창업자는 이윤을 추구하는 보통의 기업가였다. 그는 1994년 폴 호켄의 ‘비즈니스 생태학’을 읽고 ‘가슴을 창으로 찔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지구를 파괴하는 약탈적 기업가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도 기업가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했고 지속 가능 경영을 고민하던 앤더슨 창업자는 파괴된 환경을 다시 복원하는 기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태스크포스를 꾸려 목표를 설정하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인터페이스는 2020년까지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미션 제로(mission zero)’를 선언했다. 1994년이었다. 

앤더슨 창업자는 미션 제로 여정을 ‘지속 가능성의 산(mount sustainability)’이라고 비유했다. 지속 가능 경영이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신중하고 주의 깊게 계획을 세운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7가지 세부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모든 영역에서 쓰레기를 제거하는 폐기물 제로 △공장·차량·제품 등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 제거 △재생에너지 전환 △재활용·재생 소재를 활용한 순환 시스템 구축 △인력과 제품의 이동 최소화 △모든 이해관계인과 가치를 공유하고 소통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보여주는 비즈니스 모델 재설계다. 선구적 움직임이었다.

앤더슨 창업자는 2011년 사망하기 전까지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지구 환경을 복원하는 일은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연과 출판 등 대외적 활동을 통해 인터페이스의 사례를 소개하고 지속 가능 경영 원칙을 설득했다. 2000년대 앤더슨 창업자는 여러 지속 가능 유관 기관이 선정하는 기업 및 경영인에 선정됐다. 미국 경제 잡지 포천은 그를 ‘미국 최고의 친환경 경영자(America’s Greenest CEO)’라고 칭했다. 2007년 미국 시사 잡지 타임은 ‘환경을 구한 영웅들(Heroes of the Environment)’ 중 한 명에 선정했다. 

인터페이스가 2020년 출시한 탄소 네거티브 카펫.사진=인터페이스 오피셜



수명 주기에 지속 가능성을 더하다

카펫은 탄소 집약적 제품이다. 제품 소재부터 생산, 사용 관리·폐기까지 환경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인터페이스 제품은 오염된 부분만 교체할 수 있는 모듈형 카펫으로 이미 자원 효율성이 높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인터페이스는 제품의 소재 변경·개발, 제조 과정의 효율성 향상, 재활용 등 제품 수명 주기별로 지속 가능성을 위한 모든 방법을 적용했다. 

2000년 재활용 나일론과 비닐을 사용한 카펫을 출시했고 바닥 접착제가 필요 없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시 카펫 제품의 50%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공장 옥상에는 태양광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인터페이스는 2003년부터 탄소 중립 바닥재를 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 20개 이상의 재생에너지와 생태 복원 분야의 탄소 상쇄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의 탄소 배출을 상쇄하고 있다. 인터페이스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4억1900만㎡의 탄소 중립 바닥재를 판매, 570만 메트릭톤의 탄소 배출을 줄였다. 

인터페이스는 버려진 어망을 수거해 카펫 재료로 재활용한다. 필리핀과 카메룬의 어촌 지역 주민들이 폐어망을 수거, 가공·판매하는 네트웍스(Net-works)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수거한 어망은 새 카펫을 제조하는 재료로 사용한다.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확보함과 동시에 지역 사회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인터페이스는 2019년 11월 미션 제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인터페이스 측은 “지난 25년간 회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부와 공급망 전체에서 주요 지속 가능성 지표에 대해 상당한 개선을 추진했다”면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관행을 구현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회사의 목표 달성은 물론 원래 의도를 뛰어넘어 긍정적 파급 효과를 창출했다”고 자평했다. 

인터페이스의 미션 제로 25주년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8년까지 인터페이스 카펫 제품은 탄소 발자국을 69% 줄였다. 공장 온실가스 배출량은 96% 감소했다. 제품 생산 단위당 에너지 사용 자체를 46% 줄였고 사용 에너지의 89%는 재생에너지다. 재생에너지 비율은 북미와 유럽 지역만 따지면 99%로 올라간다. 생산 과정에서의 물 사용 89%, 비즈니스 전반의 매립 쓰레기도 92% 줄였다. 앤더슨 창업자의 지속 가능 경영은 기업의 이윤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터페이스가 전통적 카펫 제조 시스템을 바꾸면서 수익이 2배 늘어났다. 브랜드 가치와 기업 평판이 높아지면서 시장점유율 1위로 우뚝 섰다.

인터페이스가 미션 제로 이후 선언한 ‘기후 복원(Climate take back)’ 전략.사진=인터페이스 오피셜



기후 복원하는 탄소 네거티브 카펫

인터페이스는 2016년 탄소 제로를 넘어서는 새로운 미션, ‘기후 복원(climate take back)’을 선언했다. 급진적 탈탄소화, 천연 탄소 흡수원 보호 등을 통해 기후 변화를 복구하겠다는 의지다. 204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인터페이스의 기후 복구 전략은 크게 4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먼저 탄소 제로로 살기(live zero)다. 환경 영향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미션 제로의 기조를 유지한다. 둘째는 탄소 사랑하기(love carbon), 탄소를 환경을 해하는 적이 아니라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뜻이다. 기술 혁신을 통해 탄소를 포집하고 원료로 사용하려는 시도다. 탄소 네거티브 카펫 제품으로 실제 사례를 이미 선보였다. 셋째는 자연을 식히는 것(let nature cool), 토양과 숲 등 생태계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지원한다. 마지막으로는 산업 재혁명을 주도(lead industrial re-revolution)한다. 산업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 복원의 원동력이 되도록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끈다. 

인터페이스는 2020년 업계 최초로 탄소 네거티브 카펫을 출시했다. 재활용이나 바이오 소재로 제작하고 탄소를 저장해 대기 중에 방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탄소 제로가 아닌 탄소 네거티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품인 셈이다. 인터페이스는 “인터페이스 제품을 선택하면 더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선다. 공간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지구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홍보한다.

지속 가능 경영의 선두 기업으로서 자사의 긍정적 파급 효과도 잊지 않고 강조한다. 주요 사례는 월마트다. 앤더슨 창업자는 2004년 월마트 경영진에게 인터페이스의 사례를 소개하고 매립지 견학 등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했다. 월마트는 이듬해 직원들에게 지속 가능성 과제를 제시했고 현재 인터페이스의 뒤를 이은 지속 가능 경영 우수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인터페이스를 방문해 회사를 더욱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적용한 창의성을 봤고 우리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터페이스는 ‘후발 주자’의 지속 가능성을 밝히며 자사의 긍정적 파급 효과로 평가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88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베를린(독일)=이유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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